창단 30주년인데 꼴찌…삼성화재, 힘겨운 '배구명가' 재건[V리그포커스]

남녀부 통틀어 유일한 한 자리 승점…최근 5연패
'득점 1위' 아히 고군분투…외인세터 도산지도 미진

남자부 최하위에 머문 삼성화재. (KOVO 제공)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창단 30주년이 된 의미 있는 2025년이지만 삼성화재의 반등은 올 시즌도 힘에 부친다. 실업 무대에 이어 프로 출범 이후에도 압도적 위용으로 '배구 명가' 위엄을 자랑했던 삼성화재의 화려한 시절은 점점 잊혀가는 추억이 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1일 현재까지 진행된 진에어 2025-26 V리그 남자부에서 2승9패(승점 7)로 7개 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남자부뿐 아니라 여자부까지 합쳐도 최저 승점이고 승수도 가장 적다. 최근 김호철 감독이 자진 사퇴한 여자부 IBK기업은행도 7연패 후 2연승으로 반등의 싹을 틔웠는데, 삼성화재는 5연패 수렁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한국 배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팀이다. 프로 출범 이전 실업 리그에서 무려 8연패를 달성했고 V리그에서도 원년 우승, 2007-08시즌부터 2013-14시즌까지 7연패를 달성하는 등 8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왕조'를 이뤘다.

그러나 2014-15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김세진 감독과 시몬이 이끄는 OK저축은행에 일격을 당한 뒤 삼성화재의 침체기가 시작됐다.

2016-17시즌엔 창단 이후 처음으로 '봄 배구'에 실패했다. 그리고 2017-18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을 마지막으로 지난 시즌까지 무려 7시즌 연속 봄 배구를 하지 못했다. 2020-21, 2022-23시즌엔 꼴찌 수모까지 당하며 침체기를 넘은 '암흑기'에 빠졌다.

이후 2023-24시즌 6위, 2024-25시즌 5위로 조금씩 순위를 높이며 올 시즌 기대를 모았지만, 또다시 초반부터 뒤로 처졌다.

특히 올 시즌은 삼성화재에 특별한 시간이다. 바로 창단 3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8일 KB손해보험과의 홈경기에서 창단 30주년 행사를 열었던 삼성화재. (KOVO 제공)

1995년 11월7일 창단한 삼성화재는 지난달 8일 KB손해보험과의 홈경기에서 성대한 '30주년 파티'를 열며 자축하기도 했다. 다행히 그 경기에선 이겼는데, 이후 내리 5경기를 패했다.

전력 자체만 놓고 보면 최하위에 머물 정도는 아니기에 더욱 답답하다.

현재 남자부 득점 1위는 삼성화재의 외인 미힐 아히가 달리고 있다. 그는 11경기에서 256점으로 경기당 23.3점을 기록 중이며, 공격 성공률(53.6%)도 리그 4위로 준수하다.

카일 러셀(대한항공),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현대캐피탈) 등이 아히보다 한 경기 덜 치렀다는 점을 감안해도, 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이스'의 공격력에는 큰 문제 없어 보인다.

다만 아히를 뒷받침할 국내 공격수가 안쉽다. 가공할 파워를 가진 공격수라 해도 홀로 모든 득점을 책임질 수는 없다. 2, 3옵션 선수들이 활약할수록 에이스의 공격력이 배가될 수밖에 없는 게 '팀 스포츠' 배구다.

삼성화재 에이스 미힐 아히. (KOVO 제공)

선두 대한항공은 임동혁과 정지석, 2위 KB손해보험은 모하메드 야쿱과 임성진, 나경복까지 힙을 합친다.

삼성화재는 김우진이 열심히 지원하고 있으나 다른 팀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다소 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 무대를 거친 루키 이우진도 당장 활약을 기대하긴 어려운 가운데,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송명근의 공백이 크게 느껴진다.

아시아쿼터 외인으로 야심 차게 영입한 세터 알시딥 싱 도산(등록명 도산지)도 아직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204㎝의 장신 세터라는 장점이 있지만 동료들과의 호흡이 완벽하지는 않다.

아히의 뒤를 받칠 공격수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도산지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은 더욱 아쉽다.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현재로선 꼴찌 탈출을 위한 뾰족한 방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창단 30주년을 앞두고 '명가 재건'을 목표로 했던 삼성화재엔 힘겨운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