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 역대 최저…배구계 "선수들 기량 저하, 자선사업 아냐"

신영철 감독 "배구인으로서 안타까워…시스템 개선 절실"
드래프트 시기 조정 필요…"시즌 중 누가 뽑나" 지적

27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5-2026 KOVO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국전력 방강호, 삼성화재 이우진, OK저축은행 박인우, 우리카드 손유민, 대한항공 이준호, 현대캐피탈 장아성, KB손해보험 임동균. 2025.10.2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37.5%'. 2025-26시즌 V리그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 지명률이다. 48명의 지원자 중 18명만이 프로의 선택을 받았다.

현장에서 만난 프로배구 지도자들은 "안타깝다"면서도 "지원자들의 기량이 낮아지고 있어서 어쩔 수 없는 현실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27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2025-26시즌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48명의 참석 선수 중 수련 선수 4명을 포함한 18명만이 지명을 받았다.

나머지 30명은 가족의 위로를 받으며 눈물을 삼켰다. 현장에는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한 꽃다발들이 나뒹굴었다.

이날 드래프트에선 2라운드부터 '패스'를 외치는 구단이 나와 장내가 술렁였다. 이어 3라운드에도 단 두 팀만 선수를 지명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몇몇 팀들이 '타임'을 걸고 고민을 한 뒤에도 '패스'를 외칠 땐 학부모 및 관계자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날 나온 37.5%의 지명률은 지난 시즌의 43.78%보다 낮은 역대 최저 수치다.

22명이 지원해 22명이 모두 선택받았던(100%) 2008-09시즌, 20명이 지원해 18명이 뽑힌(90%) 2009-10시즌의 기록들은 이제 꿈처럼 느껴질 정도다.

지원자가 현재와 비슷한 숫자였던 2019-20시즌 43명이 지원해 30명이 선택받아 69.77%의 지명률을 기록했던 때와 비교해도 현저하게 낮다.

V리그 남자부 드래프트 순위추첨식(KOVO제공)

다만 이를 '뽑지 않는' 프로팀들의 문제로만 몰고 가기엔 상황이 복잡하다.

'베테랑' 신영철 OK저축은행 감독은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면서도 "선수들 기본기나 기량이 뭔가 모르게 낮아지고 있다"며 프로팀 사령탑 입장에서의 고충을 전했다.

그는 "한국 배구를 위해서 초중고에서부터 시스템 변화가 있어야 한다. 배구협회나 한국배구연맹이 장기적 플랜을 갖고 바꿔 나가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프로팀도 기업이다. 자선사업이 아니다. 한정된 엔트리로 시즌을 치러야 하는데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선수를 '헛돈' 써가며 데려갈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매 시즌 1~2명의 최대어는 나오지만, 각 팀이 여러 명씩 뽑을 만큼 층이 두텁지는 않다"고도 지적했다.

결국 신인 지명률이 올라가려면 유소년 단계부터 배구가 전체적으로 발전 및 개선돼 더 좋은 선수가 여러 곳에서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와야 한다.

그러나 투자가 이어지려면 V리그와 한국 프로배구 산업 수준이 올라가는 게 선결 과제기에,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니다.

드래프트 시기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지금은 신인 선수 선발의 좋은 타이밍이 아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이 끝난 직후 선수를 뽑아야 비시즌 동안 함께 땀 흘리고 성장시킬 시간이 있을 텐데, 지금은 시즌 중이라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7개 구단 중 가장 적은 1명의 선수만을 뽑았다.

다만 여기에는 한국 배구계의 속사정이 있다.

신청자 대부분이 고교졸업생인 여자부의 경우 개막 전인 9월 5일 신인 드래프트를 개최했다. 하지만 대학졸업생 및 대학 재학생이 많은 남자부는 10월 전국체전 전에 개최하는 게 어려웠다. 한국대학배구연맹과 프로 팀들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한 관계자는 "많이 뽑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는 있었는데, 결국 최저 지명률이 나왔다"면서 "앞으로 한국 배구계가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내년에는 지명률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