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떠난 V리그 첫발…우려를 기대로 바꾸려면[V리그포커스]
개막 2경기 관중 지난 시즌 평균 상회…김연경 은퇴식 영향도
꾸준한 경기력 담보돼야…김연경 "2군 도입 등 변화 필요해"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진에어 2025-26 V리그가 '배구 여제' 김연경의 은퇴식과 같은 날 막을 올렸다. 기량이나 인기 모든 면에서 한국 배구를 이끌었던 김연경이 공식적으로 물러나면서 시작된 새로운 시즌이기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선수 한명이 빠지는 영향이 그 정도냐는 반문은 김연경 은퇴 이후 여자 배구 대표팀의 성적으로 반박된다. 김연경이 있을 때 세계 4강까지 넘봤던 한국은, 졸전과 연패를 거듭하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강등의 굴욕까지 맛봤다.
개막 첫 2경기에서 꽤 많은 팬이 배구장을 찾았다는 점은 그래도 위안거리다. 지난 18일 인천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개막전엔 5401명, 19일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의 장충 경기엔 3293명의 관중이 들어섰다. 2경기 다 지난 시즌 여자부 평균 관중인 2545명을 상회한 수치다.
물론 첫 2경기로 낙관하기엔 섣부르다. 18일 흥국생명-정관장전은 김연경의 은퇴식이 열린 영향도 있었고, 2경기 다 주말 수도권 경기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의 흥행은 사실상 김연경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국생명의 홈경기는 매번 인산인해를 이뤘고, 시즌 막판엔 김연경의 '은퇴 투어'로 원정 경기에도 많은 팬이 몰렸다.
결국 시즌 개막 이후 평일 경기, 김연경 없이 시즌을 치르는 흥국생명과 지방팀의 흥행 성적 등이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인데, 냉정하게 전망은 밝지 않다.
현재 한국 배구엔 남녀를 불문하고 김연경의 뒤를 이을 만한 '슈퍼스타'가 없다. 각 팀의 에이스급 선수라 할 지라도 외국인 선수에 가려져 '2옵션'의 역할을 맡는 것이 대부분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언제 떠날지 모를 외인은 리그 흥행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인 '거포'가 득점을 주고받고 국내 선수가 '들러리'가 되는 건 프로스포츠에선 가장 좋지 않은 그림이다.
결국 국내 선수가 외인 못지않은 활약과 비중을 차지할 때 흥미도 커지고 팬들의 발길도 끌어올 수 있다. 그만큼의 기량 향상, 꾸준한 경기력이 담보돼야 한다.
물론 당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위기의식 없이, 변화의 노력 없이 그저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V리그, 나아가 한국 배구는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프로리그는 대표팀의 경쟁력 강화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김연경 역시 V리그를 떠나기 직전까지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은퇴 기자회견에서 "한국 리그의 구조상 연봉이 해외리그보다 높기 때문에 해외 무대 도전은 어려운 시스템"이라면서 "반대로 그 부분을 살려 더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의 좋은 자원을 V리그에 데려와 리그를 활성화하면,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과 수준도 높일 수 있고 국제대회에서의 기량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국내 선수들의 육성을 위한 '2군 제도'도 제안했다. 김연경은 "현재 1군에 있지만 경기에 못 나가는 선수도 많다. 선수가 없어 2군을 못 만든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1군 엔트리를 조금 줄이고 2군을 활성화하면, 그곳에서 실전 경험을 충분히 가지면서 경기력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김연경은 떠나는 순간에도 한국 배구를 위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우려를 기대로 바꾸기 위한 노력은 남아있는 선수들과 리그의 몫이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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