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직행 이룬 강성형 감독 "불운·뒷심 부족, 이제 안 들어도 되겠죠?"

"PO 3차전까지 꼭 했으면, 역대급 시즌"

16일 광주시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이 1위를 확정한 뒤 포효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2024.3.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정말 죽다 살았습니다."

'2전 3기' 끝에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의 강성형 감독이 마침내 웃었다. 불운과 뒷심 부족으로 인해 지난 두 시즌 동안 좋은 경기를 하고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아쉬움을 털어냈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현대건설은 이제는 통합 우승이자 구단 통산 3번째 챔피언 등극을 위해 다시 뛴다.

현대건설은 지난 16일 광주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V리그 6라운드 최종전에서 세트 스코어 3-1(23-25 25-15 26-24 25-19)로 이겼다.

먼저 경기를 마친 흥국생명이 승점 79를 기록하면서 경기 전까지 77점이었던 현대건설은 페퍼저축은행을 무조건 세트 스코어 3-1 이상으로 승리해야 했다. 하지만 첫 세트를 내주며 벼랑 끝까지 몰렸던 현대건설은 내리 2~4세트를 따내면서 극적인 챔프전 직행 티켓을 따냈다.

17일 '뉴스1'과 연락이 닿은 강 감독은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그는 "긴장해서 며칠 잠을 못 잤는데 긴장이 확 풀리다 보니 감기 기운이 확 올라온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강 감독과 현대건설에게 의미 있는 정규리그 1위 등극이었다.

2021-22시즌 현대건설의 지휘봉을 잡은 강성형 감독은 당시 28승3패(승점 82)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도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며 아쉬움이 컸다. 정규리그 1위는 했으나 결과적으로 챔프전 우승 기록은 추가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도 개막 후 최다 연승 기록을 쓰며 순항했으나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의 부상 이탈로 흐름이 끊겼다. 결국 24승12패(승점 70)로 1위를 흥국생명에 내줬던 현대건설은 플레이오프에서 3위였던 한국도로공사에 2연패를 당하며 챔프전도 오르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올 시즌도 부침이 컸다. 1라운드 부진 이후 2라운드부터 정상 궤도에 오르며 순위 경쟁을 펼친 현대건설은 막판 고비가 있었다. 6라운드 흥국생명과의 중요한 맞대결에서 패한 것. 이로 인해 현대건설은 선두를 빼앗길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페퍼저축은행에 패하는 등 주춤한 사이 현대건설은 강한 뒷심으로 마침내 정규리그 1위 축포를 터트렸다.

심지어 마지막 페퍼전에서는 먼저 1세트를 빼앗기는 등 천신만고 끝에 이겼다. 3세트 듀스에서 세트를 내줬다면 그대로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될 수 있는 순간이었다.

16일 광주시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승리해 정규리그 1위에 오른 현대건설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2024.3.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강 감독은 "정말 역대급이었다"고 웃은 뒤 "죽다 산 것 같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다. 그래도 마지막 고비를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잘 넘어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만났던 강 감독은 2년 간 리그에서 52승을 거두고도 우승을 하지 못한 탓에 부담감을 나타냈다. 챔프전 트로피를 들지 못했던 그는 "(우승을 못해서) 죄인이 된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만큼 뒷심 부족과 계속된 불운으로 인해 강 감독 본인도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현대건설은 막판 고비를 잘 이겨내며 자기들 손으로 챔프전 직행 티켓을 따냈다. 강성형 감독은 "이제 현대건설은 '운이 없다', '뒷심이 부족하다'는 말 안 듣겠죠?"라고 강조한 뒤 "그 동안 정말 속상했는데 선수들이 잘 이겨내서 고맙다"고 했다.

챔프전 직행으로 현대건설은 양효진, 위파위 시통 등 주축들이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 강 감독은 "19일부터 바로 훈련에 돌입하지만 부상자들은 충분히 회복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할 것이다.

일단 첫 축포를 쐈으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현대건설은 2015-16시즌 이후 8년 만에 'V3'에 도전한다. 1위 자격으로 22일부터 치르는 2위 흥국생명과 3위 정관장의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를 지켜보며 챔프전을 준비할 계획이다.

챔프전은 오는 28일부터 5전 3선승제로 열린다.

강 감독은 "누가 올라오더라도 꼭 3차전까지 치르고 왔으면 한다"며 "이제 한 고비를 넘었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챔프전이 남았으니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6일 광주시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승리해 정규리그 1위에 오른 현대건설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6승10패(승점 80)가 되면서 전날 정규리그를 모두 마친 흥국생명(승점 79)을 제치고 통산 5번째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2024.3.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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