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연경 언니 고마워요"…결국 눈물 쏟은 여자 배구대표팀

룸메이트 표승주 "꼭 함께 메달 따고 싶었는데"

배구 김연경 등 선수들이 8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0으로 패배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1.8.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도쿄=뉴스1) 이재상 나연준 기자 = "연경 언니의 마지막 올림픽이라 꼭 메달을 같이 목에 걸고 싶었는데…."

김연경(상하이)의 룸메이트였던 표승주(IBK기업은행)는 2020 도쿄 올림픽을 마친 소감을 묻자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흘렸다. 김연경과 함께 하는 '라스트 댄스'인 것을 알았기에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IBK기업은행) 등 모든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여자 배구 대표팀은 8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0-3(18-25 15-25 15-25)으로 졌다.

1976년 대회 이후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했던 한국은 아쉬움 속에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선수들을 그 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한참이나 코트서 뜨겁게 포옹했던 선수들은 충혈된 눈으로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배구 김연경이 8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0으로 패배한 뒤 룸메이트 표승주를 꼭 안아주고 있다. 2021.8.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표승주는 "끝난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울컥한다"고 말했다. 김연경과 함께 했던 소감을 묻자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글썽였다.

대회 내내 김연경과 방을 쓰며 동고동락했던 표승주였기에 선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표승주는 "(연경 언니와 마지막이라) 더 속상한 마음이다. 어쨌든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메달을 못 따서 너무 아쉽다"고 했다. 이미 눈가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김연경의 베스트 프렌드인 김수지도 아쉬움이 가득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중고교 시절부터 함께했던 친구와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시상대에 오르겠다던 목표를 끝내 이루진 못했다.

김수지는 "더 나은 결과였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아쉽다"며 "(마지막이라)한 점이 더 소중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면서 "숨 가쁘게 꿈을 쫓아왔는데, 그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글썽였다.

10년 넘게 대표팀에서 함께 했던 양효진에게도 김연경과 함께 뛰었던 올림픽이 소중하고 절실했다.

그는 "연경 언니와 정말 추억이 많다. 대표팀에서 힘들 때마다 의지가 많이 됐다. 언니는 강한 멘털을 갖고 있고 세계적인 선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 언니 덕분에 나도 더 좋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효진은 울컥해 눈물을 흘리면서 "항상 고마웠다. 연경 언니는 앞으로도 계속 내 롤 모델이다. 리더의 투혼을 보여줬는데, 본받을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배구 김연경 등 선수들이 8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0으로 패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8.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019년 3월부터 대표팀을 지휘했던 라바리니 감독에게도 김연경은 특별한 존재였다.

라바리니 감독은 "김연경과 함께 하면서 그가 얼마나 위대하고, 강한 선수인지를 알 수 있었다"면서 "나아가 그가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날 행복하게 만들어 준 그는 정말 놀라운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그는 "김연경이 보여줬던 위대한 선수의 모습과 카리스마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연경은 이날 취재진을 만나 사실상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그는 "국가대표는 내게 무거운 자리였고 자부심이었다"며 "배구협회나 협회장님과 이야기를 해 봐야 하겠지만, 사실상 오늘이 내 국가대표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