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박지성, 위기 탈출 해법 없나?

퀸즈파크레인저스(QPR) 공식 페이스북 © News1

한국 축구의 영원한 '캡틴' 박지성(32·퀸즈 파크 레인저스)이 데뷔 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지성의 QPR은 지난 27일(한국시간) 열린 '2012-2013 잉글랜드 FA컵' 32강전에서 3부리그 팀인 MK돈스에게 2-4로 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앞서 수비수 클린트 힐에게 공식적으로 주장 자리를 내준 박지성은 97일 만에 QPR의 주장완장을 차고 경기장에 나서 축구팬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67분을 뛰었지만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고 교체되는 순간에는 홈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기도 했다.

해리 레드냅 감독은 경기 후 박지성을 비롯해 에스테반 그라네로, 파비우 다 실바 등 명문 구단 출신 고액 연봉 선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했고, 남은 1월 이적시장에서 몇몇 선수들을 정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 30일(한국시간)에 있을 '2012-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에는 다른 멤버들을 기용할 것이라는 뜻을 밝혀 박지성의 입지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레드냅 감독은 28일(한국시간) 풀햄 크로노클과의 인터뷰에서는 "박지성은 자신감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며 "지난 2주 동안 중원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고 말해 박지성에 대한 기대의 끈을 아직은 놓지 않았음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

박지성은 노련한 베테랑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년 간 꾸준히 활약하며 기량을 입증했고 누구나 인정하는 지구력과 악착같은 집중력,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를 지녔다.

하지만 팀은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자신의 입지조차 불안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해법이 절실하다.

박지성은 QPR에 합류한 뒤 지금까지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해 총 18경기를 치렀다.

지난해 10월 21일 에버튼전 이후 고질적인 무릎통증으로 5경기를 결장한데 이어 지난 달 초부터 1개월 간 무릎부상 재활을 위해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첼시전을 통해 깜짝 복귀한 뒤 FA컵과 리그에서 세 차례 풀타임을 소화하며 몸 상태에 대한 걱정을 떨쳐냈다.

문제는 기록과 경기에서의 실질적인 기여다.

맨유에서 7시즌을 소화하며 29골을 기록했던 박지성이 QPR에서 남긴 공격포인트는 리그 1도움, 캐피털원컵 1도움이 전부다. EPL 기준 총 7번의 슈팅을 했고 골문을 향한 것은 2회에 불과하다.

박지성이 마지막으로 골을 넣은 경기는 맨유 소속이던 지난해 1월 28일 FA컵 4라운드 리버풀전이다. 이후 1년 동안 골맛을 보지 못했다.

중앙 미드필더를 주로 소화하는 박지성으로서는 초라한 기록일수밖에 없다.

박지성은 복귀 후 현지 언론과 축구팬들로부터 수비적인 움직임에만 집중한 나머지 공격에서의 영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는 레드냅 감독의 전략적 배치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맨유 시절 주로 왼쪽 윙어로 뛰던 박지성은 레드냅 체제에서는 수비형에 가까운 중앙 미드필더로 주로 기용되고 있다.

공격 비중에 대한 비판 속에서도 레드냅 감독이 박지성을 지속적으로 선발 기용했던 것도 활발한 움직임과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바탕으로 상대를 1차 저지하는 박지성의 플레이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첼시전에서 경기 종료를 앞두고 1골을 지키기 위해 레드냅 감독이 박지성을 급히 찾던 모습은 현재 감독이 박지성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강등을 코앞에 두고 있고 확실한 공격 자원이 없는 QPR로서는 점수를 잃지 않는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레드냅 감독이 수비에서부터 안정감을 찾아가는 전략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도 박지성이 수비에 치중된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홀로 기회를 만들어내기보다는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를 통해 공간을 만들어내는 박지성 고유의 스타일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한편 영국의 가디언은 29일 '박(Park)의 투쟁'이라는 기사를 통해 박지성이 부진한 원인을 분석했다.

가디언은 "부지런한 프로페셔널인 박지성은 전술적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선수이지 팀의 중심에 서서 이끌어가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QPR은 박지성을 데려올때부터 그가 팀의 중심이 되기를 바랐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스포츠전문 매체 골닷컴도 MK돈스전 후 박지성에게 "언제나처럼 활력이 넘쳤지만 템포를 조절하는 경기보다 빠른 템포 경기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QPR은 30일 오전 4시45분(한국시간) 영국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에서 리그 2위의 강호 맨체스터 시티와 EPL 24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레드냅 감독이 강도 높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박지성을 계속 중용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s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