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축구협회 차례…'체육관 선거 오명' 개혁 속도 내나?
체육회, 추첨 폐지·선거인단 41배 확대…회원종목단체도 개정 취지 반영
축구협회도 정관·선거규정 손질 불가피…현실적 대안 찾기 과제
- 김도용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대한체육회가 선거인단을 대폭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편을 확정하면서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둔 대한축구협회도 선거제도 손질에 나설 전망이다. 축구협회 역시 체육회 회원종목단체인 만큼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체육회는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선거인단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정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선거인단 구성 방식의 변화다.
기존에는 임원과 대의원, 선수, 지도자, 심판 등 각 분야에서 추첨을 통해 선거인을 선발했지만 앞으로는 추첨을 폐지하고 대상자 대부분에게 투표권을 부여한다.
선수는 최근 4년 이내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참가 또는 국가대표 강화훈련 이력이 있으면 선거인 자격을 얻는다. 이에 따라 선거인단 규모는 기존 2244명에서 41배 확대돼 9만2194명으로 늘어난다.
다만 회원종목단체가 모두 동일한 방식의 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개정안에는 '선거인단 확대'를 기본 원칙으로 하되 회원단체의 독자성과 종목별·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선거인 구성과 투표 방식 등 세부 사항은 별도 검토와 협의를 거쳐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이 조항은 차기 회장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축구협회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축구협회는 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에 따라 상위 규정인 체육회 정관 개정 취지를 반영해야 한다.
축구협회의 제도 개편 가능성은 K-축구 혁신위원회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앞서 박지성 위원장은 2차 회의를 마친 뒤 "체육회가 더 폭넓은 선거인단을 꾸려 진행하는 선거를 추진하고 있는데, 회원 종목단체들도 변경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면서 "축구협회장 선거도 개정된 선거 제도가 반영될지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협회장 선거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체육회의 개정 취지를 반영해 정관과 회장 선거관리 규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선거인 규모와 투표 방식은 종목 특성과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축구협회가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관 개정뿐 아니라 이사회와 대의원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후 회장 선거관리 규정을 개정하고 선거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절차도 뒤따른다.
실제 축구협회가 어느 수준까지 선거인단을 확대할지는 향후 논의 대상이다. 성인 등록 선수만 약 10만 명에 달하는 데다 지도자와 심판, 대의원 등을 포함하면 선거인 규모가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현실적인 운영 방안을 찾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현실적인 문제도 적지 않다. 지난해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선거인단 2244명을 대상으로 치러졌음에도 약 4억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선거인단이 수만 명으로 늘어날 경우 비용과 행정 부담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FIFA가 요구하는 비밀·독립 선거 원칙 때문에 모바일 투표 도입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체육계에서는 축구협회가 이번 기회에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현실적으로 선거를 운영할 수 있는 방식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FIFA 규정과 비용 문제를 모두 고려한 절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다. 축구협회는 현재 회장 공백 상태다. 지난 6일 정몽규 전 회장이 물러난 뒤 직무를 대행할 부회장도 아직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받지 못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없는 상황에서 정관 개정과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체육회의 선거제도 개편은 축구협회에도 새로운 숙제를 던졌다.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차기 회장 선출은 물론 축구협회 정상화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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