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도 쓰러졌는데…이 폭염에 K리그 선수들은 괜찮을까?

드링크·쿨링 브레이크 운영…심하면 경기 연기 가능
프로연맹, 경기장 내 온열질환 예방·대응 강화

여름 더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폭염'으로 K리그 경기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야외 스포츠를 즐기기 힘든 시기다. 날이 더워도 너무 덥다. 다른 종목들에 비해 자연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는 축구는, 뛰는 선수들도 현장을 찾는 팬들도 여름나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는 해가 떨어지면 그래도 조금 선선해졌으나 이젠 매일매일 열대야다. 습도까지 높아져 더 괴롭다. 심각해진 한여름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들도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일단 선수와 관중 보호가 우선이다.

'하나은행 K리그1, 2 2026 대회요강' 제38조(브레이크의 시행)에는 "하절기(6~8월)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 및 심판의 건강 보호와 안전한 경기 운영을 위하여 WBGT(습구흑구온도) 지수를 기준으로 '드링크 브레이크' 또는 '쿨링 브레이크'를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기 시작 60분 전 피치 위에서 측정한 WBGT 지수에 따라 28도 이상 31도 미만인 경우 '1분 내외의 드링크 브레이크'를 적용하고 WBGT 31도 이상의 경우는 '3분 이내의 쿨링 브레이크' 시간을 갖는다. 평소보다 더우면 수분 보충 시간을 주고, 심하면 잠시 쉬게 한다는 의미다.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5 FC바르셀로나 아시아투어’ FC서울과 FC바르셀로나의 경기, 전반 FC바르셀로나 하피냐가 쿨링 브레이크 타임 때 물을 머리에 뿌리고 있다. 2025.7.31 ⓒ 뉴스1 김진환 기자

브레이크 시행 시점 및 방법은 전반 25~30분쯤, 후반 70~75분쯤 인플레이 상황이 아닐 때 주심의 휘슬로 시작한다. '드링크 브레이크' 시 선수는 피치 내 터치라인 부근에서 음료를 섭취하며 '쿨링 브레이크' 시에는 기술 구역(벤치 앞)으로 이동하여 휴식할 수 있다.

참고로,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시행 중인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기온에 상관없이 무조건 전후반 중간 3분가량 쉬는 시간을 갖고 선수 보호 시간을 갖고 있다.

무더위 때문에 경기가 아예 취소(연기)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태풍이나 강우, 황사 등 자연재해에 가까운 일이 발생했을 때만 경기 중지나 연기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부터 폭염이 새롭게 추가됐다. 기준 온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감독관이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날씨라 판단되면 연기할 수 있다.

축구는 야구와 달리 어지간하면 경기를 진행한다. K리그 요강 '제16조(악천후의 경우 또는 경기장 시설 문제 발생시 조치)'에 따르면 우선 홈 클럽은 '강설, 강우, 폭염 등 악천후의 경우 또는 경기장에 시설 문제 등이 발생한 경우에도 홈 경기를 개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제1항의 사유로 인하여 경기 개최가 불가능할 것으로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 경기 감독관은 개최 3시간 전까지 경기 개최 중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추가하고 있다.

더위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축구는 선수들의 건강이 더 우려되는 종목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감독관은 경기장 상황과 관계자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기 개최 시간을 각 30분씩 최대 2회 연기할 수 있다. 2회 연기에도 개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취소할 수 있다.

2010년 이후 K리그가 악천후로 취소된 사례는 6번뿐이다. 2019년 여름 태풍 '타파'가 한반도를 덮쳐 2경기가 취소된 것을 비롯해 안개, 폭설, 천둥과 번개 등으로 연기된 일이 있었으나 아직 더위로 일정이 바뀐 적은 없다. 하지만 최근의 '이상 기온'을 생각하면 폭염으로 축구가 미뤄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관중들 안전 확보도 더 많이 신경 쓰고 있다. 당장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강원FC의 K리그1 17라운드에서도 무더위로 갑자기 환자가 발생했다.

당시 후반 4분 2층 관중석에 있던 30대 남성 관중이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 경기장 곳곳에 대기하고 있던 응급 구조사 3명이 호흡이 트일 수 있게 조치하고 이후 양 팀 트레이너도 올라오는 등 빠른 대응으로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아찔한 상황이었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3층에서 관람하던 40대 후반의 남성도 호흡의 어려움을 호소, 의료진의 치료를 받았다"면서 "다행히 두 관중 모두 빠른 조치를 받고 큰 문제 없이 귀가 조치됐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 전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때 황희찬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6.6.25 ⓒ 뉴스1 박지혜 기자

앞서 연맹 차원의 대비가 있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10일) K리그 1, 2 각 구단에 '혹서기 경기장 내 온열질환 예방 및 대응 체계 강화 협조 요청' 공문을 발생했다"고 전했다.

주된 내용은 ▲관중석 구역 의료, 안전 대응 강화(의료 추가 인력 배치, 시설 및 장비 보강, 수분 및 전해질 공급 체계 마련 등) ▲ 경기 전 온열질환 대응계획 점검 회의 실시(경기 운영 관련자 회의, 응급 상황 대응 절차 확인) 등이었다. 예측할 수 없으니 미리미리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K리그 구단 대표이사는 "지금도 많이 더운데 점점 더 더워질 것이니 걱정이다. 관중들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홈팀 원정팀 가릴 것 없이 모든 구단이 다 신경써야 한다"면서 "선수들 쉬는 시간도 월드컵처럼 무조건 실시할 필요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하절기 동안이라도 온도 상관없이 무조건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가질 필요 있다"고 주장했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