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축구협회는 '불량 축구' 공장…다 들어내야"
'10만명을 180명 선거인단이 대리' 선거제도 확 뜯어고쳐야
[위기의 한국 축구, 대변혁의 시간]①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충격의 조별리그 탈락 이후 대한축구협회(KFA)를 대대적으로 개혁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안팎으로 거세고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축구가 바뀌기 위해선 우선 축구협회장 선거 제도를 완전히 바꿔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축구대표팀은 북중미 월드컵서 1승2패로 32강 진출에 실패한 채 초라하게 대회를 마쳤다.
이미 정몽규 KFA 회장이 월드컵 후 사임하겠다고 예고했던 데 더해 홍명보 감독도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혀, KFA는 자연스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KFA는 정몽규 회장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정관에 따라 약 60일 안에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축구와 KFA의 개혁을 위한 첫걸음은 KFA 회장 선거 제도를 뜯어고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뉴스1>을 통해 "사람 하나가 바뀐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오랜 시간 '현대산업개발'이 구축한 '카르텔'이 만들어졌다. 이를 깨기 위해선 먼저 선거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선거 제도는 전국 시도축구협회장 및 연맹 회장 등의 대의원, 각 회원단체 임원단 일부, 선수 및 지도자, 심판 중 무작위로 선거인단을 정해 투표하는 간선제로 진행된다. 제55대 선거 기준으로는 192명이 배정됐고 이 중 183명이 투표했다. 이중 156표가 정몽규 회장에게 갔다.
신 교수는 "현행 선거제도로 하면, 정몽규 사단은 대리인을 내세울 것이고 그 결과는 장담하건대 제55대 선거 때와 똑같은 득표율이 될 것"이라면서 '직선제'를 주장했다.
그는 "전국 시도축구협회장 등 정몽규 라인일 수밖에 없는 단장과 사장 등이 약 50표를 가져간다. 180명 될까 말까 한 적은 선거인단 표 중에 50표를 가져가면 3분의 1이다. 축구 경기를 하는 데 정몽규 팀은 11명, 다른 팀은 7명이서 경기하는 꼴"이라는 견해를 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KFA 회장 선거제도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최근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회원종목단체 규정 개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궐위 시 60일 이내 선출 규정과 선거인단 확대 등의 큰 틀에서 의견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부터 간선제 관련 체육회 정관을 개정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 중이다. 이에 공청회를 5차례 진행했고, 7월에 열리는 대의원 총회에서 이를 논의할 예정이다.
대한체육회 정관이 개정되면, KFA를 포함해 대한체육회 소속의 회원종목단체 규정도 순차적으로 바뀌게 된다.
신 교수는 "대한체육회 공정위원회에서 규정만 다루는 규정 소위원회가 있다. KFA를 포함한 일각에서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나는 충분히 바꿀 수 있고 또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선거인단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박 해설위원은 "지금은 운동장이 너무 좁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저 좁은 운동장에서 들어가서 경쟁하는 게 어려운, '안 되는 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세월이 쌓이다 보니 새로운 사람은 시도하려 하지 않고 원래 있던 사람들만 계속 남는 구조가 됐다"면서 "옳고 그름을 떠나서, 지금 한국 축구판에 새롭게 뭔가를 하려는 사람이 없는 이유"라는 견해를 냈다.
이어 "운동장 자체를 넓혀서 일단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판이 깔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의 선거인단 숫자가 전체축구인들을 대의하기에 부족한 숫자라고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등록된 사람이 10만명인데 약 180명으로 하다 보니 민의가 굴절되고 왜곡되는 현상이 분명히 생길 수밖에 없다.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대가 생겨야 한다. 얼마나 늘릴지 논의는 그다음에 하면 된다"고 했다.
두 전문가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없고, KFA 근간을 완전히 재건축하는 인적 제도적 쇄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포스트 정몽규' 시대엔 한 명의 사람이 바뀔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을 감내하는 고통도 필요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정몽규 회장뿐 아니라 그 산하 천하태평인 임원진들도 다 같은 편이고 같은 생각들을 갖고 있다. 지금 KFA는 '불량 축구를 만드는 공장'이기 때문에, 지금 있는 설비들을 과감하게 다 들어내지 않으면 또 불량품이 나오고 만다"고 했다.
그러면서 "축구도 결국 상품이고 판매를 해야 하는데, 계속된 KFA의 헛발질로 A매치 입장 수익이 줄었고 축구 중계 시청률도 크게 떨어졌다"면서 "그래서 새 KFA는 한국 축구의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청렴하고 공정한 조직으로 바꾸고 불통 대신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 궁극적으로는 재정 문제도 해결된다"고 했다.
박 해설위원은 정몽규 회장 교체 자체가 만사라는 희망은 지양했다. 그는 "축구는 '마술지팡이' 같은 게 아니다. 다 뜯어고쳐도 6개월 만에 '짠' 아시안컵을 우승하는 건 아닐 것"이라면서 "긴 시간의 실패가 누적돼 오늘의 결과를 맞이한 것처럼, 재건하는 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혼선과 고통의 시간이 있을 텐데 그래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인내와 힘이 절실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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