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사퇴 "모든 결과 감독 책임"…임기 7개월 앞두고 불명예 퇴진(종합)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탈락…2014 이어 다시 실패
"내 판단 기준은 한국 축구…다시 팬들 응원 받길"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박지혜 기자

(과달라하라=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 감독은 29일 오전(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위치한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 변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축구를 사랑하고 대표팀을 응원해주신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난 오늘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 때 지도자로 처음 월드컵에 도전했으나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둔 뒤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6년 북중미 대회에서 다시 한번 월드컵 무대에 나섰으나 또 쓴잔을 마셨다.

부임 초부터 여론은 좋지 않았다. 선임 과정에서의 불공정 논란이 축구계 안팎을 시끄럽게 했고 대회 직전까지도 좀처럼 팬들과 언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을 꺾으면서 32강 탈락이 최종 확정됐다. 2026.6.28 ⓒ 뉴스1 박지혜 기자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을 다시 맡는다는 것은 내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면서 "내게 주어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지휘봉을 잡고 지난 2년 동안 내내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나의 선택이 대한민국을 위한 선택인가, 한국 대표팀을 위한 선택인가, 선수를 선발할 때도 훈련을 준비할 때도 내내 이런 질문을 내게 던졌다"며 사심 없이 책임감으로 일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내가 내린 판단이 다 옳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모든 판단의 기준은 한국 축구였다"면서 "하지만 감독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오늘은 어떤 설명보다 책임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0대 1로 패배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6.6.25 ⓒ 뉴스1 임세영 기자

최상의 멤버, 최고의 조편성이라는 기대 속 치른 북중미 월드컵이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홍명보호는 체코와의 1차전에서 1-2 역전승을 거뒀으나 2, 3차전에서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거푸 0-1로 패하며 1승2패 3위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대표팀은 3위로 32강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따지며 다른 조 상황을 살폈으나 결국 최종 탈락했다.

홍 감독은 "이번 대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를 비롯해 묵묵히 헌신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면서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지만 한국 축구를 위한 마음은 내려놓지 않겠다. 한국 축구가 다시 응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고개 숙였다.

2024년 7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명보 감독의 임기는 2027년 1월에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였다. 하지만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초라한 결과와 함께 7개월가량 먼저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박지혜 기자

한편, 이번 대회 선수단장 자격으로 일정을 함께 한 박항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국민들게 사과를 전하며 쇄신을 약속했다.

박 단장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국민들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를 낸 것에 대해 단장으로서 축구협회를 대표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이어 "선수나 코칭스태프, 지원 스태프 모두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했지만 결국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면서 "월드컵 부진을 딛고 한국 축구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축구협회는 뼈를 깎는 반성과 성찰로 다시 미래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