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두현' 김두현 "너무 힘들었지만 팬들 위해 진심으로 뛰었다"
수원삼성 OB 멤버로 '맨유 전설' 뭉친 OGFC와 대결
"추억 소환 행복 축구…서울 OB와의 대결도 기대"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출신 전설들로 구성된 OGFC(더오리지날FC)와 K리그 인기구단 수원삼성 레전드들의 스페셜 매치가 펼쳐진 지난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아무래도 팬들은 '추억의 얼굴들'을 다시 만난다는 흐뭇함으로 모였다.
은퇴한지 꽤 오래된 '올드보이'들의 대결이었으니 서로 웃으면서 가볍게 친선을 도모하는 수준의 이벤트를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여니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승부욕이 사라졌을 것만 같은 '이웃집 아저씨'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뜨거운 에너지를 토해냈다. 파울을 넘어 경고 카드까지 나오는 '진짜 승부'였다.
포커스는 한국 축구의 자랑 박지성이 맨유 전성기 시절 동료들과 다시 호흡하는 OGFC 쪽에 맞춰졌다. 하지만 수원삼성의 올드보이들은 결코 조연이 아니었다.
현역 시절 호쾌한 중거리포로 리버풀 제라드와 빗대 '제라두현'이라 불린 김두현(44·전 전북현대 감독)은 "그래도 수원의 홈인데, 팬들을 위해 대충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면서 "진지하게 뛰었다. 삭신이 쑤시다"면서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전화로 만난 김두현은 "전반전에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전광판에 남은 시간이 표시되지 않았는데,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려서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고 말한 뒤 "그런데 후반전은 다르더라. 너무 힘들었다. 다들 정신력으로 버텼다"고 고백했다.
1982년생인 김두현은 당시 뛴 수원삼성 멤버들 중에서 막내급이었다. 잠깐이긴 했지만 필드를 밟은 서정원 감독(1970년생)과는 띠 동갑이다. 그래도 은퇴한 지 7년이 됐다. 체중이 불고 관절도 마음 같지 않아서 과연 소화가 될까 싶었는데, 모두 열정적으로 필드를 누볐다.
특히 전반 8분 만에 터진 수원삼성 산토스의 선제골이 기름을 부었다. 각국에서 날아온 OGFC 선수들은 EPL 전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진심을 다했다. 물론 자신들의 안방이던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에서 들러리가 될 수 없던 수원삼성 OB들의 움직임이 다르지 않았다. 외려 더 진심이었다.
김두현은 "경기를 우리가 진지하게 만들었다. 팬들도 있으니 지는 것보다 이기는 게 낫다고 서로 말했다"면서 "20~25분 이벤트 경기면 다소 느슨하게 플레이 해도 대충 그림이 나올 수 있지만 90분 정식 경기는 금방 지루해진다. 그래서 모두 투혼을 불살랐다"고 밝혔다.
몸이 뜨거워진 뒤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시절 푸른 전사'로 바뀌었다. 송종국은 하파엘과 측면에서 수차례 충돌했고 곽희주는 경기 막판 자신의 파울로 프리킥이 주어지자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양팀 모두 진심을 담은 경기에 축구팬들은 제대로 된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김두현은 상대의 여전한 기량을 인정했다. 그는 "해보니, 역시 클래스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동량이나 스피드는 현역 때와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시야나 공을 다루는 것은 확실히 달랐다"고 박수를 보냈다. 수원삼성 OB들도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은 마찬가지다.
김두현은 "선수 시절 너무도 많은 추억을 쌓은 곳에서 팬들을 위해 열심히 뛰고 싶었다. 사실 맨유를 상대한다는 것보다는 형들과 오랜만에 같이 뛴다는 자체로 설레고 즐거웠다"면서 "우리 역시 화려했던 전성기 때 멤버가 나선 것인데 '수원삼성만의 정신'을 보여주고 싶었다.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 같았고 새로운 활력이 된 것 같아 행복하다"고 돌아봤다.
"이제 다시는 이런 경기 못할 것 같다"고 엄살을 부렸으나 한번 맛을 보니 또 다른 욕심도 생기는 모양이다.
김두현은 "형들과 경기 후 저녁도 먹고 여러모로 추억을 나눈 뜻깊은 시간이었다"면서 "나중에 (라이벌 클럽이었던)FC서울 레전드들과 우리가 맞붙은 '슈퍼매치 OB전'을 하면 재밌겠다는 농담도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기는 팬들이 상당히 많을 아이디어다. 프로축구연맹이나 수원삼성, FC서울 구단은 농담으로만 들을 필요 없는 일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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