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과 전설들의 진심 담은 승부…수원삼성 레전드, OGFC에 1-0 승
맨유 전성기 멤버들, 수원OB와 수원W서 맞대결
투지·정신력 그대로…수원, 산토스 결승골로 승리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전성기를 일군 '추억의 얼굴들'이 대한민국에서 손발을 맞추는 특별한 장면이 펼쳐졌다. 세월의 흐름 속 몸놀림은 예전과 같지 않았으나 '자세'는 여전했다.
그들과 맞선 수원삼성 올드보이 역시 진지하게 경기에 임했다. 흔한 이벤트 경기라 생각했는데 A매치 버금가는 투지가 펼쳐졌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축구 팬들 가슴을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한 '공식전'이었다.
맨유 출신 전설들로 구성된 OGFC(더오리지날FC)와 수원삼성의 레전드들이 19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스페셜 매치를 가졌다.
OGFC는 맨유 레전드들이 축구 콘텐츠·이벤트 제작사 '슛포러브'와 함께 꾸린 팀으로, 수원삼성과의 경기가 첫 공식 일정이다. OGFC는 맨유 전성기 시절 기록한 최고 승률 '73%'를 넘지 못하면 팀을 해체하겠다는 흥미로운 조건을 내걸었는데, 대충 흉내 내는 수준에 그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팀 구성부터 화려했다.
OGFC는 과거 '올드 트래퍼드의 왕'으로 불렸던 에릭 칸토나가 감독을 맡았고 맨유 전성기 시절 수석코치였던 마이클 펠란이 칸토나를 보좌했다. 라인업 역시 향수를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라이언 긱스, 파트리스 에브라, 리오 퍼디낸드, 네마냐 비디치, 에드윈 판데사르,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등 호화 면면이었다.
OGFC의 첫 상대인 K리그 명가 수원도 전설들을 소환해 맞불을 놓았다. 우선 '세오' 서정원이 선수 겸 감독을 맡았다. '앙팡테리블' 고종수가 코치로 나섰으며 수원 출신으로 2011년 그라운드 위 심정지 사고 이후 은퇴한 신영록도 코치로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그리고 '거미손' 이운재 골키퍼를 비롯해 염기훈, 이관우, 김두현, 조원희, 송종국 등 '푸른 전사'들이 대거 합류했다. 데니스, 산토스 등 수원이 사랑한 외국인 선수들도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았는데, 그들이 멋진 합작품을 만들어냈다.
전반 8분 만에 수원삼성의 선제골이 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데니스가 박스 안으로 찔러준 패스를 산토스가 방향을 그대로 살려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연결, OGFC 골망을 흔들었다. 그야말로 '원샷원킬'이었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 수원의 골이 터지면서 경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OGFC는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골을 노렸다. 하지만 수원도 염기훈, 데니스 등을 앞세워 꾸준히 공격을 시도해 물러서지 않았다.
양팀 선수들 모두 이미 은퇴한지 한참 지났으나 '클래스'는 남아 있었다. 전반 35분 베르바토프의 헤딩 떨구기를 하파엘이 어려운 자세로 슈팅하자 이운재 골키퍼가 몸을 던져 막아내는 상상 속 장면도 나왔다.
전반전 득점에 실패한 OGFC가 후반 시작과 함께 공세를 더욱 높였다. 중앙에서 베르바토프가 우아한 움직임으로 꼭짓점 노릇을 했고 '그래도 젊은' 하파엘-파비오 쌍둥이 형제가 좌우 측면에서 왕성한 움직임을 보였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공의 움직임이 대부분 수원 진영에서 움직였을 정도로 OGFC가 경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은 수원의 전설들도 결정적인 실점 위기는 내주지 않았다.
경기 중반으로 향하면서 선수들의 승부욕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후반 25분 송종국과 하파엘이 측면에서 아주 거친 몸싸움을 벌여 송종국에게 옐로카드가 주어졌다. 두 팀 모두 더 이상은 '친선 이벤트'가 아니었다.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수원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확연했으나 정신력으로 버텼다.
후반 38분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감고 필드를 밟으면서 수원월드컵경기장의 뜨거움은 절정에 달했다. 박지성은 무릎이 온전치 않지만 이번 경기 출전을 위해 줄기세포 시술까지 받으며 조금이라도 뛰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후반 44분에는 서정원 감독도 들어가면서 확실하게 팬 서비스를 했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서로 진심을 다해 몸을 던진 경기는 결국 수원삼성 레전드의 1-0 승리로 마무리됐다.
여기저기 근육경련을 호소하는 이들이 발생했으나 모두가 포기하지 않았다. 수많은 레전드 매치, 스페셜 매치들이 펼쳐지고 있지만 이런 이벤트는 본 적이 없다. 3만8027명 구름 관중들에게 아주 좋은 선물을 선사한 두 팀의 레전드들이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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