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8강" 외친 '대선배' 차범근…"지금은 선수들 기 세워줘야 할 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서 월드컵 앞둔 대표팀에 조언
"죽기 전에 한국의 월드컵 우승 보기를"

손흥민을 향해 두 팔을 벌리는 차범근 2018.5.21 ⓒ 뉴스1 DB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73) 팀 차붐 이사장은 대선배다웠다.

그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출전을 앞둔 '홍명보호' 대표팀을 향해 "지금은 우리 선수들 기를 세워줘야 할 때"라며 응원과 지지를 독려했다.

차범근 이사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에서 제38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을 열고 축구 꿈나무와 지도자 21명에게 시상했다.

이날 시상식장에서 차 이사장은 "가자 대한민국, 가자 8강"을 큰 소리로 선창하며 "긴장감 속에서 꿈을 위해 월드컵에 나설 우리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자"고 역설했다.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발언하는 차범근 이사장(팀차붐 제공)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이런 구호를 통해 분위기가 더 조성되는 것도 있다. 이왕 외칠 거면 목표를 높게 잡는 게 좋을 것 같아 '8강으로 가자'고 했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대표팀을 향해 '지금은 한마음으로 응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출항 초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감독 등이 선임 과정에 대한 잡음으로 적잖은 질타를 받았던 바 있다.

그 때문에 정몽규 회장은 국회에 출석하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홈 경기에선 '붉은악마'가 한국에 야유하는 등 어수선했다.

다만 이후 대표팀은 최종예선을 무패로 통과, 분위기를 바꿨고 이제는 6월 열릴 월드컵 본선에서 새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손흥민의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을 축하하는 차범근. 2025.10.14 ⓒ 뉴스1 김명섭 기자

차범근 이사장은 "물론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경기가 코앞인 상황이다. 지금은 긴장감과 속 어려운 경기를 준비하고 있을 선수들을 향해 모두가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시절 나도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해주니 그런 줄 알고 신이 나서 했고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자신의 경험에 비춘 뒤 "우리 선수들도 지금은 응원을 해 줘야 한다.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다함께 찾아야 한다. 대회가 코앞인데, 아직 응원이 너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그는 한국 축구가 먼 훗날에는 월드컵 우승이라는 큰 꿈도 이룰 수 있다는 희망도 그렸다.

한국은 2002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신화를 썼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이번 월드컵 우승을 노리기란 쉽지 않다.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발언하는 차범근 이사장(팀차붐 제공)

하지만 차범근 이사장은 "언젠가는 충분히 이룰 수 있다. 아들 세대(차두리)에선 4강에 갔으니, 손자 세대에선 갈 수 있지 않을까. 갈 수 있다는 꿈을 꿔야 한다"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과거 내가 독일에서 뛰던 1980년대에 스페인은 월드컵 16강도 겨우가는 팀이었는데, 이제는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그 때의 그 스페인을 봤던 나로서는 우리도 충분히 우승까지 할 수 있다고 당연히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죽기 전에 한국이 월드컵 우승하는 걸 보는 게 소원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죽고 난 뒤 우승한다면, 선배 중에 한국 축구 미래를 위해 (오늘 행사처럼) 씨앗을 뿌렸던 사람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월드컵 트로피 행사에 참석했던 차범근 이사장 2026.1.16 ⓒ 뉴스1 박정호 기자

아울러 그는 최근 한국 연령별 대표팀이 다소 부진한 성적을 낸 점에 대해서도, 질타보다는 희망적 견해를 냈다.

A대표팀의 아우 격인 U23 대표팀은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베트남에 패하는 등 부진했고, 2년 전엔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등 아쉬운 성과를 냈다.

차범근 이사장은 "청소년들에게는 실패도 좋은 교훈이고 훈련"이라면서 "성장하는 선수들이 내내 승승장구만 할 수는 없다. 다양한 경험을 갖는다는 면에서는 나쁘지 않다"며 감쌌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의 미래가 더 밝아질 수 있도록, 나는 (축구상 시상과 축구교실 등) 내 할일을 계속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