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잘 나가던' 김혜리를 국내로 불러들인 의문의 전화 한 통

[인터뷰] 김혜리, '죽마고우' 지소연과 수원FC 입단
지소연과 "한 팀에서 마지막 불꽃 태우자" 약속 지키려

국가대표팀에서 오래 한솥밥을 먹은 김헤리(오른쪽)와 지소연(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여자축구대표팀 주장 김혜리(36)가 중국 무대에서의 성공을 뒤로 하고 돌연 국내로 복귀해 수원FC 위민 유니폼을 입었다. 김혜리의 갑작스런 복귀에 축구계는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김혜리가 중국에서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이유가 없어서다.

WK리그 수원FC 위민은 지난 2일 김혜리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시청,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인천 현대제철에서 활약했던 WK리그 간판 수비수 김혜리는 2025년 중국 우한으로 이적, 커리어 처음으로 해외에서 뛰었다. 이후 1년 만에 국내로 복귀해 수원FC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김혜리가 중국 무대에서 1년 만에 돌아오게 된 건, 중국 생활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더 있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김혜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중국에서 뛰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1년을 있었지만, 10년을 있던 현대제철을 나올 때만큼이나 힘들었다. 동료들과 인사할 때 눈물을 흘리며 어려운 작별을 했다"고 전했다.

중국 우한에서 뛰는 동안 김혜리는 중국 리그의 세계적 공격수들을 상대했다. ⓒ AFP=뉴스1

그는 "중국 무대에는 아프리카 출신 수준 높은 외인 공격수들이 많았다. 피지컬과 스피드 모두 대단했다. 대부분 중국을 거쳐 곧바로 유럽으로 이적할 만큼 유명한 선수들이다. 수비수로서 이들을 상대하면서 참 많이 배웠다"고 회고했다.

WK리그에서만 뛰었던 그는 여자축구 강국 중국에서 뛰며 시야도 한 단계 더 넓어졌다. 1부 12개 팀, 2부 12개 팀인 중국 여자축구리그는 1부 8개 팀으로 운영되는 WK리그보다 인프라가 뛰어나다.

김혜리는 "우한은 여자축구팀도 전용 훈련장이 있고 천연잔디만 4면 구장이 있었다. 한국은 아직 전용 훈련장도 없는 팀이 많은데, 그런 면에서 중국에서 뛰는 동안 느낀 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커리어 처음으로 '용병'이 된 것도 그에게는 값진 경험이 됐다. 그는 "타지에서 외인으로 뛰면서 감독님,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들로부터 많이 배웠다.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다시 느낀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우한에서 2024-25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WACL) 정상에 오르는 등, 새 팀에서 적응기도 필요 없이 성공시대를 썼다. 그가 언급한 대로 팀과 이별하는 게 힘들 만큼 만족스러운 생활 중이었고, 한 단계 더 성장 중이었다.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프리킥을 앞두고 상의 중인 '절친' 김혜리와 지소연(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러던 그가 1년 만에 국내로 돌아온 이유는, 수원FC가 비전을 제시하며 적극적 구애를 펼친 것에 더해 대표팀 동료이자 '절친'인 지소연(35)과 했던 약속이 있어서다.

김혜리와 지소연은 2009년 20세 이하(U20) 대표팀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이후 올해로 17년 동안 국가대표팀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 기간 U20 월드컵 3위, 여자 월드컵 3회 출전 등 한국 축구 역사를 합작했다.

하지만 소속 팀에서는 매번 엇갈렸다. 지소연이 주로 해외에서 뛰었고, 국내에서 뛰었을 땐 김혜리와 적으로 만났다.

어느덧 선수 커리어 막바지에 접어든 두 베테랑 절친은 이제 국내에서, 그것도 한 팀에서 함께 뛰며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기로 했다.

김혜리는 "(지)소연이와 이전부터 더 늦기 전에 다시 WK리그에서 함께 뛰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조금이라도 몸이 더 괜찮을 때' 국내에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자는 뜻이 맞았다"면서 "소연이는 내가 WK리그로 돌아오기만 하면, 해외의 더 좋은 조건도 포기하고 돌아오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결국 둘은 해외팀들이 제시한 더 좋은 대우를 나란히 뿌리치고, 수원FC로 집결했다.

W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적으로 만났던 지소연과 김혜리2023.11.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그는 "이왕 뛸 거면, 은퇴를 코앞에 두고 돌아오는 것보다는 더 잘할 수 있을 때 오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수원FC 위민은 둘의 합류에 더해 최유리와 이정민 등 여자축구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들로 구성돼 있어, 단숨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김혜리는 "좋은 감독님, 좋은 스태프들이 있는 수원FC에 좋은 동료들과 함께하게 돼 기대가 된다"면서도 "다른 팀들도 전력 보강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방심하지 않고 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절실하게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수원FC 위민은 올해 여자 ACL 8강 토너먼트를 앞두고 있다. 그는 "우한에서 여자 ACL 우승을 일궜던 경험을 살려, WK리그 팀인 수원FC 위민에서 동료들과 함께 다시 아시아 정상에 오르고 싶다. 또한 지난 시즌 부진했던 수원FC의 WK리그 성적(7위)을 끌어올리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배웠던 중국 생활을 포기하고 오게 된 점이 아쉽기도 하지만, 올해 WK리그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그보다 더 큰 행복과 소중한 가치를 얻겠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여자축구대표팀 김혜리 (대한축구협회 제공) 2023.4.2/뉴스1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