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용병' 무고사-세징야, 1년 새 확 달라진 축구 여정

사상 첫 2부→1부 득점왕 무고사, 인천과 1부 복귀
10년 헌신 세징야, 2번째 도움왕 분투에도 2부행

K리그2 득점왕에 오르며 인천유나이티드의 1부행을 이끈 '인천 명예시만' 무고사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인천유나이티드의 스트라이커 무고사와 대구FC의 팔방미인 세징야는 비슷한 점이 많은 선수다.

일단 K리그에 흔치 않은 '장수 용병'이다. 세징야는 2016년 K리그에 데뷔했고 무고사는 2018년부터 한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고 있다. 성과에 따라 가차 없이 물갈이 되는 외국인 선수 운명을 떠올리면, 꾸준히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처음 K리그 무대를 밟을 때 입은 유니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원클럽맨'이기도 하다. 세징야도 무고사도, 대구와 인천 외 다른 K리그 팀으로 이적한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두 팀 팬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인천 명예시민', '대구의 왕'이라 불리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런 무고사와 세징야의 2024년과 2025년은 완벽하게 엇갈렸다. 지난해 K리그1 최하위로 강등 철퇴를 맞은 인천의 무고사는 올해 K리그2 우승과 함께 내년 1부 복귀를 예약했다. 반면, 작년에 어렵사리 살아남았던 대구와 세징야는 올해 결국 꼴찌를 면치 못하고 2부로 내려가게 됐다.

30일 오후 대구 북구 대구iM뱅크PARK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8라운드 최종전 대구FC와 FC안양의 경기, 2대 2 무승부를 거두며 대구가 2부 리그 강등이 확정되자 세징야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11.3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는 30일 대구iM뱅크파크에서 열린 FC안양과 하나은행 K리그1 2025 최종 38라운드에서 2-2로 비겼다. 전반 초반 2골을 먼저 내주며 어렵게 경기를 시작한 대구는 강한 의지로 동점을 만드는 것까진 성공했으나 더 이상의 반전 스토리는 없었다.

대구는 7승13무18패(승점 34)에 머물면서 2025년 K리그1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 2016년 K리그2 2위로 승격에 성공했던 대구가 10년 만에 다시 2부로 간다. 처음 1부에 올라올 때부터 팀과 함께 한 세징야 입장에서는 더 눈물 나는 결과다.

입단 후 세징야는 10년 내내 한결같은 모습으로 대구FC를 지탱했고 30대 중반(36)을 훌쩍 넘긴 올해도 '투혼'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8월 이후 11경기에서 6골 9도움을 작성하며 일찌감치 '가망 없다'던 대구의 희망을 최종전까지 이어가게 한 주인공이다. 대구의 에이스를 넘어 리그 전체에서도 톱클래스였다.

세징야는 이번 시즌 25경기에 출전해 1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2018시즌 이후 7년 만에 2번째 K리그1 도움왕을 확정했다. 그럼에도 팀 상황 때문에 웃지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움왕'이라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 반면 지난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득점왕'에 등극했던 무고사는 올해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5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2 최다득점상을 수상한 무고사(인천유나이티드)가 이회택 한국OB축구회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무고사와 인천은 2년 사이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매 시즌 어떻게든 살아남아 '잔류왕'이라 불리던 인천은 지난해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창단 후 처음으로 2부행 통보를 받았다. 인천의 모든 관계자들이 아쉬웠지만, K리그 입성 후 처음으로 '득점왕(15골)'을 차지하고도 고개 숙이던 무고사의 마음은 더 쓰렸다. 하지만 절치부심 후 1년 만에 다시 웃었다.

팀이 2부로 떨어졌음에도 의리를 지키며 '파검(파랑과 검정)의 피니셔'로 남은 무고사는 2025년 K리그2에서 20골을 터뜨리면서 득점왕에 등극, 다이렉트 승격의 일등공신이 됐다. K리그 역사를 통틀어 1·2부 리그에서 모두 득점왕에 등극한 선수는 무고사가 3번째다. 하지만 앞선 선수들과 '순서'가 다르다.

과거 브라질 출신 조나탄(2015 K리그2 대구/2017 K리그1 수원삼성)과 말컹(2017 K리그2 경남/ 2018 K리그1 경남)은 K리그2에서 최다득점상을 받은 뒤 K리그1에서도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1부 득점왕 이후 2부로 내려와 최다 득점상을 받은 것은 '의리남' 무고사가 처음이다.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5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1 최다도운상을 수상한 세징야(대구FC)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2024년 11월, 강등이 확정되던 날 "내 축구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슬픈 날"이라면서 인천 유니폼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삼키던 무고사는 1년 뒤 팬들과의 승격 약속을 지키며 환하게 웃었다.

그로부터 1년 뒤 세징야는 "(강등으로) 선수단 모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겪었다"고 말한 뒤 "나는 여전히 대구 소속이고 계약 기간도 남았다. 대구가 나를 내쫓지 않는 이상 팀에 남아 무조건 싸울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엇갈린 K리그 대표 외인 무고사와 세징야. 2026년 이 무렵 두 사람의 운명은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K리그에 점점 많은 스토리가 쌓이고 있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