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우리 덕분에 우승'…훈훈한 전북, 분위기도 최고

5경기 남기고 우승 확정…K리그 최초 V10

우승 확정 후 기뻐하는 전북 선수들((전북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8/뉴스1

(전주=뉴스1) 안영준 기자 = '잘되는 집' 전북 현대는 지도자와 제자, 선배와 후배가 모두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전북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 팬 익스피리언스 이벤트 홀에서 2025 K리그1 '우승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거스 포옛 감독을 포함해 주장 박진섭과 베테랑 최철순 등 우승 주역들이 참석해 소감을 전했다.

전북은 지난달 18일 수원FC와의 33라운드에서 승리, K리그1 5경기를 남겨 놓고 우승을 조기 확정했다.

이날 우승 미디어데이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K리그 도전 첫 시즌 만에 '우승 사령탑'이 된 포옛 감독은 자신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제자들에게 돌렸다.

그는 "지난 시즌 막바지 경기 영상을 보면 그라운드 위 선수들이 참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 선수들은 멘털적으로 잘 극복하면서 나를 잘 따라와 줬다. 선수들 덕분에 일군 우승"이라면서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에도 가장 먼저 선수들이 생각났다"고 했다.

이어 함께 자리한 주장 박진섭에게는 "박진섭을 센터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바꾸면서 팀 시스템이 정비됐다. 덕분에 수비가 안정됐고 무패 행진을 할 수 있었다"면서 "박진섭은 전 세계 어느 팀에서도 찾기 힘든 리더"라며 극찬했다.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는 거스 포옛 감독(가운데). 2025.7.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박진섭은 반대로 자신과 팀의 성과가 모두 포옛 감독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전북에 온 뒤로 주로 센터백만 맡았다. 내심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열망이 있었는데, 포옛 감독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겨주시고 포지셔닝에 대해 잘 가르쳐주신 덕분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은 공과 사가 확실하다. 평소 생활은 편하게 대해주시다가 운동장에서는 스위치가 바뀌고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래서 팀이 흐트러질 때마다 분이기 장악이 뛰어났다.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새 사령탑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팀 내 후배들과 베테랑들 간 사이도 돈독했다. 이승우는 "올해 젊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건 선배들의 진심 어린 도움과 지원 덕분"이라며 선배들을 콕 짚어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조기 우승 후 젊은 선수들이 회식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형들이 엄청난 지원금을 주셨다. 형들의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잘 알게 됐다"며 넉살 좋게 덧붙였다.

우승 조기 확정 후 기뻐하는 전북 선수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8/뉴스1

이후 홍정호와 최철순의 인터뷰 시간에는, 앞서 인터뷰를 마친 후배들이 나타나 홍정호를 "회장님"이라 부르며 깍듯하게 대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홍정호는 "동생들이 참 귀엽다"며 "젊은 선수들의 활약 덕분에 우리가 위기를 이겨내고 우승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개인상 타이틀을 향한 협력도 엿보였다.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15골을 기록, 17골의 싸박(수원FC)과 경쟁하며 생애 첫 득점왕을 노리는 전진우는 "승우 형은 '넌 수비도 하지 말고 골에만 집중하라'고 든든하게 말해줬다"고 전했다.

이승우는 앞서 전진우가 15호골을 넣었을 때 '왕관 세리머니'로 전진우를 공개적으로 밀어주기도 했다.

송범근 역시 "특히 싸박에게는 절대 실점하지 않기 위해 집중했었다"고 고백했다. 전진우는 골키퍼상'을 노리는 송범근에게 "송범근이 그 상을 받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지원 사격을 했다.

박진섭은 "지난 시즌과 가장 다른 점은 위기가 왔을 때 선수들끼리 늘 소통하고 교류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는 것"이라면서 "주전으로 뛴 선수들뿐 아니라 뒤에서 기다리던 선수들도 제 몫을 다한 게 우승으로 이어졌다"이라며 함께 만든 우승임을 거듭 강조했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