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뛰어야 잘 뛴다"…홍명보 감독은 계속 '내년 6월'을 본다
이동경, 김진규, 박진섭 폼 좋은 K리거 꾸준히 신뢰
한결같은 잣대 "선수 선발 최우선 기준은 현재 폼"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부임 후 "선수 선발 최우선 기준은 현재 경기력"이라고 강조했다. 뛰는 무대나 선수 이름값 보다는 '지금의 폼'이 먼저라는 소신이다. 선수는, 결국 꾸준하게 실전에 나서야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북중미행을 확정한 후 평가전을 치르면서도 그는 "앞으로 1년 뒤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본선이 열리는 내년 6월, 어떤 선수가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느냐다. 결국 가장 폼이 좋은 선수들을 선발해야한다"고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흔들림 없이 방향 잡고 나가고 있는 홍명보호가 어느새 2025년 마지막 A매치를 앞두고 있다. 다음 평가전은 2026년 3월 재개된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은 6월이다. 새해 첫 소집 때는 최종 엔트리와 아주 유사한 면면이 호출돼야한다. 이제 평가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멤버들에 대한 저울질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11월 평가전에도 홍 감독의 '지금의 폼' 잣대는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오는 11월14일 볼리비아(대전월드컵경기장), 18일 가나(서울월드컵경기장)의 2연전에 나설 27명 명단의 가장 큰 특징은 '검증된 인물'이라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 9월과 10월 평가전에 호출됐던 이들이 재신임 받았다. 그리고 '소속팀에서 잘 뛰고 있는 선수'라는 공통점도 있다.
1년 8개월 만에 대표팀에 온 조규성은 긴 재활을 거쳐 점점 출전시간을 늘려가는 중이다. 지난 8월 유로파리그 3라운드에서 복귀전을 치른 그는 10월 풀타임을 소화할 정도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10월 A매치 때 불러 확인하려 했던 홍 감독은 조금 더 인내한 뒤 드디어 호출했다. 자신이 직접 덴마크로 날아가 현지에서 경기를 보는 열의도 보였다.
"잘 뛰면 부른다"는 기조는 권혁규 발탁에서도 잘 입증된다. 190cm 장신 수비형 미드필더 권혁규는 2024년 10월 월드컵 3차예선 때 대표팀에 호출됐다. 그땐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이후로도 대표팀 부름은 없었다. 스코틀랜드 셀틱에 진출하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임대를 전전하며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이번 시즌 프랑스 리그1 낭트로 이적한 뒤 상황을 바꿨다. 권혁규는 리그1 11경기 중 8경기에 뛰는 등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직 중원에서 황인범과 호흡할 파트너를 낙점하지 못한 홍 감독이 오랜만에 불러들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선수다.
뛰어난 재능을 갖춘 유럽파가 넘치는 2선에 이동경이라는 K리거가 점점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는 것도 홍명보호의 방향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K리그1 챔피언 전북현대 중원의 핵심 멤버 김진규와 박진섭이 호출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박진섭은 연령별 대표팀 코스를 밟지 못했고 성인무대 데뷔도 프로가 아닌 내셔널리그 대전코레일에서 시작하는 등 화려함과 거리가 있던 선수다. 그런데 서른이 넘은 나이에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에 부름 받고 김민재와 함께 스리백을 구성하고 있다. 전북 우승의 일등공신이라 평가될 만큼, 현재 폼이 좋기에 가능한 반전이다.
대표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대표팀이 소집되면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당장 A매치에서의 주문뿐 아니라 각자 소속팀 상황도 들어보고 조언한다"면서 "특히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과는 이적 문제도 조심스럽게 대화한다. 그만큼 구성원들의 '내년 6월'의 경기력이 중요한 까닭"이라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홍 감독은 "재주가 아주 뛰어난 선수도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해 감각이 떨어지면 평소 뺏기지 않을 공도 뺏긴다. 훈련만 하는 것, 벤치에만 있는 것, 진짜 뛰는 것은 엄청난 차이"라고 말한 적 있다. 그러면서 "그래서 본선 개막 무렵 선수들이 폼이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년 여름 출항한 홍명보호가 2025년 막바지로 향하는 시점까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북중미 월드컵까지 이제 8개월 남았다. 끝까지 흔들림 없어야한다. 지금 같은 과정을 통해 팀을 꾸려야 안팎의 잡음 없이 단단하게 대회에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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