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설영우·이태석, 국내파 김문환·이명재…사이드백 고민 덜었다

축구대표팀 고질적 취약 포지션 측면 수비 안정화
9월부터 네 선수 체제…치열한 내부 경쟁 시너지

축구대표팀의 든든한 사이드백 설영우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측면 수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고질적인 취약 포지션이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똘똘한 사이드백은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한국은 특히 애를 먹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 벤투 감독도, 2018 러시아 대회에 나선 신태용 감독도 본선 직전까지 좌우 수비조합을 고민했다.

한때 이영표, 송종국, 차두리 등 든든한 이름들이 대표팀 측면을 지켜줬는데 이후 한동안 적임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시간들에 비하면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홍명보 감독의 머리는 덜 아파 보인다. 유럽에서도 입지를 굳힌 설영우, 이태석에 K리그1 대전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호흡이 무르익은 김문환-이명재 콤비까지, 어느 정도 답을 찾은 모양새다.

11월14일 볼리비아(대전월드컵경기장), 18일 가나(서울월드컵경기장)와 평가전을 치르는 축구대표팀 명단이 3일 공개됐다. 홍명보 감독은 2025년 마지막 A매치이자 12월 조추첨식 전 FIFA 랭킹 포인트에 반영될 중요한 일정에 27명을 호출했다.

무릎 수술 후 합병증을 이겨내고 1년 8개월 만에 돌아온 스트라이커 조규성과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프랑스 낭트로 이적한 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권혁규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검증을 마친 '구면'이다. 이제 점점 정예 멤버로 좁혀지고 있는 홍명보호다.

측면 수비를 맡길 4명은 9월, 10월에 이어 설영우, 이태석, 김문환, 이명재로 압축됐다.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 구성은 본선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을용 아들'에서 독립한 이태석은 유럽 진출에도 성공했다. ⓒ News1 김도우 기자

한동안 대표팀 사이드백 자원 중 '상수'라 부를 수 있는 인물은 설영우 정도였다. 한국이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오르기 까지 총 63명의 선수가 아시아지역 2,3차 예선에 나섰는데 설영우는 황인범(1397분), 조현우(1297분), 이강인(1235분), 이재성(1185분), 손흥민(1165분)에 이어 6번째로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지난 2023년 6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설영우는 2년 사이 출전이 29경기까지 늘었다. 붙박이로 활약했다는 의미다. 좌우를 다 맡을 수 있는 설영우는 즈베즈다(세르비아)의 주전으로 유럽클럽대항전까지 출전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그런 설영우 외 도드라진 사이드백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홍명보 감독 부임 후 괜찮은 카드들이 늘어났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을용 아들'에서 독립한 이태석이다.

2024년 11월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돼 곧바로 데뷔전을 치른 이태석은 2025년 홍명보호 일정에 한 번도 빠짐없이 호출됐다. A매치 기록은 11경기로 늘었고 여름을 지나면서 소속팀은 포항스틸러스에서 아우스트리아 빈(오스트리아)으로 바뀌었다. 지금 흐름이라면 대를 이은 월드컵 본선도 가능해 보인다.

한동안 설영우-이태석이 플랜A로 여겨지던 흐름이었는데 본선 진출 후 강력한 경쟁 조합이 등장했다. 2025 K리그1 준우승을 목표하는 대전의 김문환-이명재 콤비가 주인공이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붙박이 우측풀백이던 김문환도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 News1 이동해 기자

과거 울산 HD에서 홍명보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이명재는 올해 초 잉글랜드 버밍엄에 입단해 유럽 진출에 성공했으나 출전기회를 잡지 못해 도태됐고 대표팀에서도 멀어졌다. 하지만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전에 입단한 뒤 폼을 되찾았고 홍명보호에도 승선하고 있다.

김문환도 다시 꽃을 피우고 있는 케이스다. 김문환은 한동안 대표팀 오른쪽 수비라인의 붙박이였다. 벤투 감독의 강한 신뢰 속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해 16강까지 4경기를 모두 풀타임 소화했다. 하지만 벤투가 떠난 뒤 입지가 줄어들었다.

어수선한 시간을 보내던 김문환은 7월 동아시안컵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펼쳤고 대회 최우수 수비수상을 수상하면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대표팀의 9월, 10월 평가전에 연이어 호출돼 출전하면서 다시 기회를 잡는 분위기다. 현재 4명의 측면 자원 중 유일한 월드컵 본선 경험자다.

아직 저울 중이지만 어쨌든 복수의 좌우 측면수비수가 좋은 활약을 꾸준히 펼쳐주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내부 경쟁자가 없는 포지션은 결국 탈이 나게 마련이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