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존중 사라진 축구판…팬들 외면 두렵지 않나 [임성일의 맥]

신태용 감독 경질 후폭풍…골프 세리머니로 절정
구성원 예의·존중 실종…"판 전체 생각해야" 토로

축구판이 또 시끄럽다. 자신만 생각하는 축구인들의 이기심이 축구판 전체에 피해를 주고 있다. 원팀을 그렇게 외치면서 정작 축구인들은 하나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축구판이 또 시끄럽다. 굳이 이럴 필요 있을까 싶은 경솔한 언행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축구판이 뭐 그렇지"라는 시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을 흐리는 이는 소수이나 결국 피해는 판 전체가 본다.

지난 8월5일 울산 HD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신태용 감독이 10월 9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2012년 성남 감독 이후 13년 만에 그가 K리그로 돌아왔을 때 이런 결말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의 평가는, 지도자 입장에서 가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부임 후 1승3무4패, 7위에서 지휘봉을 잡아 강등권인 10위로 추락했으니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런데 뒷말을 많이 낳았다.

'원정경기 골프' '폭언과 폭행' '선수단 항명' '바지 감독' 등 거친 단어가 오가는 폭로전이 펼쳐졌고 신 감독이 팀을 떠나고 치른 울산의 첫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이청용의 '골프 세리머니'로 절정에 달했다.

신태용도 이청용도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고 싶지 않다. 진실은 나중에 밝혀질 것"이라며 뒷짐 지었으나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다 한 뒤의 무책임한 수습이었다. 경질 직후 굳이 인터뷰를 활발하게 진행한 신 감독도, 곧바로 작심 세리머니를 펼친 이청용도 이기적이었다. 자신들 속은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팬들은 지금 축구판 전체를 향해 혀를 찬다.

신태용 감독은 경질 이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할 말은 많았을 수 있지만, 이런 형태는 옳지 않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황선홍 대전 감독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축구판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면서 "내 탓이오 하고 가는 거지 저렇게 막장 드라마처럼 싸우면 누가 욕먹겠는가? 당사자들만? 아니다 축구하는 사람들 모두 수준 떨어지는 집단으로 평가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 축구인은 일련의 사태가 "축구계에 만연한 '이기주의'가 불러온 제 얼굴에 침 뱉기"라고 규정했다.

K리그 구단 고위 관계자인 그는 "겉으로는 팀을 위하고 팬들이 먼저라 말하지만 결국 자기 억울함 풀겠다는 것 아니었나. 나부터 살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이기적인 행동"이라면서 "축구인들 스스로 판을 우습게 만들고 있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축구판에 배려와 존중이 사라졌다는 내부 성토가 나온 지 꽤 오래다. 내가 돋보이기 위해 상대를 깎아내리는 일은 다반사다. 팔이 안으로 굽어 잘못한 것까지 감싸고도는 구태는 다행히 축구판에서 잘 볼 수 없다. 대신, 잘한 것을 잘했다 평가받기도 어렵다.

건설적인 비판은 발전을 위해 당연히 필요하나 발목 잡기 형태가 차고 넘친다. ⓒ News1 장수영 기자

축구대표팀을 향한 평가가 대표적이다. 건설적인 비판은 발전을 위해 당연히 필요하나 발목 잡기 형태가 차고 넘친다.

승리하면 결과는 좋았으나 내용이 형편없다고 근엄하게 꾸짖고, 좋은 경기 내용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놓치면 결국 결과로 말해야 한다고 타박이다. 본선을 위해 평가전을 평가전답게 써야 한다고 훈수하다 돌연 테스트만 하다가 말 것이냐 매섭게 몰아친다.

마치 실수나 실패를 기다리는 것 같은 축구판이다. 어려서부터 그토록 '원팀'을 외치며 자랐고 지금도 후배와 제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데 정작 자신들은 하나 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스포츠는 즐거움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 선수들과 함께 즐기면서 스트레스도 날리고 행복도 느껴야 하는데 혐오로 가득한 축구판을 보면 짜증부터 난다.

축구장에 팬들이 줄어들고 있어 걱정들이 많다.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면서 한국 축구를 사랑해 달라고 하니 이런 모순에 박수칠 팬들이 얼마나 될까.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