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서 온 명장 포옛, 세심한 '멘털 관리'로 부임 첫해 우승

지난해 10위 추락한 전북의 화려한 비상 이끌어

거스 포옛 전북 감독. 2025.7.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전주=뉴스1) 안영준 기자 =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이 세심한 멘털 관리를 앞세워 K리그 도전 첫 해 전북 현대에 트로피를 안겼다.

전북은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3라운드 홈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전북은 21승8무4패(승점 71)를 기록, 2위 김천 상무(승점 55)와의 격차를 16점 차로 벌리며 남은 5경기에 상관없이 K리그1 정상을 확정했다.

이로써 전북은 2009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11·2014·2015·2017·2018·2019·2020·2021·2025년에 챔피언에 등극, 최다 우승 기록을 10으로 늘렸다.

선덜랜드(잉글랜드), 레알 베티스(스페인), 보르도(프랑스), 그리스 국가대표팀 등 주로 유럽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던 포옛 감독은 올해 처음으로 K리그에 뛰어들었는데, 첫 시즌부터 '우승 감독'이 됐다.

전북이 지난 시즌 10위로 강등 위기까지 처했던 팀이기에, 새로운 환경에 오자마자 팀을 완전히 부활시킨 포옛 감독의 능력은 더 놀랍다.

보르도 시절의 포옛 감독 ⓒ AFP=뉴스1

포옛 감독은 초호화 선수들로 구성된 전북이 반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멘털 회복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선수단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며 불안해 젖어 있던 마음가짐을 달리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

전북 관계자는 "가만히 보면 다른 시즌들과 비교해 선수 구성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고 전술이 완전히 달라진 것도 아니다"라면서 "그럼에도 성적이 나온 것은 결국 포옛 감독이 선수들의 정신력과 동기부여를 잘 만져준 덕분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곁에서 지켜보면 감독님은 프로페셔널하고 똑똑하다. 늘 스스로를 관리하고,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열정적이다. 감독이 솔선수범하니 선수들도 불만 없이 믿고 따르더라"고 했다.

유럽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지도자인 포옛 감독은 뚝심도 있었다. 초반 '포옛호'는 ACL2에서 탈락하는 등 6경기서 2무4패로 부진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다 6라운드 FC안양전에선 7명이 수비하는 극단적 전술로 1-0으로 승리, 7경기 만에 이겼다. 결과는 잡았지만 일부 팬들은 "닥공이 어디갔느냐"며 불만이었는데, 그래도 포옛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포옛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포옛 감독을 보좌하는 정조국 코치는 "워낙 경험 많은 지도자라 그런지 흔들림이 없더라. 외부의 소리나 반응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충분히 공부하고 분석해 맞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결정한다. 안양전 수비 강화도 그런 결정"이라고 소개했다.

포옛 감독의 당시 결단은 옳았다.

흔들리던 전북은 당시 그 결과로 자신감이 믿음으로 바뀌었고, 이후 상승세를 타고 공식전 25경기 무패(20승5무)라는 대단한 기록으로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선수단 관리 능력도 좋았다. 선수들을 전적으로 믿어주며 생활과 훈련에 자율성을 부여했고 그러면서 자신감을 심어줬다.

만년 유망주던 전진우가 올해 만개한 것도 포옛 감독의 신뢰가 그의 잠재성을 깨운 덕분이었다.

포옛 감독은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있으면 곧바로 경기 출전으로 기회를 줬다. 이는 팀 내 경쟁을 다양하게 만들고 선수가 감독을 더 믿고 따르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홈 팬들에게 인사하는 포옛 감독(오른쪽) 2025.2.16/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또한 긴 휴식기에는 최대 열흘의 '통 큰' 휴가를 주며 풀어줬다. 대신 전제는, 돌아왔을 때 최고의 몸상태를 갖추는 것이었다.

선수들은 프로답게 각자 상황에 맞게 휴식으로 충전도 하고, 일찍 숙소에 복귀해 운동하는 등 자율적으로 휴가를 활용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국가대표급 좋은 선수들이 많은 전북에는 포옛 감독처럼 선수를 믿고 결과로 말하도록 하는 방식이 잘 맞았다"고 귀띔했다.

한편 포옛 감독의 정신 무장은 시즌 막바지까지도 이어졌다. 전북이 워낙 압도적 레이스를 이어갔기 때문에, 중반 이후부터 사실상 우승은 전북의 것이라 보는 시선이 내외부에 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포옛 감독은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다. 그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항상 다음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면서, 선수들의 재계약 등 축구 외 행정적인 문제들은 모두 우승 전까지 '스톱'시켰다.

그렇게 포옛 감독이 선수단 내 뜬구름 잡는 분위기를 경계한 덕분에 전북은 마지막까지 전력 질주, 조기 우승에 도달했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