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전까지 검증에 검증 거듭한 홍명보호…묵묵히 계획대로 간다
브라질전 참패 후 파라과이전에서도 선발 8명 교체
9·10월 다양한 선수기용…洪 "11월부터 폭 좁힐 것"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파라과이전 승리로 10월 2연전 일정을 마무리한 홍명보 감독은 "지금까지는 다양한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전술적인 확인 작업을 거쳤다"면서 "11월부터 가용 폭을 좁힐 계획"이라고 했다. 본선 진출 확정 후 세워놓은 계획대로,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는 홍명보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4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전반 15분 상대 수비진 실수에서 비롯된 찬스에서 엄지성이 선제골을 넣었고 불안한 리드가 이어지던 후반 30분 2001년생 동갑내기 이강인-오현규가 멋진 합작품을 만들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파라과이전은 내용도 결과도 모두 중요했다. 나흘 전 브라질과의 경기가 처참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에게 진 것 자체를 맹렬하게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 애초부터 우리가 질 확률이 더 높은 상대다. 다만, 90분 내내 쩔쩔매던 내용과 0-5라는 참혹한 스코어는 예상 밖이었기에 안팎의 파장이 불가피했다.
실패를 기다렸다는 듯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차가워진 여론보다 걱정됐던 것은 선수들 어깨를 누르고 있을 부담이었다. 또 다른 실패가 두려워 자칫 발이 땅에 붙어버릴 수 있었는데, 다행히 파라과이전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각자 몫을 해냈다.
홍명보 감독도 경기 후 "오늘 거둔 승리라는 결과와 좋은 내용보다 칭찬하고 싶은 것은 직전 경기의 대패를, 심리적으로 어려웠던 상황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이는 어떤 것보다 큰 소득"이라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사령탑의 뱃심도 조명이 필요하다.
파라과이전에서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 선발명단과 비교해 8명을 바꿨다. 손흥민과 황인범 그리고 김민재 등 전방-중원-후방의 핵심 세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로테이션 멤버를 가동했다. 에너지 소모가 컸던 브라질전 출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 측면도 있겠으나 결국 '방점'은 아직 '실험' 쪽에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브라질전 참패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보다 주전에 가까운 선수들을 투입할 수 있었으나 홍 감독은 계획대로 테스트를 이어갔다. 뭇매를 맞은 스리백을 다시 운영했고, 3명의 센터백 중심에 소속팀(전북)에서 주로 수비형MF로 나서는 박진섭을 세우고 김민재를 왼쪽으로 돌리는 변화를 꾀하면서 새로운 경쟁력도 확인했다.
본격적인 '월드컵 모드'의 시작이던 9월 그리고 이번 10월 평가전까지 홍명보 감독은 불러들인 선수들을 알차게 활용했다. 포지션별 경쟁관계에 있는 선수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직간접적인 비교를 착실하게 진행했다.
9월 미국전과 멕시코전 선발명단을 비교해보면 9명이 다르다. 10월에도 홍 감독은 브라질전과 파라과이전 스타팅 라인업을 8명이나 바꿨다.
좌우 윙백으로 설영우-이태석과 이명재-김문환이 번갈아 뛰고 골키퍼 장갑도 조현우와 김승규가 나눠 꼈으며 핵심 자원 이강인과 이재성을 벤치에 두고 이동경, 배준호, 엄지성 등을 선발로 낸 것은 분명 많은 선수들을 실전에서 검증하겠다는 의지였다. 황인범을 축으로 다양한 중원 조합을 가동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눈앞에 결과에 급급해 당장 나아보이는 조합을 꺼내들지 않았기에 카드 대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가전을 평가전답게 쓰고 검증의 검증을 거치며 점점 정예 멤버로 좁혀가고 있다.
내년 6월 본선 전까지, FIFA A매치 캘린더에 정해진 평가전은 오는 11월 2연전과 내년 3월 2연전뿐이다. 대회 직전 성사되는 경기를 고려한다 해도 남은 모의고사는 5~6차례뿐이다.
홍 감독은 "10월까지는 확인해야할 부분이 있어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하지만 11월부터는 (선수 가용)폭을 좁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한 로드맵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홍명보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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