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밑바닥 경험한 아들 차두리, 나보다 훌륭한 감독 될 것"

차두리, 화성FC 초대 감독으로 프로 사령탑 데뷔
"비교 안 되는 수준까지 배워, 조언해줄 거 없다"

차범근 전 감독과 차두리 코치가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레전드 투어 IN 코리아' 기자회견에서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1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차범근(72)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아들 차두리(45) 화성FC 감독을 응원하며 "나보다 훌륭한 감독이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듯한 목소리로 밝혔다.

차범근 전 감독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7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을 마친 뒤 "(차)두리가 선수로서는 나보다 부족했으나 감독으로서는 더 훌륭한 감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두리 감독은 선수 시절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중 하나로, 국가대표로도 큰 활약을 펼쳤으나 한국 축구의 영원한 전설인 아버지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는 아버지를 뛰어넘겠다는 차두리 감독이다. 그는 은퇴 후 국가대표팀 코치, FC서울 18세 이하 팀인 오산고 감독 등을 역임하며 지도자 이력을 쌓았고 올해 K리그2에 입성한 신생 구단 화성FC의 초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이제 프로 무대에서 초보 사령탑인 차두리 감독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축구대표팀의 1998 프랑스 월드컵 본선 진출, 수원 삼성의 2008년 K리그1 우승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FC서울과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경기에서 FC서울 차두리 선수가 은퇴식을 갖고 아버지인 차범근 해설위원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15.1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그래도 차두리 감독은 2021년 오산고의 전국체육대회 우승을 이끄는 등 지도자로서 첫 발을 잘 떼고 있다.

늘 아버지와 비교됐던 차두리 감독은 19일 열린 K리그2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선수 때는 아버지만큼의 선수는 안 됐지만, 혹시 알아요, 감독으로는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라며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먼저 감독의 길을 걸은 만큼 조언해주고 싶은 부분도 있을 텐데, 차범근 전 감독은 화성 지휘봉을 잡은 뒤 정신없이 시즌 개막을 준비하는 아들과 제대로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화성 감독으로 선임됐다고 얘기를 들은 뒤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간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 문자를 받은 게 전부다. 아직 통화도 못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차범근 전 감독은 선수로서 아버지만큼 빛을 보지 못한 차두리 감독이 지도자로서 큰 성공을 거두길 진심으로 바랐다.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KEB하나은행 FA컵 결승전 FC서울과 인천유나이티드 FC의 경기에서 3:1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거머쥔 FC서울의 차두리 선수가 부친 차범근 감독에게 우승메달을 걸어준 뒤 포옹을 하고 있다. 2015.10.3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그는 "두리가 어렸을 때 내가 직접 많이 가르쳤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됐을 텐데, 아빠로서의 부족함에 늘 마음이 아팠다"며 "두리가 선수 시절 2부리그 무대를 뛰고 1부리그에서도 여러 팀을 오가는 등 축구판의 밑바닥을 돌아다니며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그런 부분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기도 한다. 그런 부분은 감독으로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독일어도 잘하고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도 지냈다. 축구 이론적으로는 나와 비교가 안 되는 수준까지 배웠다"며 "나보다 훨씬 많이 아는 만큼 내가 조언해줄 것도 없다. 두리가 감독으로선 나보다 잘할 것"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차두리 감독은 23일 오후 2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성남FC와의 원정 경기를 통해 프로 사령탑 데뷔전을 갖는다. 다만 이날 차범근 전 감독은 경기장을 찾진 않을 예정이다.

차범근 전 감독은 "두리가 경기를 보러 오라고 하는데 아직 시동이 안 걸린다. 아들이 섭섭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경기가 잘 풀려서 내 마음이 움직일 때가 되면 한번 보기는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훗날을 기약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