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20주년⑨] 20년 동안 발전했지만…"육성‧행정 등 풀어야할 과제 산적"

"환경 분명 좋아졌으나 전체적인 시스템 변화 필요"
탁상행정 지적…"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

편집자주 ...보면서도 믿기 힘들던 2002 월드컵 4강의 기적이 벌써 20주년을 맞았다. <뉴스1>은 그때의 영웅들을 만나 과거와 현재를 되짚고 새롭게 나아갈 20년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언제 떠올려도 흐뭇할 일이나 매양 '그땐 그랬지'로 끝나선 곤란하다. 더 흐릿한 기억이 되기 전에, 미래발전을 위한 값진 유산으로 활용하려는 생산적 자세가 필요하다.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강하다. /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김도용 안영준 기자 = 한반도를 들끓게 만들었던 2002년 한일 월드컵이 펼쳐진 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 동안 한국 축구도 꽤 많이 발전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잔디로 이뤄진 훈련장과 경기장이 늘어났고, 축구 전용구장이 전국 각지에 생겼다. 인프라가 잘 구축됐다. 더불어 프로팀도 많이 창단했고 K리그는 숙원 사업이던 승강제가 뿌리를 내렸다.

또한 당시 월드컵 4강 진출을 기점으로 박지성, 이영표처럼 축구의 중심인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U-20 대표팀은 지난 2019년 이강인(마요르카)이라는 스타를 앞세워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에 진출했다. 손흥민(토트넘)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였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한국 축구사는 2002 월드컵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하는 것이 그리 과하지 않을 정도로, 대회를 분수령으로 놀라운 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아직도 축구 선진국들이 수준과 비교하면 거리감이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풀어야햘 난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중 축구인들은 유소년 육성과 행정 능력 향상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선 한국 축구의 근간이 될 선수 육성 시스템은 선진국과 비교해 많이 뒤처진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기적을 바라본 어린이들은 축구화를 신고 '제2의 박지성', '제2의 안정환'을 꿈꿨다. K리그도 각 구단마다 유소년 팀을 만들면서 선수 육성에 힘을 더했다.

20년 전과 비교해 유소년들의 훈련 환경은 분명 좋아졌다. 과거 프로 선수들도 맨땅에서 경기를 했지만 현재 유소년 선수들은 천연 잔디, 인조 잔디 등에서 기량을 다듬는다. 또한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접하는 축구 정보는 다양해졌고 전문화 됐다.

대한축구협회.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눈에 보이는 인프라는 분명 향상됐지만 시스템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통해 세계 축구계 흐름을 알아가면서 유소년 육성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분명 현재 유소년 육성 환경은 잘 구축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대만큼 잘 운영되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훈련 시스템의 질적인 발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황선홍 U23 대표팀 감독 역시 "현재 어린 선수들을 지도해보면 과거와 비교해 '두루두루' 잘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대 축구에서 이는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개성'과 '특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육성하는 과정에서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지도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2 한일월드컵 기술위원장이자 현재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용수 세종대 체육학과 교수는 유소년 시스템의 전체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진학 문제, 그것과 얽힌 성적 지상주의로 이뤄지는 유소년 시스템의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선수들은 대회를 통해 기량이 성장한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1~6학년까지 각 연령별로 나뉘어 대회가 이뤄져야 한다"며 "선수들의 밑바탕 기량은 12세가 되면 이미 완성이 된다. 대회 구조를 다른 나라들처럼 바꿔야한다.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연령대에서 즐기며 축구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유소년 축구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표현할 수 있다. 초‧중‧고 선수들 모두 엘리트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그저 훈련에만 몰두한다. 그것도 부족해 개인 레슨까지 하는 구조"라며 "전체적인 시스템의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많은 축구인들이 유소년 정책과 육성 시스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직접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지성, 차두리 등 스타플레이어들도 전북 현대, FC서울 등에서 유소년 육성에 대해 힘을 쏟고 있다.

박지성 전북 현대 클럽 어드바이저. (전북 현대 제공) 2021.1.21/뉴스1

유소년 육성과 함께 아쉬운 점은 행정력이다. 여전히 프로 팀들이 대표팀을 위해 희생하는 구조가 남아있다. 또 국제무대에서 행정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거듭되고 있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야 할 대한축구협회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탁상행정만 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과거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지냈던 홍명보 감독은 "분명히 행정적인 부분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세밀한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선수 시절 일본 J리그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느꼈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전무이사 당시 현장에 적극적으로 찾아가 다양한 목소리도 듣고 대화를 많이 나누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현장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이 돼야 한국 축구가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