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친선'은 없다…형님도 동생도 이 악물고 뛴 스페셜매치
벤투호와 김학범호, 친선경기 1차전서 2-2 무
- 임성일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 vs 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정상적인 A매치를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육책처럼 마련된 경기였다.
한동안 '국대축구'에 목말랐던 축구팬들의 갈증을 풀어줄 좋은 기회였지만, 과연 뜨거울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타이틀이 걸린 대회도 아니고 다른 나라와 겨루는 국가대항전도 아니었다. 혹 K리그 올스타전처럼 '이벤트'에 그치는 것 아닌가 우려를 표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불필요한 물음표였다. '져도 되는 경기는 없고 축구 선수와 감독의 목표는 오로지 승리'라던 양팀 선수단의 각오는 고스란히 필드에 표출됐고 내용부터 결과까지 모두 팽팽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A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의 친선경기 1차전이 2-2 무승부로 끝났다. 시종일관 대등했고, 외려 형님들이 패할 수도 있던 흐름이었기에 사흘 뒤(12일) 다시 열리는 2차전이 보다 재미있게 됐다.
경기를 앞두고는 형님들의 전력이 낫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킥오프 후 경기를 지배한 쪽은 올림픽팀이었다. 형님들을 이겨보겠다는 동기부여도 좋았으나 '조직력'이라는 측면에서도 김학범호가 나은 면이 있었다.
송민규 등 새로 가세한 선수도 있었지만 다수가 이미 호흡을 많이 맞춰본 또래들이었기에 오랜만의 소집이라도 제법 맞물려 돌아갔다. 반면 A대표팀은 완전히 새로운 팀이라 부를 정도의 구성이라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다. 만약 이 흐름이 길어졌다면 형님들이 괴로울 수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골이 터졌다.
전반 14분, 사실상 A대표팀의 첫 번째 찬스에서 득점이 나왔다. 왼쪽 측면 넓은 공간에서 공을 잡은 풀백 이주용이 중앙 쪽으로 위치를 이동하다가 오른발로 중거리 슈팅, 골문 구석을 관통시켰다. 여러모로 의외였다. 소속팀 전북에서도 확실한 주전이라 볼 수 없는 이주용이 5년2개월 만에 발탁된 A대표팀에서, 그것도 자신의 주된 발이 아닌 오른발로 터뜨린 득점포였다. 축구, 역시 모른다.
의욕 충만 동생들이 잘 풀다가 일격을 맞으면서 경기는 더 뜨거워졌다. 다수의 선수들에게 이번 무대는 테스트였기에, 벤투 감독에게든 김학범 감독에게든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으니 독기를 품는 것도 당연했다. 무관중으로 펼쳐지는 경기, 선수들의 기합소리와 몸과 몸이 충돌하는 소리가 꽤 잘 들렸다.
전반전 중반이 지나면서는 A팀이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선제골과 함께 부담을 털어내면서 안정을 찾은 모양새였다. 그런 형님들을 상대로도 김학범호는 큰 동요 없이 자신들이 잘하는 것을 계속해서 선보이려 노력했다. 역시 팀으로서의 완성도가 높았다. 그리고 후반전 초반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는데, 초짜가 사고를 쳤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송민규가 원맨쇼를 펼쳐보였다. 후반 4분 우직한 드리블 돌파에 이은 슈팅을 선보였던 송민규는 1분 뒤 확실하게 존재감을 뽐냈다. 수비수 3명 사이에서 절묘한 드리블을 선보이던 송민규는 침착하게 슈팅까지 마무리,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번이 첫 발탁이었는데 진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기세가 오른 올림픽팀은 후반 13분 승부를 뒤집는 것까지 성공했다. 김대원의 중거리 슈팅이 조현우 골키퍼 맞고 튀어 오른 것을 조규성이 머리로 문전에 다시 붙였는데, 이것이 권경원 다리에 잘못 맞고 자책골이 됐다.
추가골 과정에 행운과 불운이 교차했으나 동생들이 결코 부족함 없었던 경기다. 역전을 허용한 A대표팀이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집중력을 높여 균형을 재차 맞추려 노력했으나 의지만으로 될 수 없을 정도로 김학범호의 전력이 만만치 않았다. 거의 백중세였고, 슈팅 장면까지 이어진 것은 이후에도 올림픽팀이 더 많았다.
자칫 형님들의 망신으로 끝날 수도 있던 흐름이었는데, 경기 막판 극적으로 탈출했다. 후반 44분 역습 상황에서 김인성이 빠른 드리블 돌파 후 내준 공을 이정협이 오른발로 마무리, 기어이 동점골을 뽑아냈다. 최근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위기의 이정협이 위기의 벤투호를 구한 결과가 됐다. 이 득점과 함께 2차전이 더 흥미진진해졌다.
결국 최종 스코어 2-2로 마무리됐다. '사이좋은 무승부'라 표현한다면 경기를 보지 않은 사람이다. 동생들은 진짜로 형님들을 이기고 싶었고, 형님들은 결코 아우들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수준을 떠나 선수들의 자세는 국가대항전을 방불케 했다. 축구에 '친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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