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대 감독은 만화 같은 조건? 도전에 초 칠 필요는 없다
- 임성일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표팀 일정이 끝난 뒤 하루 정도의 여유가 있어 선수들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때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배고픔을 느꼈다. 한국축구는 정말 배고픈 환경에 놓여 있다. 비용 생각하지 않고 (차기 감독 후보들을) 만나겠다."
지난 5일 첫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나온 김판곤 위원장의 발언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선배로서 또 실무 책임자로서 반드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아주 어렵고 힘든 일을 수행해야하는 자리에 올라 있는 그이지만, 김 위원장은 "어쩌면 이런 현실을 파악한 것이 내게는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지금 상당히 신중하다"는 말로 도전을 향한 강한 의지와 의욕을 동시에 피력했다.
당시 위원회는 2시간30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신태용 감독을 포함한 후보군을 두고 새 감독을 뽑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후보군은 대략 10명 안쪽에서 추려질 전망인데, 냉정하게 볼 때 외국인 감독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게 중론이다. 기준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김판곤 위원장은 "이제 월드컵이라는 대회의 수준에 맞았으면 좋겠다.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나라의 격에 어울리는 감독이었으면 좋겠다"면서 "그러기 위해 월드컵 지역예선 통과 경험을 가졌거나 대륙컵 대회 우승 경험이 있거나 세계적인 수준의 리그에서 우승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축구철학에 부합하는 감독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소개했다.
국내 지도자가 후보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월드컵 지역예선 통과 경험'을 지녀야한다. 그렇다면 전임 감독들로 제한되는데 2014년 홍명보 감독은 협회 전무이사를 맡고 있고 2010년 허정무 감독은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다. 2006년은 아드보카트, 2002년은 히딩크였고 그 앞에 대회까지는 먼 과거다.
김판곤 위원장 역시 신태용 감독 외 다른 국내 지도자가 후보에 속하냐는 질문에 "이왕 수준을 높게 잡다보니까 조건과 맞는 분이 잘 보이지 않고, (있더라도)현직을 떠나 행정을 하는 분도 있다"면서 "따로 고민하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외국인 감독 확률이 크게 높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이들 중 '철학'이 맞는 이들로 다시 추려야한다. 대한축구협회가 지향하는 '철학'과 '색깔'은 '능동적인 축구스타일로 승리를 추구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득점 상황을 창조해내는 '능동적인 공격전개',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주도적 수비리딩', 상대의 볼 소유에서 우리의 볼 소유가 됐을 때 매우 강한 카운트어택을 구사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공격전환' 등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세웠다. 나아가 "선수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실수에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강한 체력과 위닝 멘털리티를 지녀야 한다"고 김 위원장은 덧붙였다.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능동적 축구'다. 소유권 이후 지향점은 전진이고 침투라는 이야기다. 김판곤 위원장은 "보편적인 현대축구의 트렌드에 한국 축구의 특징과 강점을 가미해서 정립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상적인 축구고 만화 같은 상상이라는 지적과 함께 현실과 동떨어진 방향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차피 월드컵 본선에 나가면 또 수비에 중점을 둔 축구를 할 것인데 능동적인 공격전개가 되느냐"는 일종의 비아냥도 들렸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발목잡기다. 도전하려는 의지에 미리 초를 칠 필요는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준비하고 있는 분야는 축구고 스포츠다. 도전적으로 진취적으로 뛰어들 분야다.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꺾으리라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 상상 속의 일들이 보다 현실로 많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하는 과정인데, 시작도 하기 전에 서로에게 태클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김판곤 위원장은 "팀의 체질을 개선해서 좀 더 강한 대표팀으로 만들고 싶다. 정말로 전력이 나아져서 선수들 마음의 부담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소망이 들었다"는 고백을 전했다. 선수들을 위해 "어떻게든 좋은 감독들을 설득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김판곤 위원장과 축구협회는 힘을 내 도전해야하고, 축구 팬들은 지지와 응원을 보내야할 때다. 지적과 비판은 진행상황을 보고 해도 늦지 않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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