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탈을 벗고, 웃으면서 발톱 드러낸 캡틴 기성용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이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18.6.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이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18.6.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뉴스1) 임성일 기자 = 러시아 월드컵 성패가 걸려 있는 스웨덴전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의 주장 기성용의 발언을 들으며 '믿음직스럽다'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은 꽤 괜찮은 선수단 리더를 보유했다는 생각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8일 오후 3시(이하 현지시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스웨덴과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1차전을 치른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사상 2번째 원정 대회 16강에 도전하는 한국으로서는 반드시 승점, 나아가 승리를 챙겨야할 상대다.

경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 3시부터 한국대표팀의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한국 선수단을 대표해서 신태용 감독과 주장 기성용이 배석했다. 월드컵 데뷔전을 앞두고 있는 신 감독은 "정말 긴장되지 않는다. 담담하다. 우리가 준비했던 것만 잘 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전했다.

그리고 커리어 3번째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캡틴 기성용은 "일단 이제 월드컵이 시작된다는 생각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그렇고 팀도 마찬가지, 준비는 끝났다. 많은 팬들에게 좋은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생각보다 표정은 밝았고 예상했던 것과 분위기가 달랐다.

사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기성용의 심리는 다른 이들보다 무거웠다. 책임감이 컸는데, 그의 마음가짐은 지난 7일 볼리비아와의 평가전(0-0) 후 나온 발언으로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당시 기성용은 "최종예선부터 지금껏 팬들에게 똑같은 말을 해왔다. '기대해 달라' '최선을 다하겠다' 식으로 이야기했는데, 내가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 많이 힘들다"라는 제법 놀라운 속내를 공개했다.

월드컵이라는 무대가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고, 다른 쪽으로 바라봤을 때는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는 각오이기도 했다. 확실한 것은, 기성용의 월드컵은 다른 22명의 월드컵보다 더 무겁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기 하루를 앞두고는 더 짓눌리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달랐다.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동료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18.6.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그는 "선수들이 너무 경직돼 있으면 조금 더 편안하게 준비하게끔 도와주려 노력했고, 반대로 가끔씩은 분위기가 너무 가벼워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도 내 몫이었다"고 자신만 아는 과정이 있었음을 전한 뒤 "이제는 이 경기를 즐겼으면 좋겠다. 월드컵은 정말 선수 인생에서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다. 모두가 좋은 경험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밝은 표정으로 발톱을 드러낸 그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느낌이었다.

예의 바르고 소위 도발을 하지 않는 한국 선수들의 특징과 달리, 이날 기성용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스웨덴 관중이 더 많을 것이라는 질문에 그는 "관중이 많았으면 좋겠다. 스웨덴 팬이든 한국 팬이든 크게 중요치 않다. 최대한 많은 관중이 와서 이 경기를 월드컵 분위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에 대한 긴장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솔직히 월드컵 경험을 따지면 우리가 한국보다 많다. 지금 스웨덴 대표팀에 월드컵 무대를 밟아본 선수들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많다"면서 "개인적으로든 팀적으로든 준비는 다 끝났다. 이제 경기장 안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순한 것까지는 아니나 선한 양의 이미지가 있었던 최근의 기성용이 아니었다. 탈을 벗어 던졌다. 이제는 진짜 전쟁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고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자신부터 에너지를 발산했다.

이날 공식회견 후 한국은 오후 3시부터 마지막 훈련을 가졌다. 앞서 12시부터 진행된 스웨덴의 훈련장이 무겁고 적막한 공기가 흐른 반면 한국은 유쾌하고 흥겨운 분위기에서 펼쳐졌다. 그 중심에 스타일 바꾼 캡틴 기성용이 있었다. 리더가 든든하다는 것은 분명 큰 힘이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