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지법 쓰듯 성큼성큼… 이승우, '카드'가 되고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이승우가 세네갈과의 마지막 평가전을 하루 앞둔 10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Leogang) 스타인베르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전캠프 마지막 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이승우가 세네갈과의 마지막 평가전을 하루 앞둔 10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Leogang) 스타인베르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전캠프 마지막 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레오강(오스트리아)=뉴스1) 임성일 기자 = 축지법이라도 쓰는 양 성큼성큼 전진해 형님들과의 경쟁을 따라잡는 분위기다.

한 달 전만 해도 이승우라는 선수에게 월드컵은, 적어도 2018년 러시아에서 펼쳐지는 월드컵은 상관이 없는 무대라 생각했다. 지난달 14일 예비 엔트리에 약관의 공격수 이승우가 이름을 올리고, 21일 파주NFC에 소집됐을 때만해도 팀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활력소 정도로 간주됐던 게 사실이다.

또래 사이에서는 탁월한 기량을 자랑했다지만 곧바로 A팀에 들어와서, 그것도 월드컵이라는 부담스러운 무대를 준비하는 팀에 녹아들 수 있을지 의문이 따랐다. 하지만 신데렐라 축구화를 신은 이승우는 거침없이 내달렸다.

지난달 28일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선발로 출전, 측면 미드필더로 뛴 이승우는 후반 15분 손흥민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새내기답지 않은 과감한 플레이로 팬들의 큰 환호성을 끌어냈다. 현역 시절 누구 못지않은 끼를 자랑했던 이천수 JTBC 해설위원은 "이승우의 A매치 데뷔전이었다. 형들 사이에서, 그 정도의 관중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나흘 뒤, 이승우는 대표팀의 월드컵 출정식 경기를 겸했던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경기에서 후반 35분 이재성을 대신해 투입돼 조커로 필드를 밟았다. 그 이튿날인 2일, 이승우는 당당히 러시아 월드컵에 나설 23명의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큰 뉴스였으나 그것도 서막에 불과했다.

사전캠프인 오스트리아 레오강에 도착했을 때, 그래서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을 때 이승우는 다소 격차가 보인다는 느낌이 있었다. 특히 5일 진행된 강도 높은 '컨디셔닝 프로그램' 때는 힘이 부치는 모양새였다. 다음날 만난 그에게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느껴지냐 물었더니 아무렇지 않듯 "원래 뛰는 것을 좀 못한다"며 웃었고, 그의 말대로 이후 밀리는 법이 없었다. 훈련을 거듭하며 선배들과 보폭을 맞추더니, 외려 앞서기 시작했다.

7일 인스브루크에서 진행된 볼리비아전. 이승우는 문선민과 함께 좌우날개로 선발 출전했다. 손흥민과 이재성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고 김신욱이 황희찬과 투톱을 이루는 등 낯선 조합이었고 그래서 매끄럽지 않은 전개를 보여 팬들을 답답하게 했던 경기다. 그 속에서 이승우는 반짝거렸다.

이날 왼쪽 날개로 선발 출격한 이승우는 후반 15분 교체 아웃될 때까지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해내며 또 한 번 신태용 감독과 팬들의 눈도장을 받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손흥민이 없는 시간 동안 실마리를 푼 것은 이승우였다. 근성도 투지도 넘쳤다. 후반 10분, 상대 공을 차단하기 위해 발이 아닌 머리부터 몸을 던지던 '슈퍼맨 수비'는 적잖은 화제를 일으켰다.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1일 오후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그로딕 다스 골드버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비공개 평가전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태용호는 이날 세네갈과의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0-2로 패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18.6.12/뉴스1

지나치게 개인적이라던 플레이도 달라졌다. 자신이 풀어주면서 동시에 해결까지 했어야했던 연령별 대표팀에서의 플레이와 달리 A팀의 이승우는 보조자 역할에 충실한 느낌이다. 이리저리 흔들거나 날카로운 패스를 뿌리며 손흥민과 황희찬을 돕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마치 오래도록 손발을 맞춰온 선수처럼, 이승우는 팀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의 마지막 스케줄이던 세네갈과의 최종 평가전에도 이승우는 선발로 나섰다. 비공개로 진행된 경기라 그의 활약상까지 볼 수는 없었지만 결국 꾸준하게 신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세네갈전 형태는 4-4-2에 가까웠을 공산이 큰데 수비는 장현수-김영권 중앙 조합에 왼쪽 김민우 오른쪽 이용이 배치됐다. 포백 위로 기성용과 구자철이 중앙MF로 나서고 이승우는 이재성과 좌우 날개로 나서 김신욱-손흥민 투톱을 도왔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작은 부상을 입은 황희찬(스트라이커)과 박주호(왼쪽풀백)가 빠진 것 외에는 필요한 위치에 나가야할 선수가 출전했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결국 이승우는 본선을 밟을 확률이 높은 인원에 포함된다는 방증이다. 선발 11명, 적어도 교체까지 14명 안에는 이승우라는 카드가 들어가 있을 확률이 높다. 이승우의 월드컵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