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이어 박경훈도 경질… 2년도 어려운 1년살이 감독

박경훈 감독이 성남FC 사령탑에서 중도하차했다. 부임한지 1년만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박경훈 감독이 성남FC 사령탑에서 중도하차했다. 부임한지 1년만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감독을 '파리목숨' '모기목숨'에 빗대는 게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한국만의 유난한 일도 아니지만 최근 K리그의 감독들의 '수명'을 보면 지도자들의 한숨도 이해가 간다.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는 것은 특이할 것도 아니고, 이제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되는 것도 심심치 않다.

박경훈 감독이 성남FC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성남 구단은 29일 오전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박경훈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감독께도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경훈 감독이 성남 사령탑에 오른 것은 지난해 12월1일이었다. 결국 1년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쫓겨난 셈이다.

K리그 클래식 7회 우승에 빛나는 성남은 지난해 강등이 결정되자 학구파이자 전술가인 박경훈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2014시즌을 끝으로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에서 물러났던 박 감독은 전주대 축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고 성남FC와는 그해 7월부터 선수강화위원회 위원으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성남 구단은 "박경훈 감독은 성남의 선수강화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구단의 철학과 방향성까지 잘 이해하고 있다. 성남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적임자로 낙점했다"고 전했다. 대외적으로는 '장기적 안목'인 듯 했으나 결과적으로 당장 우승을 바란 꼴이 됐다. 박 감독은 애초 계약 기간인 2년조차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제주를 떠날 무렵 "사퇴를 결심하고 제주도를 좀 다녀봤는데, 왜 팀을 이끌었던 지난 5년 동안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면서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살았다. 이제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했던 박 감독은, 그때보다도 큰 부담 속에서 성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만난 박 감독은 여기저기서 우승 1순위로 꼽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하며 "성남이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우승후보로 꼽는 게 당연하지만 챌린지가 그리 호락호락한 무대가 아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올해 팀을 잘 다져서 내가 계약을 맺고 있는 시간 안에 1부에 올라가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그 2년도 허락지 않았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박경훈의 성남은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챌린지에서도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뒷심을 보인 것도 맞다. 한때 최하위 근처에 머물던 성남은 결국 4위로 시즌을 마감하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어느 정도 팀이 갖춰졌고 때문에 내년을 기대해 볼만했으나 선택은 경질이었다.

김병수 감독은 '비운의 천재'에 이어 '비운의 감독'으로 남게 됐다. 1년살이 감독들이 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박경훈 감독 외에도 1년살이 감독이 또 있다. 서울 이랜드FC는 지난 17일 "김병수 감독과 한만진 대표이사가 2017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영남대를 '대학최강'으로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김병수 감독의 프로무대 도전은 그렇게 1시즌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의문투성인 경질이었다. 당시 이랜드는 "후임 대표이사로 호텔, 레저와 스포츠 등 그룹의 미래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현수 대표를 내정하고 공석이 된 사령탑을 채워줄 새로운 감독 물색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축구계에서는 "결국 새 대표이사가 오니 그 대표이사와 함께 할 새 감독을 뽑겠다는 의도"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1년 전에도 같은 모양새였다.

서울 이랜드는 올 1월9일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박건하 감독의 사임 소식을 전했다.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건하 감독은 신임 대표이사 체제에서 팀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구단의 뜻을 받아들여 합의하에 감독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고 했다. 그때도 '신임 대표이사 체제에서의 새 출발을 위해'가 감독 교체의 큰 이유였다. 그때 대표는 이번에 물러난 한만진 대표다.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도 최소한의 시간은 필요한 법이다. 당장 뚝딱 결과를 내면 좋겠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지도철학을 선수들과 공유해 팀으로 녹이려면 3년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실적으로 3년은 쉽지 않더라도, 1년은 심하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