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강철 동반인터뷰② '축구 유토피아'를 향한 배려의 동행

황선홍 FC서울 감독(오른쪽)과 강철 코치가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1.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인터뷰 도중 황선홍 감독과 강철 코치는 한 번씩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반응은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파악했을 때 나왔다. 짧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자신은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생각하는데 상대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니 기막혀 했다.

강철 코치는 축구 외에는 다른 것을 알지도 못하고 바라보지 않는 황선홍 감독의 외골수 기질을 희석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자 황 감독은 "많이 내려놨다"고 항변했다. 황 감독은 강철 코치가 선수들을 대하거나 훈련할 때의 '강성 기질'을 다소 유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그러자 강철 코치는 "예전에 비해 엄청 부드러워졌다"고 따졌다. 이 대화의 끝은 공통적으로 웃음이었다.

서로가 달라지기를 원하고 권했지만 사실은 쉽게 변하지 않는 축구 열정이 서로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존중하는 근본적 배경이었다. 그런 축구 철학이 두 사람을 오랜 동반자로 만들었다. 풋풋한 대표팀 막내 시절부터 어느덧 중년 지도자가 된 지금까지, 둘을 하나로 엮어주는 공통분모는 좋은 축구 그리고 '축구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꿈이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이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1.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감독과 코치가 아닌 인생의 동반자

"아니, 여기서(구리 훈련장) 다리 하나만 건너면 강남이다. 20년 만에 서울로 올라왔는데 좀 주위도 다녀보고 그래야하는 것 아닌가? 내가 몇 번을 말했다. 제발 사복 좀 입고 밖에 좀 다니자고. 커피라도 마시고 오자고. 그런데도 맨날 트레이닝복 입은 채 주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고 집에 가서 또 축구를 본다." - 축구 밖에 모르는 감독이 원망스러운 코치

"사실 옛날(포항 시절)보다는 시간을 너무 빼앗긴다. 그때는 숙소에서 생활할 때라, 나도 내 방에만 들어가면 바로 녹화 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여기는 출퇴근을 해야 하니까 시간이 쉽게 부서진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나도 충분히 즐기고 있다." - 자신도 놀만큼 놀고 있다 주장하는 감독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상하 관계가 엄격한 편이다. 어려서부터 함께 운동하며 자란 선후배라면 더더욱 그렇고 나아가 한 팀에서 엮인 감독과 코치라는 관계설정이 추가된다면 말할 것 없다. 이 정도의 티격태격도 흔한 그림은 아니다.

황선홍 감독은 "난 이 친구를 코치로 여기지 않는다. 상하관계가 아니라는 뜻"이라면서 "전문적으로 처리할 것, 큰 틀에서 결정해야할 것 등 맡은 일이 다를 뿐 누가 위에 있고 누가 아래인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축구관이 비슷한 인생의 동반자"라는 견해를 밝혔다.

돌아보니 어느덧 30년 가까이 동고동락이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인간적인 정도 들었을 시간이다. 하지만 그냥 옆에서 많이 오래 본다고 자연스럽게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애정을 갖고 곁에 있는지, 얼마나 서로를 알기 위해 노력했는지에 따라 갈린다. 마음을 열어야 마음을 얻는 법인데, 자신보다 상대에 대한 설명이 더 신나고 자연스러웠다.

강철 코치는 "감독님은 현역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적어도 축구적으로는 완벽해야하는 성격이다. 절대로 지기 싫어하는 것도 그때랑 차이가 없다.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좀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웃으며 말한 뒤 "좋은 축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는 분이다. 어떻게 다음 경기를 할까 내내 고민하다 그 경기 끝나면 그 다음 경기를 고민하는 뜨거운 분"이라 소개했다.

황 감독에게 '인간 강철, 남자 강철'을 물었다. 그는 "좋은 놈, 좋은 사람이다. 강철 코치가 내 곁을 떠난다면 너무도 아프고 힘들 것이다. 언젠가는 헤어져야하겠지만 지금은 어렵다"면서 "감독이라는 직업이 어디에서, 누군가에게 고충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 친구는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또 제3자 시각으로 내게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공통적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따라가는 입장인 강철 코치의 충성도도 높지만 황선홍 감독이 강 코치를 바라보는 신뢰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 감독은 "감독 초기에는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려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것들을 강 코치에게 맡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한 발 떨어져서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면서 "혼자서 다하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선택은 내가 하지만 조언은 충분히 듣는다. 강철 코치가 정말 많이 도와준다"고 강한 신뢰감을 전했다.

강철 FC서울 코치가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1.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진짜 팀을 위해

지난 2011년 겨울의 일이다. 부산 아이파크에서의 3년을 보내고 친정 포항의 사령탑으로 막 부임한 황선홍 감독을 만났을 때다. 그는 부산에서의 3년이, 수많은 시행착오가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노라고 회상했다. 당시 황 감독은 "계약기간 3년을 놓고 나름 로드맵을 세웠다. 첫해는 50% 정도를 채우고 2년차에 70%에 도달할 수 있다면 마지막 3년째에 승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니 100이 아닌 다시 0이었다"고 회고했다.

축구란 그만큼 쉬운 게 아니었다. 그런 생채기를 소중하게 품고 진행한 포항에서의 5년. 지도자 황선홍은 한 단계 이상 도약했다. 지난 2013년 '더블(정규리그+FA컵)'을 포함해 굵직한 성과를 냈다. 의욕과 달리 좌충우돌의 연속이던 부산 때에도, 조금씩 추구하는 축구를 위한 뿌리가 내리던 포항 시절에도 황 감독 옆에는 강철 코치가 있었다. 그냥 보조자가 아니었다.

강 코치는 축구를 위해 필요하다면 강철 같은 조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성격이 불같아서 참거나 품는 스타일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직언을 한다"고 말한 뒤 "어떤 문제가 발생해 나름대로 심사숙고해서 의견을 드리면 감독님이 많이 받아주신다. 물론 마찰도 빚고 충돌도 있지만, 수긍을 해주시는 경우가 많다. 믿어주시니까 가능한 일"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관련해 황 감독도 고마워했다.

황선홍 감독은 "내 축구관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에서 안 좋은 길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받아들인다. 완전히 틀린 게 아니라면 강 코치 의견을 수렴한다. 그래야 이 친구도 다른 선수들을 대할 때 일관성 있게 진행할 수 있다. 이 친구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권한도 필요한 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강 코치가 소소한 부분까지 잘 챙겨주기 때문에 난 큰 틀만 고민하면 된다. 믿을 수 있으니까 많이 의견을 듣는다"고 덧붙였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오른쪽)과 강철 코치가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1.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두 사람은 대화 내내, '강 코치만 마다하지 않는다면' '감독님은 어떠신지 모르겠지만'이라는 전제를 깔고 자신의 마음을 토해냈다. 동반자라는 것이 느껴진 단면이자 함께 가야할 곳을 같이 보고 있음이 느껴진 배려였다. 이는 곧 평소에도 같은 꿈을 교감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황선홍 감독은 "이기는 것도 좋지만 '진짜 팀'이 되고 싶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하나 된 팀, 그런 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황 감독이 종종 말하는 "축구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를 위해 팬을 위해 기본적으로 최선을 다해 열과 성으로 뛰어야하는 것"이라는 소신과도 맥을 같이하는 발언이다.

그런 '축구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황선홍 감독은 강철 코치와 쉼 없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이제 그 호흡이 펼쳐질 공간은 FC서울이다. 지금껏 맡았던 팀보다는 여러모로 '빅팀'이다. 현실화 가능성은 높아졌다. 게다 부임한지 5개월 만에 정규리그 우승과 FA컵 준우승이라는 열매도 맺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이제 시작이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었다. 이제 막 2016시즌이 끝났지만, 그래서 이미 2017년 준비에 여념이 없다.

황선홍이라는 선장과 강철이라는 부선장이 키를 잡고 있는 배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좋은 축구'를 위한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이다. 밖에서 볼 때는 뜬구름 같은 목표겠지만 적어도 두 사람의 눈에는 언젠가부터 그곳이 보이고 있다. 그곳에 닿을 수 있는 시점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언젠간 닿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도 확실하다. 적어도 함께라면 두려움 없기에, 그래서 아직은 맞잡은 손을 놓을 수가 없다.

황선홍-강철 동반인터뷰① "환갑은 되어야 헤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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