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조남돈 상벌위원장 "전북 징계, 경남 사례와 형평성 고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제18차 상벌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운데) 및 관계자들이 K리그 심판 매수 관련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영증 심판위원장, 한웅수 사무총장,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조긍연 경기위원장, 조남돈 상벌위원장. 2016.9.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지예 기자 =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파문을 일으킨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가 올 시즌 승점 9점 감점· 벌과금 1억원의 징계를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0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제18차 상벌위원회를 열고 "2013년 전북 스카우트 A씨가 K리그 심판들에게 금품을 준 사실에 관해 전북 구단에 1억원의 벌과금을 부과하고 올 시즌 승점 9점을 감점한다"고 밝혔다.

징계 발표에 앞서 허정무 부총재, 조긍연 경기위원장, 조영증 심판위원장, 조남돈 상벌위원장, 한웅수 사무총장 등 프로축구연맹 임원 5명이 고개 숙여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이들은 "과거에 벌어진 일이지만 일부 구단과 심판의 그릇된 행동으로 축구를 사랑하는 팬 여러분께 큰 실망감을 드렸다. 연맹 임직원 일동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깊이 반성하고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심판 판정의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전북의 스카우트였던 A씨가 심판 2명에게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취지의 묵시적 청탁과 함께 뒷돈을 건네 국민체육진흥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됐고, 28일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심판 B씨를 2차례 만나 각각 100만원씩 건넸고, 또다른 심판 C씨와는 3차례 만남을 갖고 100만원씩 도합 300만원을 교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스카우트 A씨와 전북 구단은 심판에게 단순한 개인적 차원의 금품 제공이라고 주장했지만 연맹은 3가지 이유를 들어 해당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먼저 스카우트의 급여 수준을 고려할 때 1회 100만원은 적지 않고, 그러한 금액을 심판들에게 대수롭지 않게 줄 만큼 A씨가 심판들과 특수하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 심판들에게 돈을 줘야할 A씨의 개인정 사정도 없었으며 해당 심판이 이미 경남 구단에도 부정 청탁을 받았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계를 내렸다.

조남돈 상벌위원회장은 "전북 구단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팀이기 때문에 그만큼 손상시킨 한국 축구의 위신은 더 크다"며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여론을 충분히 참작해 징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상벌위원회는 사건에 연루된 심판이 사건 발생 당시인 2013년 전북에 배정됐던 8경기를 재분석한 결과 해당 심판이 승부조작을 시도하려는 정황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징계는 징계 자체로서 효력을 갖고 집행 가능할 때 곧바로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발효되는 시점은 올 시즌으로 결정했다.

이번 징계는 지난해 구단 대표이사가 심판을 매수했던 경남FC의 징계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당시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경남FC에게 승점 10점 감점 및 제재금 7000만원을 부과했었다.

다음은 조남돈 상벌위원장과의 일문일답.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제18차 상벌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조남돈 상벌위원장이 K리그 심판 매수에 관련된 전북 현대의 징계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상벌위원회는 전북현대 스카우터가 2013년 K리그 심판들에게 금품을 준 사실에 대해 전북 구단에 1억 원의 벌과금을 부과하고, 2016시즌 승점 9점을 감점했다. 2016.9.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전북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사건은 지난 5월 알려졌다. 상벌위원회를 뒤늦게 열게 된 이유는.

▶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데 있어 애로가 많았다. 경남 사건의 경우 관계자들이 즉시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관련 자료를 준비해왔다. 그래서 사실을 확정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는데 이번 전북 사건의 경우 금품을 제공한 A씨가 청탁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금액 또한 부인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전북 구단은 스카우트 개인의 돌출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상벌위원회 조사 및 자료 요청에 성실하게 협조하지 않았다. 사실 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징계를 내릴 수 있나. 일일이 파악하느라 상벌위원회를 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 것을 양해 구한다.

- 전북은 A씨 개인의 돌출 행위로서 구단은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상벌위원회의 입장은 어땠나.

▶ 조사 결과 전북 구단 지휘부가 이번 사건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따라서 개인이 벌인 사건으로 밝혀졌는데 상식적으로 연봉 8000만원을 받는 A씨가 심판과의 만남에서 1회당 100만원을 선뜻 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구단에서도 알고 묵인했다고 미루어 짐작하지만 징계는 사실 관계와 규정만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 구단이 직접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직원을 관리 및 감독할 책임이 있다.

- 이번 징계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

▶ 현재 리그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행위가 가진 객관적 의미와 징계 양정 요소를 보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경남 구단 사건을 수사할 때 부수적으로 드러난 만큼 규모에도 차이가 있다. 경남의 경우 구단 사장이 직접 비자금을 조성해서 구단 코치가 심판 4명에게 19회에 걸쳐 총 6400만원을 제공하는 등 조직적이었다.

하지만 전북 사건은 구단 직원이 심판 2명에게 5회에 걸쳐 500만원을 건넸다. 금품 액수, 출처와 제공 과정에서의 구단 수뇌부의 직접적인 관여 여부 등에서 차이가 있다.

경남 구단에 승점 10점을 감점하고 제재금 7000만원의 징계를 부과했다는 점을 비추어보면 전북 사건도 객관적인 징계를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상벌규정상 1부리그와 2부리그의 제재금에 차등을 둘 수 있는데 경남은 2부 리그로 떨어졌을 때 징계를 내렸다. 2부 리그의 경우 1부 리그에 해당하는 제재금의 절반 수준이다.

- 승점 9점을 감점한 이유가 있나.

▶ 이번 사건에 연루된 심판들이 2013년 전북에 배정됐던 8경기에서 전북이 얻은 승점은 12점이었다. 그런데 경기를 재분석한 결과 해당 심판들이 특별히 전북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거나 승리를 위해 경기 결과를 조작하려는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그 점을 감안했다.

- 일각에서는 이탈리아 유벤투스 구단처럼 강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 강등은 합리성과 객관성이 없다. 유벤투스 사례는 전북 구단의 사례와 질적양적 모두 다르다. 유벤투스 사례는 구단 단장이 자기 아들이 설립한 회사까지 개입시켜 조직적으로 심판 매수 공작을 진행해 승부조작을 한 건이다. 전북 사건을 유벤투스에 견주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상벌위원회는 전북이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팀인만큼 더 한국 축구의 위상을 손상시켰다고 보고 응분의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여론도 충분히 참작했다. 연맹은 가감 없이 승부조작 등을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징계의 경중 여부는 각자 판단하기 나름이다.

- 승점 삭감 시기를 올해로 결정한 까닭은.

▶ 일부에서는 승점을 내년에 감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징계는 징계 그 자체로서 효력을 발휘하고 부수적 효과를 감안해 징계를 내리면 일관성과 형평성이 무너진다. 징계는 집행 가능할 때 유불리를 떠나 바로 주는 것이 원칙이다.

hyillil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