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호 서울시청 감독 "박은선 논란, 이기주의서 비롯"

서울시 체육회 "진상조사 및 해당 구단 사과하라"

김준수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왼쪽)이 7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시체육회에서 박은선(27, 서울시청) 성별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 후 6개구단의 성별논란 안건을 공개하고 있다. 앞서 박은선의 소속팀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 구단 감독들은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박은선의 성별 논란을 제기하며 다음 시즌에 박은선을 WK리그 경기에 뛰지 못하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2013.11.7/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과욕, 욕심에 의한 이기주의다"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 김진수 서울시 체육회 사무처장 등은 7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시 체육회 1층 강당에서 박은선(27·서울시청)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성별을 확인하자는 주장은 당사자의 인격과 자존감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성별논란은 두 번 다시 재론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서정호 감독은 "결국은 팀 간의 경쟁이다. 과욕과 욕심에 의한 이기주의"라면서 "국내 지도자들이 담합해서 이런 일을 만들어 놨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성별 논란을 일으킨 여자실업축구 감독들을 성토했다.

그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진행되는 것이다. 서울시청의 박은선이 아니라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선수다"고 강조했다.

김진수 사무처장은 "6개 구단은 소속 감독들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데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며 "공식 사과를 요청한다"고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서 감독은 "올해 초 제주도에서 실업팀끼리 모여서 함께 동계훈련을 진행했다. 당시 서울시청의 전력은 7위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시즌에 들어가 서울시청이 좋은 성적을 거두니까 7, 8월부터 이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부분이 결국 승부와 관련됐다는 것이다. 이기주의가 이런 결과를 나오게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 구단 감독은 지난 달 19일 모임을 갖고 박은선의 다음 시즌 출전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6개 구단은 이를 공문으로 만들어 여자축구연맹에 제출했다.

서울시청이 공개한 6개 구단이 여자축구연맹에 제출한 공문에는 '2013년 12월31일까지 출전여부를 정확히 파정하여 주지 않을시 서울시청팀을 제외한 실업 6개 구단은 2014년도 시즌을 모두 출전 거부한다는 의견'이라고 명시돼있다.

서 감독은 "6개 구단 감독들이 모이고 3일 뒤 박은선에 대한 내용을 들었다. 이에 대해 실업팀 감독 모임 회장인 이성균 수원FMC 감독에게 항의를 했고 사과를 들었다"며 "사적 자리에서 농담으로 한 말이 어떻게 유출됐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렇게 끝날 일이 아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 있다. 선수 한 명의 인생이 걸린 일이다"고 밝혔다.

6개 구단 감독은 박은선이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대표팀에서 왜 선발을 안 하느냐고 주장한다.

박은선이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서 감독은 "박은선은 그 동안 팀에서 이탈하고, 다시 합류하는 등 잡음이 있었던 선수다'며 "과거 박은선이 소속팀에서 이탈했을 때 대표팀에 소집되기도 했다. 몸이 안 만들어진 상태에서 대표팀에 소집돼 받는 스트레스가 컸다. 그런 것을 알기에 월권이지만 대표팀 감독에게 부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항간에 문제가 있어 박은선을 안 뽑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0년 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것은 박은선이 팀 이탈 중이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청은 성별 판정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박은선 성별 판정에 대한 재론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서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대한축구협회, 아시아축구연맹 등에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여자 선수로서 생활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한 제시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남성 호르몬 수치가 일반 여성보다 높다고 여성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의학계 진단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시청은 FIFA, 대한축구협회, 아시아축구연맹 등에서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성별 판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다면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구단이 리그 보이콧을 무기로 요구한다면 응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서 감독은 논란이 발생한 후 박은선과 꾸준히 통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보다 박은선이 많이 성숙해졌다. 방황을 끝내고 마음을 다잡고 운동하는 데 이런 문제가 터져서 더 안타깝다"며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했기에 타의에 의해 무너질 부분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yjr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