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카보베르데의 기적'이 일깨워준 진리

월드컵 32개국서 48개국 확대…4팀 첫 출전
약팀 선전, 강팀 고전…'경기력 저하' 우려 지워

이상철 스포츠부 차장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지난 12일 개막해 전 세계 축구팬을 열광하게 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은 두 가지 상징성이 있다.

먼저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 북중미 3개국이 공동 개최하면서 역대 가장 많은 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다. 지금껏 월드컵 공동 개최 사례는 2002년 한국·일본 대회가 유일했다.

또한 가장 많은 48개 팀이 출전하는 첫 번째 월드컵으로, 총 104경기가 치러진다. 32개 팀이 경쟁했던 직전 2022년 카타르 대회보다 40경기나 늘어났다.

FIFA가 월드컵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회 규모를 확대한 건 처음이 아니다.

초대 월드컵인 1930년 우루과이 대회에선 13개 팀만 본선 무대를 밟았고, 1954년 스위스 대회부터 16개 팀으로 틀을 잡았다. 이어 1982년 스페인 대회에서 24개 팀,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 32개 팀으로 늘렸다. 그리고 이번 북중미 대회에선 월드컵 본선 진출의 문턱을 더 낮췄다.

이런 FIFA를 향한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돈 버는 데 혈안'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질보다 양을 택해 세계 최고의 축구대회에 걸맞지 않게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반대만 하는 건 아니다. FIFA의 외연 확장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도 있다.

FIFA의 211개 회원국(협회) 중 절반이 넘는 나라가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월드컵 무대를 한 번이라도 밟기를 희망하는 나라에 꿈과 희망을 주면서 더 많은 축구팬이 열기를 느끼고 즐기는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대회에선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카보베르데, 퀴라소 등 4개국이 대회 규모 확대로 월드컵 첫 출전의 꿈을 이뤘다. 번번이 예선에서 좌절했던 이라크, 콩고민주공화국, 아이티, 스코틀랜드, 노르웨이 등도 모처럼 본선 무대에 올랐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대회 초반엔 FIFA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분위기다. 약팀이 강팀을 잡는 예측불허의 승부가 이어지며 열기가 더더욱 뜨거워지는 중이다.

카보베르데는 월드컵 데뷔전에서 '우승 후보' 스페인과 비기며 세계 축구팬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캐나다와 카타르도 각각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스위스를 상대로 역사적인 월드컵 첫 승점을 땄다.

비록 스코틀랜드에 석패했지만, 아이티 선수들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변방' 신세였던 아시아의 선전까지 이어졌다. 한국과 호주는 각각 체코, 튀르키예를 제압했고, 일본은 강호 네덜란드와 무승부를 거두는 저력을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두 차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우루과이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은 끝에 비겼다.

'영원한 강자는 없고, 공은 둥글다'는 축구계 속설은 다시 한번 입증됐다. FIFA 랭킹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했으며, 콧대 높던 유럽과 남미는 자존심을 구겼다.

볼 것 많고 즐길 것 많던 월드컵이지만, 이번 북중미 대회는 더더욱 특별하다.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와 퀴라소를 비롯해 평소 알기 어려웠던 진흙 속 진주 같은 팀을 접할 수 있다.

16일까지 104경기 중 16경기를 마쳤다. 7월 20일 결승전까지 색다른 볼거리를 즐길 경기가 많이 남았다. 축구의 재미에 더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이번 월드컵이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