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롱도르 첫 수상' 뎀벨레, 바르사에서 쫓겨나 PSG서 '인생역전'
프로 데뷔 초반 기대에 못미치는 성장으로 조롱 받기도
PSG서 음바페 떠나고 포지션 바꿔 '최고의 선수'로 우뚝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우스만 뎀벨레(파리생제르맹·PSG)의 발롱도르 수상은 한 편의 '인생 역전'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더 큰 여운을 남긴다. 뎀벨레는 여느 선수들처럼 프로 데뷔 후 승승장구하며 꽃길만 걸은 게 아니다. 그의 축구 인생 대부분은 시련과 좌절의 연속이었고, 그런 어려운 시기를 모두 이겨내고 마침내 세계 최고의 별로 우뚝 섰기에 오늘의 발롱도르 수상이 더욱 값지다.
뎀벨레는 2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열린 2025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남자 선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발롱도르는 프랑스 축구 전문지 프랑스풋볼이 주관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축구 시상식으로, 전 세계 100명으로 구성된 기자단 투표로 수상자를 뽑는다.
뎀벨레가 발롱도르를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뎀벨레는 한 시즌에 3개의 우승(트레블)과 발롱도르를 모두 경험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이전까지는 리오넬 메시(마이애미)만이 보유했던 기록이다.
뎀벨레는 2015년 스타드 렌(프랑스) 2군에서 1군으로 콜업, 처음 프로에 진출했다. 이후 2016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를 거쳐, 2017년 바르셀로나(스페인)로 입성하는 등 프로 데뷔 초반에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서의 시간은 악몽이었다. 높은 기대를 받고 이적한 바르셀로나에서 뎀벨레는 호화 공격진에 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잦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경기력이 저하, 모처럼 출전해도 존재감이 없었다. 근육 부상만 14회를 당했고 멘탈까지 흔들리면서 불성실한 훈련 태도 등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팬들은 물론 전문가들까지 뎀벨레를 향해 '거품이 끼었던 선수'라고 비판했다. 성장은 멈췄고, 뎀벨레는 잊힌 선수가 됐다.
결국 바르셀로나는 뎀벨레를 헐값에 팔아치웠다. 사실상 쫓아낸 것과 다름없었다. 도르트문트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할 당시 이적료가 1억3550만파운드(약 2546억원)였으나, 바르셀로나에서 PSG로 옮길 때는 몸값이 3분의 1 수준인 4350만파운드(약 818억원)까지 떨어졌다.
PSG에서도 초반엔 쉽지 않았다. 킬리안 음바페가 버티고 있는 PSG에서 뎀벨레는 중앙 공격수가 아닌 측면 날개로 뛰었다. 바르셀로나 시절보다는 나았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반전은 2024-25시즌을 앞두고 음바페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하면서 시작됐다. PSG의 간판이자 슈퍼스타인 음바페가 떠나며 PSG의 전력은 물론 뎀벨레의 파괴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음바페로부터 팀 간판스타 자리를 넘겨받은 뎀벨레는 득점력은 물론 팀에서의 책임감 등 경기력과 멘탈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다른 선수로 바뀌었다. 포지션 변화도 신의 한 수였다.
페널티 박스 안 결정력이 뛰어났던 뎀벨레는 음바페 대신 최전방을 맡으면서 실력이 만개했다.
뎀벨레는 리그1에서 윙으로 뛰었던 초반 14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으나, 15라운드 올랭피크 리옹전부터 최전방 공격수로 옮긴 뒤로는 15경기에서 16골을 터뜨리며 펄펄 날았다.
득점에 눈을 뜬 뎀벨레는 이 시즌 공식전 53경기 35골 16도움이라는 경이로운 스탯을 쌓았다.
단순히 음바페가 떠났기에 뎀벨레가 어부지리로 행운을 거머쥔 건 아니다. 한때 안일한 자기 관리로 지탄을 받았던 뎀벨레는 PSG 입단 이후부터 피나는 노력을 했다.
부상 방지를 위해 개인 전문 치료사와 프랑스 영양사를 고용해 철저한 몸 관리와 건강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데 힘쓰는 한편, 개인 추가 훈련까지 하며 재기를 다짐했다.
그랬기에 이날 뎀벨레가 들어올린 발롱도르 트로피는 더욱 값지다.
바르셀로나에선 굴욕적 통보와 함께 쫓겨났고, PSG에서도 음바페의 이어 2인자였던 그가 이제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다.
'인생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 뎀벨레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PSG 입단 이후부터 내게 일어났던 변화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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