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도 영하…'유로파 올인' 토트넘 4강 상대 보되/글림트는 어떤 팀?
'원정 팀 지옥'이라 불리는 북위 67도 홈구장 변수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4강전에서 만날 보되/글림트(노르웨이)는 팬들에게 생소한 클럽이다. 중소리그의 무명 클럽으로, 그동안 유럽대항전에선 조별리그도 통과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홈에선 극강이다. 북극 옆에 자리한 인구 5만의 소도시 보되는 5월에도 영하의 날씨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왕국'이다. 이번 시즌 UEL 토너먼트에서 보되/글림트 원정을 떠났던 팀들은 모두 패하고 돌아갔다.
토트넘은 5월 2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2024-25 UEL 4강 1차전을, 9일 오전 4시 노르웨이 보되 아스프미라 스타디움에서 2차전을 각각 치른다. 1·2차전 합계에서 더 앞선 팀은 22일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리는 단판승부 결승전에 나선다.
UEL 4강까지 진출한 팀이지만, 유럽 축구를 즐겨보는 팬이라 해도 보되/글림트를 잘 아는 이는 많지 않을 듯하다.
유럽에서도 변방에 속하는 노르웨이 리그 클럽이고, 그마저도 2017년까지는 2부리그에 머무르던 '그저 그런' 팀이었다.
그러나 보되/글림트는 2020년대 1부리그에 안착한 뒤 유망주와 주축 선수들을 끌어모으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후 5년 동안 1부리그에서 4회 우승하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특이한 팀 이름도 눈길을 끈다. 1916년 글림트라는 이름으로 창단했으나 1948년 노르웨이 내에 비슷한 이름의 여러 구단들이 생기자 연고지를 넣어 보되/글림트라는 현재의 독특한 구단명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보되-글림트'로 표기했지만 신문기사나 베팅 사이트에서 혼란이 생겨 독특하게도 구단명에 슬래시를 넣었다.
노르웨이 리그 1인자가 되면서 보되/글림트는 꾸준히 유럽대항전을 노크했다. 하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UCL) 플레이오프, UEL 조별리그, UEFA 콘퍼런스리그(UECL) 8강이 전부였을 만큼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개편된 UEL 시스템에서 리그 페이즈를 4승2무2패로 36개 팀 중 9위로 마치더니, 토너먼트에서도 연달아 기적을 쓰며 4강까지 올라왔다.
이는 보되/글림트는 물론 노르웨이 클럽을 통틀어 유럽대항전 최고 성적이다.
보되/글림트 돌풍의 배경에는 원정 팀들이 힘을 못 쓰는 '겨울왕국' 보되의 특성도 한 몫을 한다.
노르웨이 북쪽 북위 67도에 자리 잡은 보되는 수도 오슬로보다 북극이 더 가깝다. 5월에도 최저기온은 영하를 기록할 만큼 일 년 내내 눈으로 덮여 있는, 춥고 혹독한 도시다.
인구 5만명의 소도시지만 약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스프미라 스타디움은 홈 컬러인 노란색으로 가득 들어찬다. 팬들은 구단을 상징하는 '노란색 대형 칫솔'을 흔들며 원정 팀들을 위협한다.
기록도 증명한다. UEL은 플레이오프부터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졌는데, 보되/글림트는 원정에선 전패했지만 홈에서 큰 점수 차로 승리해 4강까지 왔다.
플레이오프에선 트벤테(스위스)를 상대로 원정에서 1-2로 졌지만 홈에서 5-2로 이기며 뒤집었고, 16강에선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의 홈 1차전서 3-0으로 이겨 원정 2차전 1-2 패배에도 8강에 올랐다.
백미는 8강전이었다. 우승 후보 1순위였던 라치오(이탈리아)를 만나 홈에서 2-0으로 이기며 대회 최고의 이변을 일으켰다. 원정에서 1-3으로 졌지만 승부차기 끝에 승리해 극적으로 4강에 올랐다. 원정 전패지만 홈에서 만큼은 전승이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토트넘이 크게 앞서 있다. 하지만 토트넘도 춥고 생소한 원정과 보되/글림트의 상승세는 분명 부담이다.
세틸 크누센 보되/글림트 감독은 "이전까지 난 기적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팀 자체가 기적이라 믿게 됐다.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또 다른 기적을 쓰겠다"며 토트넘전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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