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헤딩 끝 '요미우리 입단' 이건희 "꿈 이뤘으니 역사 쓰겠다"

[인터뷰] 프로 미지명 후 NC 불펜포수 활동
일본 2군 하야테 거쳐 요미우리와 육성선수 계약

이건희(왼쪽)가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육성선수 계약을 맺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홈페이지 캡처)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프로야구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건희(26)는 '무명 선수'였다. 그의 경력은 NC 다이노스 불펜포수로 1년간 활동한 게 전부였다.

그런 이건희가 최근 일본프로야구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육성선수 계약으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그의 우상인 이승엽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의 좌우명인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처럼, 3년간 묵묵히 쏟아낸 노력 끝에 빛을 봤다.

이건희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라며 "(NC에서 나와) 입대한 뒤 일본 무대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하나씩 계획했다. 착실하게 준비했던 게 이제 빛을 봤다. 정말 감격스럽고 꿈만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북고와 단국대를 졸업한 이건희는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호명되지 않았다. 야구선수의 진로가 막혔지만, NC에서 불펜포수로 뛸 기회를 얻었다. 선수는 아니지만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건 그에게 큰 축복이었다.

이건희는 "야구를 그만두고 싶었는데, NC 구단에서 불펜포수를 제안했다. 이 또한 기회라 생각했다. 부모님도 '불펜포수를 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길을 찾아보자'고 격려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역할은 불펜포수지만, 야구선수로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모두가 잠든 시간인 새벽 4시 야구장으로 나와 개인 운동으로 땀을 흘렸다. 훈련 지원을 마친 뒤에도 운동은 계속됐다. NC D팀(잔류군)의 선수가 부족할 때 실전을 소화하기도 했다.

NC 관계자는 이건희에 대해 "비록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컸던 선수"라며 "새벽에 먼저 나와 운동하고, 팀 훈련이 끝난 뒤 마무리할 정도로 매우 성실했다"고 전했다.

NC 다이노스 불펜포수 시절의 이건희. (NC 다이노스 제공)

NC 불펜포수 경력은 1년이었다. 이건희는 2024년 2월 현역으로 입대, 야구공을 잠시 내려놓아야 했다. 그렇지만 머릿속에는 야구선수로서 미래를 그려가기 시작했다.

이건희가 도전장을 던진 무대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그는 "전역 후 어떤 일을 하는 게 가장 좋을지 고민하다가 야구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자기 계발 시간에 일본어 공부를 해왔는데, 나아가 일본 독립리그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포수 포지션인 만큼 일본어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한국보다 야구 수준이 높은 만큼 가서 뭐라도 배워올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또한 성격이 조금 독특한데, 남들이 걸어온 길을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한 번 일본에 가서 성공의 역사를 써보자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전역한 이건희는 모교인 단국대를 찾아가 일본 진출을 위해 본격적으로 운동했다. 직접 발품을 팔아 일본 독립리그 구단인 하야테 벤처스 시즈오카의 트라이아웃에 참가,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하야테 유니폼을 입은 이건희는 일본프로야구 2군 리그(웨스턴 리그) 30경기에서 타율 0.224와 타점 7개를 기록, 존재감을 보였다. 그리고 반년 만에 포수 자원이 필요한 요미우리의 관심을 받아 이적했다.

이건희가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육성선수 계약을 맺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홈페이지 캡처)

이건희는 "지바 롯데 마린스와 원정 경기 때 하야테 구단 사장님께서 '오늘 하야테 선수로 마지막 날이다. 요미우리로 이적한다'고 말씀하셨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꿈인가 싶었다. 한국에서 못한 걸 이뤘다는 생각에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와 육성선수 계약을 맺은 이건희는 요미우리 1군 선수단과 인사를 나눴다. 이승엽 요미우리 1군 타격코치는 이 자리에서 이건희의 입단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입단식에서 "헝그리 정신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이건희는 요미우리 소속으로 9경기에 출전해 타율 0.111과 4볼넷, 3타점, 도루 저지 1회를 기록했다.

그는 "최고 명문 구단인 요미우리의 일원으로 경기에 뛰게 돼 감사함을 느꼈다. 또 다른 야구 스타일을 배운 것도 영광"이라며 "나의 최대 장점은 성실함이다. 다시 시작하는 만큼 부상 없이 좋은 활약으로 어필하며 시즌을 잘 마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