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슬레틱스 지분 확보한 박찬호 "MLB 구단주가 오랜 꿈"
컨소시엄 팀61 결성, 7000만 달러 투자
애슬레틱스 첫 한국인 빅리거 배출 '새로운 도전'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메이저리그(MLB) 구단주가 되는 건 제 오랜 꿈이었다."
투자 컨소시엄 '팀61(Team61)'을 이끌어 메이저리그 애슬레틱스의 지분을 확보한 '코리안특급' 박찬호(53)는 감격에 벅찬 표정이었다.
박찬호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예전부터 만나온 메이저리그 구단주를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나도 저런 구단주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팀61은 애슬레틱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7000만 달러(약 1027억 원) 규모를 투자하기로 했다. 5500만 달러(약 807억 원)의 투자를 완료했고, 1500만 달러(약 220억 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승인을 거쳐 최종 투자될 예정이다.
한국 자본이 메이저리그 구단 지분을 확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찬호는 이번 투자로 애슬레틱스 지분의 3% 이상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찬호를 중심으로 결성된 팀61에는 헐리우드스타 켄 정과 대니얼 대 킴, 그리고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도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팀61이 투자한 7000만 달러는 애슬레틱스의 신축 구장 건설, 2028년 '새 연고지' 라스베이거스 이전으로 투입된다.
다만 이번 투자가 애슬레틱스 구단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아니다. 박찬호도 "마지막 1500만 달러 투자의 절차가 마무리되더라도 우리가 경영권을 행사할 힘은 안 된다"고 전했다.
박찬호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애슬레틱스 구단주 존 피셔의 수석고문으로 합류, 선수 육성과 아시아 전략 수립 및 추진에 관한 자문을 맡는다.
그는 "수석고문으로서 스카우트, 투수 육성, 그리고 한국 선수 영입과 한국 기업 유치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애슬레틱스가 새로운 팬덤을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는 2010년까지 빅리그 무대를 누비며 역대 아시아 투수 최다 124승 기록을 세웠다.
그는 LA 다저스, 텍사스 레인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뉴욕 메츠, 필라델피아 필리스, 뉴욕 양키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등 수많은 팀의 유니폼을 입었으나 애슬레틱스에서 뛴 적이 없다.
박찬호는 '인연이 없는' 애슬레틱스와 손을 맞잡은 배경에 대해 "먼저 개인적으로 피터 오말리 전 다저스 구단주의 도움으로 샌디에이고 등 다른 구단의 지분 참여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미 팬 베이스가 탄탄한 구단은 지분 배분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슬레틱스가 오클랜드를 떠나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를 옮긴다고 발표했을 때 인맥을 통해 (피셔 구단주를) 만났다"며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팀은 완전히 새롭게 팬 베이스를 확장해야 했다. 게다가 라스베이거스는 한국과 관광, 프로모션 등으로 밀접한 도시이기도 했다. 2시간 동안 만나면서 왜 박찬호를 파트너로 삼아야 하는지를 적극적으로 설득했다"고 부연했다.
애슬레틱스 역시 한국 야구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동석한 피셔 구단주는 "수많은 곳을 다녔지만, 한국은 더더욱 특별하다. 야구를 정말 사랑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라며 "어제(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를 관전했는데,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이 경기 내내 치어리더의 유도 속에 열정적으로 응원하더라. 그런 광경을 처음 봤다"며 놀라워했다.
피셔 구단주는 "야구는 문화, 언어, 세대를 넘어 사람을 잇게 하는 놀라운 힘이 있다.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도 그 힘의 방증"이라며 "박찬호, 팀61과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고 이야기했다.
마크 바데인 애슬레틱스 사장도 "한국 야구팬의 열정은 종목을 불문하고 벤치마킹하고 싶은 정도다. 그 열정을 라스베이거스 새 구장으로 가져가고 싶다"며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 경기하거나 KBO리그 팀을 라스베이거스로 초대하고 싶다. 둘 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구자' 박찬호부터 고우석(미네소타 트윈스)까지 총 30명의 한국인 선수가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애슬레틱스가 한국인 빅리거를 배출한 적은 없는데, 이는 박찬호의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박찬호는 "아직 애슬레틱스에 한국 선수가 없다는 것이 내게는 하나의 큰 임무"라면서 "한국 선수가 애슬레틱스 모자를 쓰고 라스베이거스의 어마어마한 새 구장에서 활약하는 모습, 제가 처음 빅리그에서 시작했던 그 모습을 다시 한번 그려보겠다"고 말했다.
바데인 사장도 "전 세계 인재 확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 구단 스카우트도 한국에 와 있다"며 한국 선수 영입에 관해 관심을 보였다.
한편 팀61에 참여한 할리우드 배우 켄 정은 "박찬호가 투자를 요청했을 때 '일생일대 기회'라고 판단했다. 또 하나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과정에 동참하게 돼 영광"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켄 정은 "구단 경영권을 가질 지분은 아니지만, 내 투자를 통해 새 구장에서 핫도그 판매대 정도의 운영권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배 터지게 핫도그를 먹겠다"고 재치 있는 소감을 전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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