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보다 완급…류현진·노경은·고영표, '형님들' 관록투 빛났다[WBC]
도합 4이닝 깔끔하게 틀어 막아…타이밍 뺏는 투구 돋보여
'제구 불안' 곽빈·박영현·김택연 등 영건들에 모범 사례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세월의 흐름에 구속은 많이 느려졌지만, 베테랑의 경험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류현진(39)과 노경은(42), 고영표(35) 등 야구대표팀의 '형님 라인' 3인방이 어린 후배들 앞에서 제대로 된 '실전 과외'를 선보였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WBC 대비 공식 평가전에서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와 3-3으로 비겼다.
마운드의 힘이 돋보였다. 한국은 정예급 멤버로 나선 한신 타선에게 7안타만 내주고 3실점으로 잘 틀어막았다. 9안타를 때리고도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한국은 이날 선발 곽빈을 필두로 노경은, 손주영, 고영표, 류현진, 박영현, 김택연 등 7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2회에만 3실점 한 곽빈을 제외하곤 모두 무실점 투구를 했다.
그러나 투구 내용을 들여다보면 투수 별 차이가 컸다. 젊은 투수들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반면, 베테랑 투수들이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곽빈의 뒤를 이어받은 대표팀 '최고참' 노경은이 시작이었다.
노경은은 3회말 등판해 캠 더베이니를 3루수 뜬공, 치카모토 코지를 중견수 뜬공, 오야마 유스케를 포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했다. 한신 타자들이 배트 중심에 맞히기 힘들 정도로 공 움직임과 완급 조절이 빼어났다.
5회 등판한 고영표도 인상적이었다. 대표팀 유일의 사이드암 투수답게 많은 땅볼을 유도했다. 나카노 다쿠무를 투수 앞 땅볼로 처리했고, 더베이니는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구마가이 다카히로에게는 3루수 옆으로 빠지는 2루타를 맞았는데, 사실 노시환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실책성 안타'에 가까웠다.
그러나 고영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득점권 위기에서 오야마 유스케를 3루 땅볼로 유도해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관록투'의 화룡정점은 류현진이었다. 그는 6회 등판해 7회까지 2이닝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6회엔 마에가와 유코, 나카가와 하야토, 다카테라 노조무를 모두 땅볼로 잡았고, 7회에도 오노데라 단, 시마무라 린시로를 연속 땅볼로 돌려세웠다. 체인지업을 앞세운 류현진 특유의 완급 조절에 한신 타자들이 꼼짝 못 했다.
류현진은 7회 2사 후 다니바타 쇼고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오바타 류헤이에게 109㎞ 슬로커브를 던지는 등 '힘 뺀 투구'로 유격수 뜬공을 유도했다.
이날 베테랑 투수들 세 명의 구속은 영건들에 비하면 빠르지 않았다. 타이밍을 빼앗고 존 구석을 찌르는 제구력이 타자들을 돌려세운 비결이었다.
반면 곽빈, 손주영, 박영현, 김택연 등 어린 투수들은 모두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강한 공을 던지겠다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볼넷을 남발한 결과였다.
물론 투수에게 강한 구위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구위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빠른 공이라도 눈에 익으면 맞아 나갈 수밖에 없고, 원하는 곳에 던지지 못하는 빠른 공은 '무용지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현진을 비롯한 선배 투수들 역시 이런 과정은 몸으로 체득했기에, 구위가 많이 떨어진 현재까지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날 한신과의 평가전에서 보여준 선배들의 투구 내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보재였다. 실전까지 불과 며칠이 남지 않았지만, 후배들의 입장에선 다시 한번 큰 깨달음을 가져가야 할 경기였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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