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영입전' 뼈아픈 패배…토론토, WS서 다저스에 설욕 노린다

2023년 FA 오타니 영입전서 막판 패배…"시린 겨울"
32년 만에 WS 오른 토론토, 오타니의 다저스와 대결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32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오른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이번 무대가더 특별하다. 상대가 마침 LA 다저스이기 때문이다.

2년 전 스토브리그에서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1)의 영입에 실패한 뒤 큰 상처를 입었던 토론토는, 바로 그 오타니가 이끄는 다저스와 왕좌를 두고 격돌한다.

토론토와 다저스의 월드시리즈(WS·7전 4선승제)는 25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열린다.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스토브리그에선 크게 맞붙은 적이 있다. 오타니를 둘러싼 충돌이었고, 다저스가 오타니에게 10년 7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계약을 안기며 승자가 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2일 두 팀의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2년 전 토론토의 오타니 영입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매체는 "오타니 영입전의 패배는 토론토 구단 역사의 큰 비극이었고, 토론토는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면서 "토론토는 오타니에 대한 적개심은 많이 사라졌지만 마음의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토론토는 오타니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오타니가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의 스프링캠프 훈련 시설을 확인하고 싶다고 하자 선수들을 내보내고 해당 시설을 폐쇄했다. 오타니의 영입 시도를 극비에 부치기 위한 것이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과 토론토 경영진은 텅 빈 시설에서 오타니가 탄 검은색 SUV를 맞이했다.

슈나이더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마치 대통령이 오는 것 같았다"고 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블루제이스 감독. ⓒ AFP=뉴스1

오타니는 훈련 시설 구석구석을 확인했다. 훈련장을 둘러보던 중 내부 TV를 통해 두 명의 선수가 캐치볼 하는 모습이 보이자 우려를 표했고, 구단 관계자는 "이곳이 아니라 다른 시설에서 훈련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훈련 시설의 클럽 하우스는 오타니의 유니폼과 운동복, 그가 좋아하는 소품들로 채워졌다.

MLB닷컴은 "구단 관계자 중 누군가는 오타니가 어떤 주스를 좋아하는지, 어떤 커피를 마시는지 알아내는 임무를 맡았을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심지어 토론토는 오타니의 애완견 '데코이'를 위한 옷도 준비했다.

오타니가 선물을 모두 챙겨 떠나자, 토론토는 영입전에서 승리했음을 확신했다.

하지만 토론토는 끝내 좌절했다. 오타니는 다저스의 구애에 흔들렸고 토론토엔 계약 결렬 전화를 해 의사를 전했다.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오타니 측에게서 받은 전화는 내 인생에서 가장 받기 힘든 전화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메리칸리그 정상에 오른 토론토 블루제이스. ⓒ AFP=뉴스1

토론토는 오타니 영입엔 실패했지만 빠르게 팀을 정비해 아메리칸리그 정상에 올랐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7차전 혈투를 벌인 끝에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의 승자가 됐다.

토론토는 1992~1993년 2년 연속 정상에 오른 뒤 32년 만에 대권의 기회를 잡았는데, 상대가 다저스라는 점에서 동기부여는 더욱 크다.

다저스는 오타니를 영입한 첫 시즌인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린다. 지난해 우승 숙원을 풀었던 오타니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선 '투타 겸업'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MLB닷컴은 "토론토가 정규시즌 승률이 더 높지만, 이번 시리즈는 다윗(토론토)과 골리앗(다저스)의 대결로 비쳐질 것"이라며 "돈과 재능이 고갈되지 않는 다저스와 신흥 강자 캐나다인의 대결이자, 토론토 대 오타니의 대결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다저스가 훌륭한 팀이라는 걸 알지만, 우리 팀도 못지않다"면서 각오를 다졌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