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에선 '쩔쩔', 애틀랜타서 '펄펄'…김하성, 터닝포인트 잡았다

탬파베이서 0.214 빈타, 애틀랜타선 0.327…주전 유격수 굳건
내년 애틀랜타 잔류 가능성↑…시즌 후 FA 계약도 기대

김하성(30·애틀랜타 브레이브스).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프로 스포츠에선 이적이 끊이질 않는다. 선수와 팀의 이해관계, 새로운 계약 성사 등에 따라 만남과 이별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선수 중에선 유독 특정 팀에서 잘하거나,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기량 저하나 부상 등의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팀 내부 분위기와 팬들의 성향, 연고지 환경 등에 따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잦다.

빅리거 김하성(30)이 그런 경우다. 탬파베이에서는 그렇게 안 풀리더니 새 소속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는 궁합이 잘 맞아 보인다. 아직 많은 경기를 치르지 않았기에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이적 전후의 성적이 눈에 띄게 달라진 김하성이다.

김하성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웨이버 공시된 후 애틀랜타로 이적했다.

KBO리그에선 거의 없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웨이버 이적'은 시즌 말미 심심치 않게 나온다. 몸값이 부담스러운 기존 구단과 전력 보강을 원하는 새로운 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때 발생한다.

다만 김하성의 이적은 갑작스러웠다. 김하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탬파베이와 1+1년 계약을 맺었고, 부상으로 인해 7월에야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몸값이 다소 부담스럽다고는 해도 FA 계약 후 한 시즌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김하성을 내보내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고 있는 김하성(오른쪽). ⓒ AFP=뉴스1

그러나 이 이적은 김하성에게 '터닝포인트'가 되는 모양새다. 탬파베이에서 다소 주춤했던 김하성은,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고 연일 활약 중이다.

김하성은 19일 현재까지 올 시즌 39경기에 출전해 0.257의 타율과 3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경기 수가 적은 것을 감안해도 썩 좋은 성적이 아니다.

그러나 애틀랜타 이적 후만 떼어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탬파베이에서 뛴 24경기에서 0.214의 타율에 2홈런 5타점에 그쳤던 김하성은, 애틀랜타에서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7(52타수 17안타)과 1홈런 8타점 등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도 0.794다.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모든 지표에서 완벽한 반등을 일궜다.

탬파베이에선 부상 회복도 완벽하지 않았고, 돌아온 이후에도 도루를 시도하다 다시 부상을 당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반면 애틀랜타에선 완벽하게 몸 상태를 회복한 뒤 제 기량을 펼쳐 보이고 있다.

팀 환경도 김하성에겐 적잖은 영향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스몰 마켓'인 탬파베이에서 김하성은 팀 내 연봉 1위(1300만 달러)였다. FA 이적 첫해라 많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고, 김하성 스스로도 부상으로 공백이 컸기에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컸을 수밖에 없다.

김하성(30·애틀랜타 브레이브스). ⓒ AFP=뉴스1

하지만 애틀랜타에선 상황이 다르다. 전통적으로 과감한 투자가 많은 애틀랜타에선 김하성의 연봉이 팀 내 8번째다. 2000만 달러를 넘게 받는 오스틴 라일리, 맷 올슨, 크리스 세일이 있고, 2년 전 40(홈런)-70(도루)을 기록했던 간판타자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에게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쏠린다.

이전 소속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김하성이 '빛나는 조연' 역할을 수행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연일 이어지는 김하성의 활약은 애틀랜타 입장에서도 반갑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좌절된 애틀랜타는 내년 시즌을 염두에 두고 김하성을 영입했다. 공석과 다름없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김하성이 꿰차고 공수에서 활약을 펼쳐주면서 애틀랜타의 불안 요소 하나가 해결된 셈이다.

김하성은 당장 올 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opt out·계약 파기)으로 다시 FA 시장에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16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편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특히 새로운 팀 애틀랜타와 좋은 궁합을 보인다는 점도 김하성이 1년 더 남아야 할 또 다른 이유다. 내년 시즌 건강한 모습으로 애틀랜타에서 풀시즌을 소화한다면, 김하성은 이듬해 진정한 'FA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