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영상 3회·18년 원클럽맨…'다저스 전설' 커쇼, 마지막도 에이스답다

2010년대 초반부터 리그 호령…2014년 사이영·MVP 동시 수상
올 시즌 1년 계약, 재기 후 은퇴…명예의 전당 입성 확실시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사이영상 3회 수상에 최우수선수(MVP) 1회, 1점대 평균자책점 시즌(규정 이닝 기준) 2회. 한때 '커쇼'는 에이스를 상징하는 이름과도 같았다.

메이저리그 한 시대를 풍미했던 클레이튼 커쇼(37·LA 다저스)가 마운드를 떠난다. 18년간 한 번도 팀을 옮기지 않은 '원클럽맨' 커쇼가 은퇴를 선언했다.

다저스 구단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커쇼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면서 "20일 샌프란시스코와 경기가 커쇼의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커쇼는 2006년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다저스에 입단해 2008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는 18시즌 동안 다저스 한 팀에서만 뛰며 452경기에 등판해 2844⅓이닝 222승 96패, 평균자책점 2.54, 3039탈삼진 등을 기록했다.

2011년, 2013년, 2014년엔 사이영상을 받았고, 11번 올스타에 발탁됐다.

사이영상 시즌 중에서도 2013~2014년은 커쇼 전성기의 절정이었다. 2013년엔 16승9패 평균자책점 1.83에 232탈삼진을 솎아냈고, 이듬해인 2014년엔 21승3패 평균자책점 1.77과 239탈삼진으로 직전 해 기록을 넘어섰다.

클레이튼 커쇼. ⓒ AFP=뉴스1

이같은 활약 속에 커쇼는 2014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만장일치 수상하고 동시에 최우수선수(MVP)까지 품에 안았다.

메이저리그는 투수에게만 주어지는 사이영상이 따로 존재하기에 MVP는 통상 야수에게 돌아가는 일이 많은데, 이같은 관례를 깨버릴 정도로 커쇼의 활약이 압도적이었다.

정규시즌의 빼어난 활약과 달리 포스트시즌에선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2020년엔 월드시리즈 우승을 함께 하며 '우승 한풀이'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금강불괴' 같던 커쇼도 영원할 순 없었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서서히 잔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2021년 이후론 한 번도 정규이닝(162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2024년엔 어깨 수술을 받으면서 단 7경기 등판에 그쳤다. 2승2패 평균자책점 4.50의 초라한 성적을 냈고, 그나마도 시즌 막판 발가락 부상을 당해 포스트시즌 무대도 못 밟았다. 그해 다저스가 우승했음에도 커쇼 본인은 활짝 웃지 못한 이유였다.

2024 시즌이 끝난 후 커쇼의 거취에 대해 여러 말들이 나왔지만, 그는 다저스와 750만 달러에 1년 계약했다. 이적 소문도 끊이지 않았지만 원클럽맨의 가치를 더 높게 봤고, 부상에 굴복해 은퇴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클레이튼 커쇼. ⓒ AFP=뉴스1

커쇼는 “한 팀에서만 뛰며 은퇴하는 건, 대단한 의미가 있다. MLB에서 선수 생명을 마감하는 것도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런 그는 올 시즌 반등에 성공했다. 20경기에 등판해 10승2패 평균자책점 3.53. 전성기에 비교할 수 있는 성적은 아니지만 수술과 재활 등으로 늦게 시즌을 시작하고도 두 자리 승수를 찍었고, 평균자책점도 3점대를 유지해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리고 그는 미련 없이 현역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현역 연장을 선택해도 될 상황이지만, 자신이 영광을 누린 다저스와 마지막까지 함께 한다는 생각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도 "커쇼는 우리 세대 최고의 투수로 기억될 것"이라며 "마지막도 커쇼다운 선택을 했다"고 평했다.

화려한 기록을 쌓은 그는 은퇴 후 명예의 전당 입성도 확실시된다. 은퇴 후 5년이 지나면 자격이 주어지는데, 커쇼는 첫해 입성이 매우 유력하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