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를 택한 세 가지 이유

강한 전력·투수 친화 구장·팀 분위기

오승환(34)이 지난 12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공식 입단식에서 마이크 매시니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포츠인텔리전스 그룹 제공) ⓒ News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오승환(34)은 계약 직전까지 메이저리그 5개팀의 러브콜 속에서 고민했다. 그런 그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최종 행선지로 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오승환은 지난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오승환은 해외 도박 혐의로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사과했고, 빅리그에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승환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스포츠 인텔리전스의 김동욱 대표는 이날 "공식 수사 발표가 나온 이후 여러 팀의 제안을 받았다. 마지막까지 5개정도의 팀을 두고 고민한 끝에 세인트루이스로 결정했다"고 했다.

오승환이 많은 팀 중에서도 세인트루이스를 택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강한 팀 전력과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 팀 분위기였다.

세인트루이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전통의 강호로 꼽히는 팀이다. 지난 시즌에도 페넌트레이스 100승(62패)으로 리그 최고 승률(0.617)을 기록했고, 올 시즌 역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김 대표는 "세인트루이스는 매년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는 팀이기에 짧은 시간동안 오승환의 실력을 보여주기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구단에서도 오승환의 능력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송재우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도 "팀 전력이 강하다는 것은 선수에게도 큰 이점이다. 같은 성적을 내더라도 노출 빈도가 많은 선수에게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포수 야디어 몰리나(오른쪽). ⓒ AFP=News1

특히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 야디어 몰리나와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몰리나는 공수를 두루 갖춘 명실상부한 최고 포수로 꼽힌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내셔널리그 포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탄탄한 수비력을 인정받는다.

송 위원은 "메이저리그 첫 시즌에 몰리나와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은 오승환에게 엄청난 이점이다. 몰리나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호흡을 맞추는 투수의 성향에 따라 리드를 한다. 투수의 능력을 배가시켜줄 수 있는 포수"라고 극찬했다.

오승환도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기존 구종에서 다른 것을 추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팀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가 있기 때문에 많이 이야기를 하고 의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수들. ⓒ AFP=News1

두 번째 이유는 홈구장인 부시 스타디움이 비교적 투수 친화적인 구장에 가깝다는 것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시즌 유일하게 팀 평균자책점 2점대(2.94)를 기록한 팀이다. 투수진이 워낙 탄탄하긴 했지만 홈 구장의 영향도 없지 않았다. 홈 평균자책점(2.70)이 원정(3.19)보다 월등히 낮았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부시스타디움은 지난해 파크팩터(Park factor)에서 0.931을 기록했다. 파크팩터란 타격 기록에 의한 통계를 가지고 만든 하나의 데이터로, 어느 구장에서 점수가 많이 나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다. 파크팩터가 '1'이 넘으면 타자, 넘지 않으면 투수에게 더 유리하다. 0.931은 낮은 순으로 따졌을 때 공동 10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전통적인 투수 친화구장으로 꼽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펫코 파크가 부시 스타디움과 같은 수치였다.

홈런 파크팩터는 더 낮았다. 부시 스타디움은 지난해 0.857의 홈런 파크팩터를 기록해 8번째로 낮았다. 중간계투의 경우 피홈런을 줄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 부문은 오승환에게 상당히 유리한 부분이다.

마지막 이유는 팀 분위기였다. 세인트루이스에는 앞서 아시아 출신 선수가 거쳐간 사례가 많지 않았다. 지난 2002년부터 6시즌을 뛰었던 일본인 외야수 다구치 소가 거의 유일한 사례다. 오승환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 이유였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이크 매시니 감독. ⓒ AFP=News1

하지만 김 대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세인트루이스의 구단 모토가 화합, 조화라고 하더라. 단장과 감독 등 구단 관계자를 모두 만나봤는데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있었다"면서 "그런 모습이 팀 분위기로 이어질 것이라 유추한다면 오승환이 적응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현역 시절 세인트루이스에서 가장 큰 빛을 봤던 선수다. 2000년부터 5시즌 간 팀의 주전 포수로 활약했고, 이후 코치 생활없이 팀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선수 시절부터 팀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오승환에게 자신이 달던 등번호 26번을 흔쾌히 양보하기도 했다.

오승환도 "마이크 매시니 감독을 짧게 만났는데 이미 저에대해 많이 알고 계시더라. 구질이나 궤적에 대해서 잘 알고 계셨다"면서 "2월20일부터 스프링캠프가 시작이지만 비자문제만 해결되면 더 일찍부터 팀에 합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빅리그 입성에 성공한 오승환. 그 행선지가 세인트루이스라는 것은 오승환에게는 여러모로 긍정적이라고 보여진다.

starbury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