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유해란 '위대한 도전'…메이저 3연승 불발에도 존재감 빛났다

AIG 위민스 오픈 공동 6위…2R까지 선두 달리다 미끄러져
유해란 "톱10만으로도 만족해…브리티시 개인 최고 성적"

유해란이 2일(현지시간) AIG 위민스 오픈 최종라운드를 마친 뒤 동반 라운드를 펼친 구와키 시호(일본)와 포옹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유해란(25·다올금융그룹)의 '위대한 도전'이 막을 내렸다. 비록 메이저대회 3연승의 대업을 쓰진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존재감을 발휘했던 유해란의 여정은 그 자체로도 박수받아 마땅했다.

유해란은 2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 랭카셔의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제50회 AIG 위민스 오픈(총상금 10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3오버파를 추가, 최종합계 1언더파 283타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마무리였다. 유해란은 1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출발했고, 2라운드에선 단독 선두에 나섰다. 남은 이틀 동안 선두 자리를 지킨다면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에비앙 챔피언십에 이어 단일 시즌 메이저대회 3연승이라는 대업을 쓸 수 있었다.

여자 골프에서 단일 시즌 메이저 3연승은 1961년엔 미키 라이트(미국), 2013년 박인비 등 두 번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었다.

단일 시즌 메이저 3승도 앞선 2명과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 1986년 팻 브래들리(이상 미국)를 포함해 4명뿐이었다.

유해란은 골프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유해란(25·다올금융그룹). ⓒ AFP=뉴스1

하지만 대기록 달성은 녹록지 않았다. 첫 이틀간 링크스 코스의 변화무쌍한 바람을 잘 견뎌냈던 유해란은, 3라운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3라운드에선 초반 9개 홀에서 버디 3개를 잡고도 보기 3개와 맞바꿨고, 후반엔 버디 없이 보기 3개만 기록했다.

순위가 공동 2위로 하락했지만 마지막 날까지도 찬스는 있었다. 첫 홀부터 버디를 낚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이때 유해란의 스코어는 5언더파로, 우승자인 구와키 시호(일본)와 준우승자 에스더 헨셀라이트(독일)가 연장에 돌입한 스코어와 같았다.

하지만 3번홀(파4)에서 보기가 나왔고 5번홀(파3)의 더블 보기까지 나오며 급격히 흔들렸다.

이후 마음을 다잡은 유해란은 13번홀(파4) 버디로 다시 3언더파를 만들었다. 2타 차는 남은 홀에서 추격전을 벌일 만한 격차였다.

하지만 남은 홀에서 좀처럼 버디가 나오지 않았고, 정교했던 샷과 퍼트도 조금씩 빗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17번홀(파4)과 18번홀(파4) 연속 보기가 나오면서 우승과 멀어졌다.

이날 유해란은 시즌 '메이저 퀸'을 의미하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도 아쉽게 놓쳤다. 유해란 이전 메이저 2연승을 달렸던 넬리 코다(미국)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공동 4위로 도약, 유해란보다 높은 순위로 경기를 마쳤기 때문이다.

결국 메이저 3연승과 '안니카 어워드'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이었다.

유해란(25·다올금융그룹). ⓒ AFP=뉴스1

그래도 유해란은 의연했다. 도전 그 자체에 의미를 뒀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 후 " "항상 브리티시 오픈에 오면 강한 바람과 벙커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 주는 내가 치러온 브리티시 오픈 중 가장 좋은 플레이를 한 것 같다. 만족스럽고 기쁘다"고 했다.

메이저대회에서 '톱10'에 든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성과다. 공동 6위는 유해란이 AIG 위민스 오픈에서 기록한 개인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유해란도 "확실히 작년보다 올해 브리티시 오픈 경기력이 훨씬 좋았다. 매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강한 바람에서 경기하는 법을 많이 배우고 있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비록 전설의 기록엔 닿지 못했지만, 유해란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세계 정상급 기량을 증명했다. 이번 도전에서 얻은 경험은 더 큰 우승을 향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