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PGA '한국 홀대' 논란…中 37명·日 35명인데 한국만 10명

2022년 중계권 문제로 사이 틀어져…협상 재개했으나 불발
'10명 제한' LPGA 묵묵부답…KLPGA는 해당 기간 자체 대회

LPGA투어와 KLPGA투어가 함께 했던 마지막 대회인 2021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당시 LPGA 소속의 고진영(오른쪽)이 우승, 준우승한 KLPGA 소속의 임희정(왼쪽)과 포옹하고 있다. ⓒ 뉴스1 여주연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4년 전 중계권 갈등의 '앙금'이 남은 것일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국내에서 열리는 LPGA 대회의 출전 인원을 10명으로 제한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지난 2일 "LPGA투어와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의 KLPGA투어 선수 출전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공식 대회 성립을 위한 최소 30명의 선수 출전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유일한 LPGA투어 대회로, 일본, 중국,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 열리는 '아시안 스윙'의 일환이다.

꼭 아시아 대회가 아니더라도, 해외에서 대회를 개최할 경우엔 해당 나라의 선수를 위한 출전권을 크게 늘리는 것이 보편적이다. LPGA투어로선 투어의 저변을 넓히고, 대회를 개최하는 국가 역시 세계적인 선수들과 기량을 겨룰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역시 마찬가지였다. 2002년 CJ 나인브릿지 클래식으로 시작해 2019년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바뀐 이후까지, 많은 KLPGA 선수가 이 대회를 통해 미국 진출의 '지름길'을 텄다. 안시현, 백규정, 고진영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고, 우승자 외에도 이 대회를 통해 미국 무대에 대한 꿈을 키우는 선수가 많았다.

그러나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KLPGA 선수들이 이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2022년 중계권과 공동 주관 여부 등에 대한 이견이 생기면서 갈등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KLPGA는 해당 기간 자체 대회를 열었고, '스타 선수'가 초청선수로 LPGA 대회에 나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벌금과 출전 정지 등의 조치도 취했다.

김상열 KLPGA 회장. (KLPGA 제공)

자연히 KLPGA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졌는데, 지난 2025년 김상열 회장이 재취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김 회장은 "KLPGA가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 국내 개최 LPGA 대회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KLPGA는 지난해 10월부터 LPGA와 총 16차례에 걸쳐 대면·화상회의 등으로 협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LPGA는 KLPGA의 기대와 다른 입장을 내놨다. KLPGA 선수의 출전권을 최대 10명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LPGA와 KPGA가 공동 주관했던 2021년까지 해당 대회엔 KLPGA 선수 30명의 출전이 보장됐다. '30명 출전'은 KLPGA의 공식 대회와 기록에 반영되기 위한 최소 조건이기도 했다.

'아시안투어'를 개최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형평성이 떨어진다. 일본에서 열리는 LPGA 대회인 '토토 재팬 클래식'에는 78명 중 35명, 중국의 블루베이 LPGA에는 108명 중 37명이 자국 투어 소속 선수로 채워진다.

KLPGA 관계자는 "LPGA에서도 '10명 제한'의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며 "이전에 마찰을 빚었던 부분을 모두 양보하고 출전 선수만 보장해 주기를 바랐는데 그게 되지 않았다"고 했다.

LPGA 측은 이에 대해 여전히 특별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KLPGA가 입장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1일 성명에서도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지난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김세영.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PGA는 해당 성명에서 "LPGA와 BMW는 올해 대회에 최대 10명의 KLPGA 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면서 "우리는 이것이 2026년 대회를 위한 의미 있는 기회라고 믿으며, 향후 장기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KLPGA와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여러 말들이 오간다. 4년 전 협상이 틀어졌던 당시의 '앙금'이 남아있어 KLPGA에 대한 빗장을 쉽게 풀어주지 않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수년간 사실상의 '반쪽 대회'로 치러진 만큼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미 LPGA에서 뛰는 선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KLPGA 선수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컷오프 없이 78명이 출전하기에, LPGA에서 뛰는 기존 한국 선수에 KLPGA 소속 30명이 추가되면 절반을 훌쩍 넘을 수 있다.

다만 이는 토토 재팬 클래식 역시 비슷한 조건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은 떨어진다. 이 대회 역시 컷오프 없이 78명이 출전하는데, 일본투어 선수만 35명, 여기에 LPGA에서 뛰는 선수까지 포함하면 거의 50명에 육박한다.

골프계 관계자는 "LPGA 입장에서도 KLPGA 선수들이 출전할 때 더 큰 흥행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했다.

결국 KLPGA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기간 자체 대회인 광남일보·해피니스 오픈을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 4년과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2개 대회로 관심이 분산될 것이 불가피해졌고, KLPGA와 LPGA 모두 웃지 못할 상황이 됐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