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턱에 공 박혀도 발로 땅 다지면 2벌타…라이 개선 위반이란

박결, 맥콜·모나파크 오픈 15번홀서 5타 잃어
스트로크 환경 개선하면 벌타…"언플레이블 선언했어야"

박결(26·삼일제약). (KLPGA 제공)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공이 벙커턱 앞에 박혔고 가파른 경사에 발은 미끄러지는 상황. 위기에 빠진 박결(26·삼일제약)은 샷 자세를 잡기 위해 발로 모래를 수차례 다진 뒤 샷을 했는데, 결과는 '2벌타'였다.

박결은 지난 3일 강원 평창군 용평 소재의 버치힐 골프클럽(파72·643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맥콜·모나파크 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6오버파 78타를 기록했다.

6오버파 중 무려 5오버파가 한 홀에서 나왔다. 바로 15번홀(파4)이었다.

티샷과 세컨드샷이 모두 흔들려 러프로 향했고, 박결은 세 번째 샷으로 그린을 노렸다. 그러나 이 공은 그린 사이드 벙커로 향했고, 하필이면 공은 가파른 벙커턱에 박혔다.

박결은 어떻게든 경기를 진행하려 애를 썼다. 처음엔 왼발을 벙커 밖에, 오른발을 벙커 안쪽에 놓고 샷을 하려고 했는데, 부드러운 모래에 오른발이 자꾸만 미끄러져 내려갔다. 결국 왼발도 벙커 안으로 들여놓았는데, 중심을 잡기 위해 오른발로 모래를 다졌다.

경기 위원은 박결의 이 행동이 '라이 개선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 2벌타를 부여했다. 골프규칙 8.1a6에 따르면 '스탠스를 만들기 위해 지면을 변경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골프의 기본적인 원칙은 '공이 놓여져있는 그대로 친다'는 것이다. 선수가 자신의 샷 조건을 완화하기 위해 주변 환경을 변화시켜선 안 되는 것.

가령 공이 멀리 비껴나가 긴 풀 사이에 들어갔다고 하면, 주변 풀을 뜯거나 발로 밟는 등 훼손하면 안 된다. 골프채로 훼손하는 것 역시 규정 위반이다.

다만 스윙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무 가지, 덤불 등에 걸리는 것은 규정 위반으로 해당되지 않는데, 이때도 연습 스윙으로 건드리는 행위 등은 벌타를 받는다.

벙커에서는 좀 더 까다로운 룰이 적용된다. 박결의 사례처럼 벙커 안의 모래를 밟아 다지는 행위는 물론, 벙커샷을 할 때 어드레스나 백스윙에서 클럽헤드가 모래에 닿아도 '라이 개선'이다.

벙커샷. ⓒ AFP=뉴스1

이날 경기를 중계한 김재열 SBS 골프 해설위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고운 모래에 발이 저절로 미끄러진 것까지는 룰 위반이 아니었다"면서 "다만 오른발로 모래바닥을 다지는 행위는 확실한 룰 위반이 맞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라이 개선은 경기 위원의 재량에 따라 결정될 수 있기에 선수 입장에선 때로 억울함을 느낄 수도 있다"면서도 "박결의 상황은 규정 위반이 적용되는 것에 논란의 여지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상황에서 박결이 '언플레이블'(unplayable)을 선언하는 것이 더 나았을 수 있다고도 했다. 골프에서는 공이 떨어진 위치에서 다음 샷을 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벌타를 받고 다른 곳으로 공을 이동시켜서 칠 수 있다.

벙커의 경우 △원위치에서 다시 치거나 △벙커 내 후방으로 이동하거나 △벙커 내 측면으로 이동하거나 △벙커 밖 후방으로 이동하는 등의 구제가 가능하다. 벙커 밖 후방 이동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1벌타다.

당시 박결은 2벌타를 받은 뒤 샷에서도 벙커 바로 밖의 러프로 공이 향하면서 그린에 공을 올리기 위해 한 번 더 샷을 해야했다. 결과적으로 2벌타 이외의 손해를 보면서 퀸튜플 보기(+5)를 범하게 됐다.

김 위원은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언플레이블을 선언하는 게 맞는 판단이었다"면서 "하지만 선수가 막상 그런 상황에 닥치면 여러가지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라운드까지 공동 3위에 오르며 내심 역전 우승까지 노렸던 박결은 마지막 날 '벙커 악몽'에 빠지며 최종합계 1오버파 217타 공동 22위로 대회를 마쳤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