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병든골프를 살리자]장애물 활용하기
누누이 강조하는 바이지만 스윙은 의식이 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이 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내 스윙이나 샷을 보고 '이러지 말아라'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는 지적질을 한다면 그는 남녀노소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내 스윙과 골프를 망치려는 마귀임에 틀림없다.
'뭔가를 하겠다'든 '하지 말아야겠다'든 '생각과 의식'이 내 스윙을 지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스윙 모션에 관한 모든 '생각'은 자연스러운 동작을 방해하고 목표에 대한 집중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그놈이 바로 미스 샷의 원흉인 것이다.
연습의 목적은 아무 생각 없는 스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번 둘러보라! 생각으로 하는 운동이 어디 있는지. 걸을 때 걷는 동작에 관해 생각하나? 밥 먹을 때 숟가락과 젓가락질에 대해 생각하나? 탁구를 치거나 줄넘기를 할 때 생각하나? 생각하면 바로 그 운동을 할 수 없어진다. 아니면 대단히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지거나. 등산이나 운전을 할 때 '동작 그 자체에 대한 의식'이 운동을 지배한다면 바로 심각한 사고의 원인이 될 것이다.
모든 운동연습의 목적이 '생각 없는 동작'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라는 사실에 공감한다면 익히고자 하는 혹은 고치고 싶은 동작을 아무 생각 없이 익히도록 돕는 장치(?)의 마련은 대단히 중요하다. 소위 교습가들이 누군가에게 레슨비라고 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런 것을 연구하기 때문이다. 문제적 스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동작을 교정하게 되는 도구나 장치를 개발하거나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인아웃 스윙이거나 아웃인 스윙을 하고 있는 사람은 티슈박스 하나만 있으면 된다. 다운 스윙이 엎어져 들어오는 경우에 공 바로 전쯤, 스윙궤도를 방해하지 않는 위치에 티슈박스를 놔주면 된다. 팔로에서 클럽이 바깥으로 빠지는 경우엔 공이 놓인 위치 바로 앞에 궤도와 평행하게 놔주면 된다.
잘못된 동작이 교정되려면 최소한 1000번 정도의 반복이 필요하고, 그 동작이 무의식적인 것이 되려면 2000번 정도를 해줘야 한다. 다운 스윙에서 머리의 위치가 너무 많이 움직이는 사람은 머리 위쪽에 방울을 하나 달아주고 그것을 건드리지 말라고 하면 되고, 백 스윙에서 무릎이 너무 펴지는 사람은 무릎관절 뒤쪽에 나무 막대기를 하나 받쳐주면 된다. 단순하고 명쾌하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운동능력은 놀랍다. 그것이 무엇이든 의식적으로 장애물을 설치해주면 그것을 피해서 '하고자' 하는 온갖 동작을 다 만들어낸다. 굳이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부분적으로 세세히 설명할 필요없다. 그저 알아서 그 모든 불편을 감수한다. 인간은 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 극복하고 기어코 편안함을 얻어낸다. 그렇게 얻어낸 편안함만이 바로 내 스윙인 것이고 무의식적인 동작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넘치는 정보들과 지적질 레슨의 바다에 살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지적질을 해대고 있다. 주변에 멋진 선생님이 없다면 혼자 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은 스스로가 어떤 지침들이나 내면화된 지적질이 없는지를 볼 일이다. 뭔가 동작을 고치고 싶다면 그 동작을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없을까를 고민해보자. 그리고 만들자. 멋진 스윙 멋진 스코어로 가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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