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크리스티나 김, 슬럼프·우울증 딛고 일군 '9년만의 감격'

재미교포 크리스티나 김(30·김초롱)이 17일(한국시간) 끝난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최종 4라운드에서 4번홀 티샷을 날리고 있다. ⓒ AFP=News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9년만의 우승을 확정짓고 펄쩍펄쩍 뛰던 크리스티나 김(30·한국명 김초롱)은 이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크리스티나 김은 17일(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멕시코골프클럽(파72·6684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펑샨샨(중국)과 동타를 이룬 뒤 돌입한 연장 2번째 홀에서 파퍼팅을 성공시켜 우승을 차지했다.

크리스티나 김은 이로써 지난 2005년 미첼 컴퍼니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이후 무려 9년만에 통산 3번째 LPGA투어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크리스티나 김은 양친이 모두 한국인인 재미교포 2세다. 1981년 이민간 아버지 김만규(63), 어머니 김덕숙 씨(60) 사이의 1남2녀 중 막내인 크리스티나 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다.

아버지로부터 11세 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크리스티나 김은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였다. 지난 2002년 퓨처스투어(2부투어)에서 프로에 데뷔한 크리스티나 김은 첫 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 이어 '올해의 선수' 2위에 오르며 LPGA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2003년 데뷔한 크리스티나 김은 이듬해인 2004년 롱스 드럭스 챌린지에서 데뷔 첫 승을 올린다. 2005년에도 미첼 컴퍼니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쾌활한 성격과 '베레모 패션'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다.

그러나 슬럼프가 빠르게 찾아왔다. 두 번째 우승이후 좀처럼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고 '톱10' 횟수나 시즌 상금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데뷔 동기인 오초아가 27승을 거두며 LPGA의 '전설'이 된 것과 비교가 됐다.

2011년부터 4년간은 한 번도 LPGA투어에서 '톱10'에 들지 못했고, 급기야 2012년에는 상금랭킹 110위까지 추락하며 퀄리파잉 스쿨까지 치러야했다.

성적이 나오지 않자 특유의 밝은 성격도 종적을 감췄다. 크리스티나 김은 점점 조용한 선수가 됐고, 우울증으로 자살을 생각하기까지 했다.

어렵게 투어에 복귀한 올 시즌도 쉽지는 않았다. 지난 9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샷을 하기 전 무려 27번의 웨글(클럽 헤드를 좌우로 흔들며 긴장을 푸는 행동)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전 브리티시오픈에서 샷을 하다가 날아든 벌떼가 '트라우마'로 남은 탓이었다. 크리스티나 김은 "백스윙을 하려고 클럽을 들어올릴 때마다 머릿 속이 하얘졌다"고 했다.

그리고 시즌 종료를 앞둔 이번 대회. 크리스티나 김은 데뷔 동기 오초아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펄펄 날았다. 첫 날부터 7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로 나섰고, 사흘동안 선두를 지켰다. 문제가 됐던 '웨글'도 눈에 띄게 줄었다.

마지막 날 보기 5개를 범하며 연장전까지 갔지만 우승은 끝내 크리스티나 김의 몫으로 돌아갔다. 크리스티나 김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그간의 설움을 씻어냈다. 이를 지켜보는 오초아도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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