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쓰고 허공에 돌려차기…첫선 버추얼 태권도 '절반의 성공'[AG]
'성별·체급 파괴' 혼성전, 난타 펼치자 관중 열광
장비 문제로 잦은 중단…미숙한 운영 아쉬움
- 이상철 기자
(도요하시=뉴스1) 이상철 기자 =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쓴 태권도 선수 두 명이 한 경기장에서 대결하는데, 상대의 머리와 몸통이 아닌 허공을 향해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마주 보지도 않고, 아예 서로 등을 돌렸다. 그렇게 직접 타격하지 않아도 체격 게이지가 줄더니 곧이어 'KO' 승리가 선언됐다.
버추얼 태권도 경기의 한 장면으로, 기존 태권도 겨루기와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게임기 컨트롤러가 아닌 몸으로 직접 겨루는 '격투 게임'으로, 태권도의 경계선이 허물어졌다. 독특한 재미를 주기도 했지만, 미숙한 경기 진행으로 아쉬움도 남기기도 했다.
'차세대 디지털 격투기'로 평가받는 버추얼 태권도가 2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체육관에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첫선을 보였다.
버추얼 태권도는 선수들이 VR 헤드셋과 5개의 모션 센서를 착용하고 가상의 경기장에서 겨루는 종목이다.
아직 낯설지만, 버추얼 태권도는 최근 태권도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2023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를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했고, 2024년 개최된 제1회 버추얼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에는 120명이 넘는 선수가 참가하는 등 빠른 성장을 보였다.
이에 버추얼 태권도는 지난 6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승인을 거쳐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국제종합스포츠대회에는 이날 처음으로 선을 보였는데, 관중석의 분위기는 상당히 뜨거웠다. 특히 어린이들은 대형 전광판을 통해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격투 게임처럼 보이자, 큰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버추얼 태권도는 3라운드 2선승제로 치러진다. 상대의 체력 게이지를 모두 소진하게 하거나 남은 체력 게이지가 더 많은 선수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한 라운드의 시간은 60초에 불과해 선수들도 신경전보다 난타전을 펼쳐 관중을 열광케 했다.
금메달 한 개가 걸린 아시안게임 버추얼 태권도는 성별, 체급 구분 없이 17~35세의 선수 16명이 혼성전으로 치러졌다.
키, 근력 등 신체 조건은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아니었다. 여성 선수가 남성 선수를 제압하는 경기도 속출했다.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 안향식(22·용인대)도 16강에서 '여성 선수' 쩌우응옥뚜옛상(베트남)에게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겨루기 전문 선수가 우세한 것도 아니었다. 4강에는 품새 전문 선수 3명이 올랐다. 그리고 전날 품새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땄던 제우스 가브리엘 데릭 야페(필리핀)가 버추얼 태권도 초대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안향식 포함 두 명의 남성 선수를 제압하고 결승에 오른 쩌우응옥뚜옛상은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다만 첫술에 배부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기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버추얼 태권도 16강 첫 경기가 오전 9시에 시작했으며, 10분마다 다음 경기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매 경기 선수의 센서 위치를 조정하느라 중단됐고, 이 때문에 뒤 경기가 줄줄이 지연됐다. 여기에 심판도 매끄럽게 경기를 운영하지 못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공지한 버추얼 태권도 결승이 열릴 오전 11시 30분에는 8강 4번째 경기가 펼쳐졌다. 결국 결승은 예정보다 47분 늦은 낮 12시 17분에 펼쳐졌다.
신재현 태권도대표팀 감독은 "장비 점검으로 경기 진행이 자주 끊겼다. 심판도 버추얼 태권도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미숙한 운영이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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