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원종범, 아픈 몸으로 도전했지만 '실격'…"평소 들던 무게 아냐"[AG]

남자 95㎏급 출전, 인상 '170㎏' 도전 실패
비 맞았다가 감기·편도선염 고생…"너무 죄송해"

원종범이 28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중소기업진흥회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95kg 결승 인상 3차 시기에 170kg 바벨을 들어 올리는데 실패하고 있다. 2026.9.28 ⓒ 뉴스1 김민지 기자

(나고야=뉴스1) 이상철 기자 = 3년을 기다리며 구슬땀을 흘린 원종범(30·강원도청)이 '실격'으로 용상 도전도 펼치지 못하고 두 번째 아시안게임을 마쳤다. 편도선염과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자책하던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원종범은 28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중소기업진흥회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역도 남자 95㎏급 경기에 출전해 인상 1~3차 시기에서 모두 170㎏을 들지 못했다.

이에 원종범은 실격으로 용상에 도전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3년간 쏟은 노력이 약 20분 만에 세 번의 기회로 끝났다.

원종범은 역도대표팀의 메달 후보로 꼽혔다. 윤석천 역도대표팀 감독은 "북한의 로광렬이 남자 85㎏급에 출전한다면, 원종범이 남자 95㎏급에서 충분히 메달 경쟁을 펼칠 만하다"고 말했다.

로광열은 이번 대회에서 85㎏급에 나섰고 인상 165㎏, 용상 214㎏을 들어 합계 379㎏으로 금메달을 땄다. 용상과 합계는 세계신기록이었다.

강력한 경쟁자를 피한 원종범은 95㎏급 메달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개인 첫 번째 아시안게임인 2023년 항저우 대회에서 기록한 96㎏급 6위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

원종범이 28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중소기업진흥회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95kg 결승 인상 3차 시기에 170kg 바벨을 시도하고 있다. 2026.9.28 ⓒ 뉴스1 김민지 기자

경기 후 만난 원종범은 "올해 이렇게까지 많이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훈련했다. 그런데 그런 노력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를 펼쳐서 응원하러 와주신 가족과 임원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원종범이 도전한 170㎏은 평소 가뿐하게 작성했던 기록이다. 당초 그가 목표로 설정한 178㎏보다도 8㎏이 가볍다.

그럼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거둔 데에는 제 기량을 펼치기 힘들 정도로 원종범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도대표팀이 지난 20일 '결전의 땅'에 도착했을 때부터 나고야에는 비가 많이 쏟아졌다. 당시 비를 맞은 채로 훈련 장비를 들고 이동한 게 화근이었다. 급성 편도선염과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떨어졌다. 처방받은 약을 먹었으나 몸 상태가 좋아지진 않았다.

원종범은 "나고야에 온 뒤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다. 머리가 너무 아팠고, (현지에서) 훈련할 때도 굉장히 힘들었다"며 "어떻게든 컨디션을 끌어올리려 했는데, 오늘 170㎏의 역기는 평소 내가 들던 그 무게가 아니었다. 최대한 집중해서 용상까지 진행하고 싶었으나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자신을 속이며 경기 출전을 강행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무거운 마음"이라며 "다 변명이 될 수 있다. 그냥 제가 못한 것 같다. 죄송하다"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원종범이 28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중소기업진흥회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95kg 결승 인상 3차 시기에 170kg 바벨을 들어 올리는데 실패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2026.9.28 ⓒ 뉴스1 김민지 기자

역도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색깔 구분 없이 메달 5개를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16개 종목 중 12개 종목을 끝내 이날까지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원종범은 "한국 역도를 위해 내가 한번 메달을 획득하자고 마음먹었는데 그 바람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했다.

역도의 대회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86㎏ 이상급 박혜정(고양시청)을 비롯해, 86㎏급 전희수(고양시청), 110㎏ 이상급 송영환(홍천군청) 등 3명이 한국 역도의 자존심을 걸고 출전한다.

원종범은 "내가 오늘 좋은 경기를 펼쳐 대표팀 분위기를 바꿔줘야 했는데, 남은 선수들에게 부담을 준 것 같아 미안하다"며 "다들 내일 경기에서 최고의 무게를 들 수 있게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이제 원종범은 오는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준비한다. 그는 "관리를 더 잘하고 철저하게 운동해 세계선수권에선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