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준의 나고야~호] 스포츠에선 가끔 국경이 섞인다

농구 이현중, 日 벨바 매니저와 뜨거운 재회
전 여자축구 사령탑 콜린 벨 감독은 "양 쪽에 내 팀이 있었다"

13일 오후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A조 예선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00대 83으로 승리한 한국 이현중이 이토 타쿠마 나가사키 벨카 총괄매니저(GM)의 격려를 받고 있다. 2026.9.13 ⓒ 뉴스1 안은나 기자

(나고야=뉴스1) 안영준 기자 = 나라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싸우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지만, 가끔은 뜨거운 우정 앞에서 국경의 경계가 흐려지기도 한다.

지난 13일 이번 대회 남자 농구 한국과 일본의 조별리그가 열렸던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는 흥미로운 장면이 포착됐다.

'앙숙' 한일전을 한국이 100-83으로 누른 직후, 일본 관중의 아쉬움 섞인 탄성이 체육관을 가득 메운 가운데 한 일본 관계자가 한국 농구의 에이스 이현중을 찾아왔다.

일본 프로농구 나가사키 벨카의 총괄 매니저 이토 타쿠마였다.

나가사키 벨카는 지난 시즌 이현중이 몸담았던 팀이다. 이현중은 나가사키를 일본 프로농구 B리그 우승으로 이끈 뒤 현재는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미국)에서 뛰고 있다.

라이벌 국가의 농구인인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처럼 한참을 웃으며 담소를 나눴다.

이현중은 "내가 벨카에 남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그래서 타쿠마에게 미안하다고 했다"며 "그랬더니 타쿠마는 오히려 내 선택을 존중한다고, 이렇게 멋지게 도전해 줘서 고맙고 덕분에 행복하다며 나를 지지해 줬다. 감사하고 반가웠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크게 이긴 직후였지만 두 사람은 그렇게 뜨거운 우정을 확인했다.

14일 오후 일본 오사카 나가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예선 F조 대한민국과 미얀마의 경기, 미얀마 콜린 벨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26.9.14 ⓒ 뉴스1 안은나 기자

한국을 향한 애정을 표현한 '잉글랜드 국적의 미얀마 감독' 이야기도 있다.

지난 14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에서는 한국과 미얀마의 대회 여자축구 조별리그가 열렸다.

이 경기는 '콜린 벨 더비'이기도 했다. 벨 감독은 2019년 10월부터 2024년 6월까지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을 이끌며 여자 월드컵 등에 출전했다. 이후 한국을 떠나 미얀마 지휘봉을 잡았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 첫 경기부터 한국과 재회했다.

마침 한국과 미얀마는 조직위원회가 지정한 숙소도 같았다. 벨 감독은 호텔에서부터 한국 선수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서 승부는 치열했다. 벨 감독은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 '현 제자' 미얀마를 이끌고 '전 제자'들을 상대하며 강한 압박과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맞섰다. 한국 선수들을 더 압박하라며 터치라인 바깥까지 나와 불호령을 내리기도 했다.

경기는 미얀마의 0-5 완패로 끝났다. 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벨 감독은 미얀마 감독이 아닌 '전 한국 감독'이었다.

그는 "묘한 기분이었다. 한쪽에 내가 지도하는 팀이 있는데, 반대편에도 내 팀(한국)이 있었다"고 한국을 상대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지난 5년 동안 지도했던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다"며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내 제자들의 실력은 여전히 좋았다. 오늘 한국에 맞은 '뺨'이 미얀마 선수들에게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