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지새우며 '24시간 극한의 러닝'…기자가 달려본 울트라마라톤
IAU 아시아·오세아니아 선수권 참가
아시아 최강 울트라러너들이 모인 히로사키의 24시간
- 김명섭 기자
(히로사카시(일본)=뉴스1) 김명섭 기자 = 울트라마라톤은 50km 부터 100km 이상을 달리는 '거리주'와 12시간 부터 24시간 이상 달리는 '시간주'가 있다.
지난 달 22일부터 24일 일본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시에서 열린 IAU(International Association of Ultrarunners) 24H 아시아&오세아니아 챔피온십에 참가했다.
IAU는 전 세계 울트라마라톤 종목을 총괄하는 국제기구로, 세계육상연맹(World Athletics) 산하 조직이면서 울트라마라톤 분야에서는 사실상 가장 권위 있는 국제 행정기구이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대한민국, 일본, 대만, 몽골,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뉴질랜드, 호주) 총 9개국 남자 42명 여자 39명이 각 국 대표로 참가를 했다. 또한 일반 러너와 해외 개인 참가자들 100여명이 오픈 레이스로 출전을 했다.
처음에는 선수들을 케어하는 서포터즈로 참가할려고 했으나 주위의 권유와 24시간 동안 얼마나 갈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과 치기 어린 도전심이 발동해 달려봤다.
22일 오후 2시 박길수 (사)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부회장을 단장으로 개막식에 입장했다.
기자를 제외한 국내 울트라마라톤 상위 랭커들로 구성된 선수들은 긴장된 표정은 찾아 볼 수 없고 달리기 축제를 느끼고 즐기는 모습이었다.
각 국 선수단은 국기를 들고 입장을 한 후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고 아오모리현 전통 네부타 공연을 관람으로 일본에 도착한 것을 실감했다.
대회 하루 전날이라 선수들은 에너지를 몸에 많이 축적시켜야 하기에 오후 5시 환영만찬에서 음식을 먹고 오후 8시 뷔페식당에서 개별로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을 두끼 먹는 것이다. 내일 24시간 동안 쓸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더 저장시키고자 밥과 쌀국수 등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주로 먹는다.
배가 부른 채로 잠이 들어 대회 당일인 다음날 새벽에 눈이 떠졌다. 아오모리현 지역은 북위 40도 지역이라 새벽 4시면 해가 떠서 아침을 일찍 시작하게 된다. 호텔 창 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이와키산 정상에 아직 남아있는 설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달리기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가 예상됐다.
여유롭게 출발 3~4시간 전 아침을 먹었다. 어제 저녁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또 에너지를 채워야한다는 생각으로 뷔페식당에서 4접시와 사과주스 3잔을 마셨다. 사과 주산지인 아오모리현에는 사과주스가 인기가 많다.
대회 출발이 12시 정각이라 대회장에는 각국 선수들이 선수단 전용 구역에서 달리는 도중 먹을 음식과 에너지젤, 갈아입을 옷과 신발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 '24시간주' 대회는 에너지 소비가 많기 때문에 선수들은 달리는 도중에 수시로 에너지와 수분을 보충하고 땀으로 옷과 신발이 젖을 경우 상처를 입게 돼 여벌의 옷과 신발을 준비한다.
대회코스는 히로사키 스포츠파크 육상경기장과 그 주변 1.25km를 24시간 동안 도는 것으로 신발에 칩을 달고 2곳의 타이밍 라인을 지나면 계측이 된다.
출발전 선수들은 칩이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 칩 테스트틀 거치고 동료 선수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 응원했다.
포기는 없고 오로지 완주만 한다는 목표로 기자도 출발선에 섰다. 24시간의 달리기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24시간이라는 숫자에 대한 부담감도 들었지만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더 컸다.
출발 2시간이 지날 때 까지는 그동안 비축해둔 에너지가 많아서 따로 보충없이 5km 마다 물만 조금씩 먹으면서 6분30/km 페이스로 달렸다.
울트라마라톤에서 땀을 많이 흘리면 속이 차가워져 음식을 먹을 수가 없는 상황이 온다. 그러면 당연히 에너지 보충을 할 수가 없어 결국은 달릴 수 없는 상황이 온다. 그래서 4시간 이후 부터는 몸은 덥고 목에서는 차가운 것을 원하지만 속을 생각해서 따뜻한 물을 5km 마다 마셨다.
출발 6시간이 지나면서 어느덧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고 있다. 선수들은 처음처럼 묵묵히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는 몸이 지쳐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1/4왔는데 '벌써 이렇게 지치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면서 체력안배를 하자는 생각으로 700m를 달리고 300m걷는 전략으로 바꿨다. 그동안 몸에 비축한 에너지도 고갈되는지 배도 고파왔다.
선수들은 각자 기호에 맞는 음식이나 에너지 젤을 준비해 보충한다. 또한 주체측에서도 선수들이 달리면서 먹을 수 있는 주먹밥, 과일, 음료 등을 준비해둬 언제든지 먹을 수가 있다. 선수들은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가기위해 최대한 시간을 아끼면서 에너지를 섭취하려고 걸으면서 심지어는 달리면서 음식을 먹는다.
밤이 깊어지자 조명으로 늘어지는 선수들의 그림자는 지쳐보였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더 비장해 보였다. 고요한 밤의 정적에 울려퍼지는 발걸음 소리는 수도자의 발걸음 처럼 느껴졌다. 자정이 넘어서며 몸은 점점 더 솔직해졌다.
발은 아프다고 말했고, 다리는 멈추고 싶다고 했다. '아직도 반이 남았다' 와 '벌써 반이나 왔다'라는 생각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었다.
회복실에는 잠시 눈을 붙이고 쉬는 선수들도 보였다. 그들 곁에 눕고 싶었지만 일단은 버텨보기로 했다. 새벽 2시가 되자 잠이 쏟아졌다. 정신이 술에 취한 것 처럼 멍한 느낌이 들었다. 이미 완전히 달리지는 못하고 '500m 달리고 500m' 걷는 수준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거의 반 수면 상태의 움직임이었다. 결국 기자도 회복실로 가서 2시간을 잤다.
2시간을 자고나니 어느덧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체온을 유지하기위해 어려겹의 옷을 껴입고 다시 주로에 섰다. 처음에는 달릴 수가 없을 정도로 다리가 무거웠다. 천근만근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쏟아지는 잠은 가시고 정신은 맑아졌다. 걸으면서 굳어진 몸을 조금씩 풀다보니 2시간의 회복이 효과가 있었는지 천천히 달릴 수가 있었다.
아침을 맞이하는 순간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비가 왔다. 비가 내리면 에너지 고갈이 심해지기 때문에 일단 옷을 여러겹 입고 비옷을 걸쳤다. 초장거리 달리기에서 "멈추면 멈춘다"라는 얘기가 있다.
멈추면 체온이 떨어지고 체온이 떨어지면 달릴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트랙에서는 아주 천천히 달리고 외곽 주로에서는 걸었다. 몸에서 온기가 올라오고 이 상황만 유지하며 버티자는 생각으로 '걷뛰'(걷고 뛰기)를 반복하며 정오를 향해 나만의 페이스를 이어나갔다.
지나고 생각해보먼 남은 4시간이 가장 빨리 지나간 느낌이 들었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 신경써서 집중하다 보니 그런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24시간 종료를 알리는 안내가 나왔고, 마지막 5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선수들은 조금이라도 더 먼 거리를 가기위해 각국의 깃발을 들고 갤러리의 응원을 받으며 최선을 다해 달렸다. 총성이 울리고 모든 선수들은 멈췄섰다. '해냈구나'하는 성취감이 풀코스 마라톤 완주할 때와는 급이 달랐다.
선수들 각자가 달린 거리는 달랐지만 포기하지 않고 같은 코스에서 24시간을 함께 버틴 동지애가 느껴졌다. 거리주 대회와 달리 시간주 대회는 주어진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
24시간을 달려보니 '달리기는 명상'이라는 나만의 정의를 내려본다. 달리는 동안 생각하고 다시 그 생각을 곱씹고 거기서 파생된 생각을 또 생각하는 머릿속도 꼬리에 꼬리를 물며 달리고 있었다. 달리는 내내 몸은 극한으로 치달아 힘들었지만 생각과 마음은 점점 가벼워 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번 대회에서 남자 1위는 인도 대표인 아마르 싱 데반다(Amar Singh Devanda)선수가 282km를 달렸고 여자 1위는 일본 대표인 나카타 미호(Miho Nakata) 선수가 261km로 우승을 했다.
또한 우리나라 참가선수 중에서는 중국교포 출신인 정용민 선수가 오픈레이스에서 251km를 달려 2위를 수상했다.
ms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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